장외로 몰려간 여야…테러협박·정당해산법까지

2025-03-14 13:00:01 게재

탄핵심판 결정 앞두고 장외투쟁 헌법재판소 압박 시도

민생현안 합의안 무력화 … 정부 무성의 대응도 영향

강성 지지층 의존도 높아져 … 헌재 결정 후 협력 복원 관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조만간 예상되는 가운데 거대 양당이 상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제1당 대표를 향해 ‘이성을 상실했다’거나 정당법을 개정해 여당을 해산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양당이 장외 여론전에 집중하고 국회 안에서 어렵사리 성사시킨 합의가 무력화 되면서 헌재 결정 이후 협력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탄핵 각하 요구하는 여당 ‘탄핵 각하 길’ 걷기 기자회견을 마친 윤상현 의원 등 국민의힘 기독인회 의원들과 전한길 강사가 14일 헌법재판소 주변을 돌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4일 광화문 천막에서 최고위원회를 열고 윤 대통령 파면을 거듭 촉구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파면 때까지 비상체제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장외 기자회견·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12일부터는 의원단과 보좌진 등이 국회~광화문 도보 행진 등 거리투쟁을 벌이며 장외 여론전에 당력을 모으고 있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 등 관계자들은 13일 광화문~헌법재판소 구간에서 탄핵심판 결정을 촉구하는 삼보일배를 벌이기도 했다. 국민의힘도 장외시위를 통해 탄핵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 60여명은 12일부터 윤 대통령 탄핵심판 각하를 촉구하며 헌재 앞에서 24시간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당 공식 입장이 아니라지만 여당 의원 108명 중 과반이 거리투쟁에 동참하면서 ‘장외투쟁으로 헌재를 압박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무색하다.

탄핵 인용 요구하는 야당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도보 행진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광화문을 향해 출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여야는 장외 여론전에 나서면서 상대 당에 대한 가시돋힌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양당은 장외 집회 등으로 탄핵결정을 앞둔 헌법재판소를 압박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13일 “이 대표와 민주당이 완전히 이성을 상실했다. 삭발한 머리카락을 짚신 삼아서 헌법재판소에 보내겠다고 한다”며 “스토킹 범죄자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조기 대선을 노리면서 당내 반대파를 제압하려는 이 대표의 극단적인 사익 추구 행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감사원장 탄핵 기각 등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도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국민의힘 의원 수십명이 헌재 앞에 몰려가 겁박했다”면서 “헌재를 부숴버리자더니 단체로 사전 답사를 갔느냐”고 힐난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정당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당원인 대통령이 내란·외환죄로 형이 확정되면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하고 해당 정당은 직후 선거에 후보자 추천 불가 등을 담았다. 국민의힘을 겨냥한 법안임을 숨기지 않았다.

여야의 거친 공세는 양분된 지지층을 부추길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최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신변 위협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고, 14일 광화문 현장회의에 이 대표가 참여하지 않는 것에 좋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13일 CBS 라디오에서 “맨날 국회의원이 거리로 나가서 떠드는 게 내란이지, 내란이 따로 있나”라면서 “국회 안에서 국정을 논의해야 되는데 국정 논의는 제껴 놓고 길거리에 여야가 쏟아져 나가는데 그걸 중단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 60명이 헌재 앞을 24시간 지키며 대통령 탄핵 기각을 요구하는 릴레이 시위에 동참한다고 한다”면서 “비상계엄을 막으러 국회로 달려오지는 않더니, 탄핵을 막으러 헌재 앞으로 달려간다고 한다.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매일 아침 헌재 주변에서 ‘인간 띠 잇기’ 시위를 벌이고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도보 시위를 매일 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천 권한대행은 “각자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면서 의원들까지 장외 투쟁을 하지 않아도 이미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하다”며 “정치는 무엇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하지 않느냐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여야가 장외 투쟁에 집중하면서 애써 합의된 현안처리는 미뤄지거나 무산되고 있다. 교섭단체간 협의에서 13일에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국회 연금개혁특위 구성이 지연된 것이 대표적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연금특위 구성안은 양당 교섭단체가 13일 처리를 합의했는데 아주 미세하고 비본질적인 문구 하나 문제로 처리가 불발됐다”면서 “여야 합의와 합의의 이행이 이렇게 까지 진통을 겪는 상황이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여야는 연금특위 구성에 합의하고도 ‘합의 처리’ 문구 포함 여부를 놓고 견해 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불발됐다. 또 이날 처리된 상법개정안의 경우도 여야가 구체적 협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야당 주도로 처리했고, 여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을 요구하고 있다.

지지층만 바라보는 양당의 행태 못지 않게 정부의 무성의한 대응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상목 권한대행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침해한 위법한 행위라고 헌재의 결정이 내려졌지만 2주가 넘도록 이행하지 않고 있다. 또 추경 등 민생회복 방안 마련을 시급하다면서도 정치권에만 책임을 미루며 구체적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13일 “정부와 국회가 제1차 국정협의회에서 추경 공감대를 확인하고 편성 원칙까지 합의한 것이 벌써 약 한 달 전”이라며 “정부가 안을 내면 국회가 심의하는 것이 예산 편성 과정인데 마치 국회가 합의를 못해서 추경을 못하는 것처럼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추경 편성의 당사자이자 책임 주체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정부가 추경 편성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고 정치권을 독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명환·박소원 기자 mhan@naeil.com

이명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