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한 국민의힘, 피아구분 없이 저격

2025-03-14 13:00:19 게재

‘상법 찬성’ 이복현 원장에 “검사 때 습관 남아”

‘탄핵 찬성’ 김상욱 의원에 “포기했고 관심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국민의힘이 ‘아군’에 대해서까지 날을 세우며 조급함을 드러내고 있다. 탄핵국면 속 더불어민주당과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민주당에 동조하는 입장을 가진 정부·여권 인사에까지 배타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 탄핵 찬성 입장을 재확인한 같은 당 김상욱 의원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의 심복으로 알려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운데)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13일 국민의힘이 상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기로 한 데 대해 이 원장은 “직을 걸고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무위원도 아닌 금감원장이 소관 법률도 아닌 것에 대해 그렇게 발언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면서 “검사 때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던 그 습관이 지금 금감원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서도 나오는 것 같다”고 힐난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는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전원 반대·기권 투표했지만 과반 의석을 차지한 야당 주도로 법안은 통과됐다. 여당과 경제단체 등은 이 개정안이 기업 경영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며,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상법 개정안이 절대적인 악이고 자본시장법 개정안만이 선이라고 보긴 어렵다”면서 “작년 12월 이후 현 경제팀은 공매도 재개와 주주가치 제고에 대해 일관된 의지를 해외 투자자 등에게 밝혀왔는데, 이것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형태에 대해 저로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날 C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면 단식 투쟁하겠다”고 발언한 김 의원도 같은 당 의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

강민국 의원은 이날 오전 당 소속 의원 180명 전원이 참여하는 대화방에서 김 의원을 향해 “이재명의 민주당과 민노총의 의견과 같이하는 이 발언에 대한 뜻을 말해 달라”고 밝혔다. 조배숙 의원은 “공당에 몸을 담고 있는 국회의원으로서 이제 건널 수 없는 강을 넘은 것 같다”며 “당 차원의 결단”을 요구했고, 강승규 의원은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당의 대부분 사람이 동의하는 내용에 이리 어긋나는 활동을 하는 것은 당에 소속된 사람, 특히 의원으로서 적절치 않은 행동”이라고 지적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저도 포기했다. 그 친구한테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1월 김 의원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이어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서 당론을 어기자 탈당을 권유하기도 했었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14일 오전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탄핵 정국 이후 진영 싸움화되고 내부 분위기가 더 강성으로 가다 보니 (자신은) 점점 더 고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옳고 그름이 너무 분명하기 때문에 옳은 길로 갈 수밖에 없는데 버티는 게 버거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른 방향이 민주주의 대한민국이어야 한다는 것, 헌정질서가 지켜져야 한다는 것, 법치국가여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면서 “이 바른 방향으로 사회 갈등이 봉합되고 다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박소원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