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 여론몰이 위한 ‘정치 입법’ 계속

2025-03-17 13:00:01 게재

국민의힘, 헌재 선고 및 부정선거 의혹 관련 법안 내

민주당, 감사원 개혁 및 ‘내란 정당 해산’ 법안 발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거대 양당이 정쟁적 사안을 법안으로 발의하며 여론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법안 발의를 통해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는 한편 상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보다 한덕수 국무총리 선고를 먼저 해야 한다고 요구해온 국민의힘은 이러한 취지를 담은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부 극우 세력이 주장하고 있는 부정선거 의혹에 힘을 보태듯 선거·투개표 시스템 점검을 위한 특별법안도 제출했다. 이에 질세라 더불어민주당도 정치 입법으로 맞받아치고 있다. 대통령의 내란·외환죄에 대해 소속 정당을 해산하도록 하는 정당법 개정안을 내는가 하면, 감사원이 ‘전 정부 업적 지우기’에 급급하다며 감사원 개혁을 위한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부정선거, 당 공식입장 아니라면서 여당 64명 발의 동참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2일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은 ‘국론통합을 위한 대한민국 선거와 투개표 시스템 점검과 보완을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 발의에 국민의힘 의원 총 108명 중 절반이 넘는 64명이 참여했다.

박 의원은 “최근 대한민국 선거와 투·개표 시스템에 대한 논란이 다시 촉발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상으로 제기되는 등 국민적 우려와 불신이 반복되면서, 선거와 투·개표 시스템이 심각한 국론분열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의구심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대한민국 선거와 투·개표 시스템에 대해 특별점검이 필요하다”며 법안 제출이유를 밝혔다.

국민의힘은 부정선거가 당의 공식입장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일부 의원들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뒷받침하는 듯한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21대 총선 이후 현재까지 종결된 150여건의 부정선거 관련 소송들은 모두 기각·각하되거나 소 취하됐다”면서 “허무맹랑한 부정선거 선동에 지금도 국민들은 갈라지고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당은 윤 대통령 탄핵 심리를 진행하는 헌재에 대해서도 ‘법안 발의’라는 형식을 빌려 ‘때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은 ‘접수된 순서에 따라 심판사건이 심리되도록’ 하는 헌재법 개정안을 제출하며 “헌재는 지난해 12월 16일 10여건의 탄핵 소추안을 동시에 심리하게 되자 기접수된 사건들을 미루고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공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13일 당초 예정에 없던 최재해 감사원장과 검사 3인에 대한 탄핵 심판을 선고를 먼저 하면서 헌재는 본인들의 말을 스스로 뒤집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은 접수된 지 한달 만에 별다른 설명 없이 선고기일을 잡았다가 사실상 절차상의 하자를 인정하며 선고를 미뤘다. 결국 마 후보자 관련 권한쟁의심판은 먼저 접수된 다른 사건에 비해 훨씬 짧은 단 50여일 만인 지난달 27일 최종 선고를 내렸고, 이보다 앞서 접수된 한덕수 총리 권한쟁의심판은 변론이 종결됐음에도 선고기일은 미정인 상태”라며 당사자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개정안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민주, 국민의힘 겨냥한 정당 해산 법안 발의 =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직접 겨냥한 정당법 개정안을 제출하며 대여 공세를 강화했다. 14일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당내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이 가장 크고 당의 핵심 주도세력이라 할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에 대하여 상응한 책임을 지는 것이 정당의 당연한 책무라 할 것”이라면서 “당원인 대통령이 내란의 죄 및 외환의 죄 행위로 파면되거나 형이 확정된 때에는 정부는 지체 없이 헌법재판소에 소속 정당의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도록” 하는 정당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당원인 대통령이 내란의 죄 및 외환의 죄 행위로 파면되거나 형이 확정된 때에는 대통령의 소속 정당은 이후 제일 먼저 후보자등록을 실시하는 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조기 대선 시 국민의힘에서 대선 후보를 낼 수 없도록 했다.

감사원이 문재인정부 인사에 대해 ‘표적 감사’를 진행하고 현 정부에 대해서는 ‘부실 감사’를 했다며 비판해온 민주당은 감사원 개혁을 위한 법안도 제출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현재 감사원은 숱한 문제를 안고 있다. 검찰과의 포렌식 공조, 대통령실 종속 심화, 장관급 인사 사퇴 압박, 감사 권한의 남용 등 정치보복 행태가 심각하다”면서 “전 정부 업적 지우기에만 급급한 감사원을 개혁하고자 한다”며 감사원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앞서 민주당은 부실감사 등의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소추했으나 지난 13일 헌재는 탄핵 기각 결정을 내렸다. 민주당은 “최 감사원장의 경우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하지는 않다고 결정했지만 명확하게 일부 불법적 행위를 확인했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관 전원일치로 기각됐는데도 지엽적인 문장을 내세워 헌재도 일부 불법행위를 인정했다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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