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내란 후폭풍…OECD “한국성장률 2.1→1.5%”

2025-03-18 13:00:00 게재

미국·캐나다 등 모두 하향조정 … 주요국 중 한국 하향 폭 최대 내란사태 후 첫 OECD 보고서 … 13조원대 한국자산 증발 전망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충격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릴 것이란 국제기구 전망이 나왔다. 관세 전쟁의 최대 피해국으로는 한국을 비록해 멕시코와 캐나다가 지목됐다. 대부분 국가들의 성장률 전망치가 떨어졌지만 특히 한국의 하향조정폭은 주요국 중 가장 컸다.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에 국내 정치 불확실성까지 추가됐기 때문이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간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5%로 0.6%p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2288조6487억원을 기준으로 기존 전망치에서 13조7319억원(0.6%)의 국부가 추가 증발할 것이란 관측인 셈이다.

이날 OECD 전망치에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한국의 경제 상황이 처음 반영됐다. 내란사태 속 극심한 내수 부진과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수출 악화 우려가 겹쳐 전망치 낙폭이 0.6%p까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관세 후폭풍 전세계 영향 = OECD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촉발한 미국의 성장률을 2.4%에서 2.2%로 0.2%p 하향 조정했다. 25% 관세 부과국인 멕시코의 올해 성장률은 2.5%p 내린 -1.3%, 캐나다는 1.3%p 내린 0.7%로 전망했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역성장이 예측된 나라는 멕시코가 유일하다. 일본도 1.5%에서 1.1%로 0.4%p 하향 조정되며 관세 후폭풍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성장률 역시 3.3%에서 3.1%로 0.2%p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OECD는 “미국 무역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해 세계 경제 성장률 둔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의 성장률은 4.7%에 4.8%로 0.1%p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OECD는 “미국 관세의 부정적 영향이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 강화로 상쇄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OECD는 특히 높아진 무역장벽과 지정학적·정책적 불확실성 증대가 동반되면서 향후 세계경제 성장률이 △2024년 3.2% △2025년 3.1% △2026년 3.0% 등으로 완만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OECD는 “세계경제는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의 경제활동 지표들은 글로벌 성장 전망이 완만해질 것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며 “무역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해 지속될 경우 글로벌 경제 성장 영향을 주고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수 국가에서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급망 다변화 등 제언 = 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하방요인으로 △무역장벽 확대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분절화 가능성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통화정책 제약 및 금융시장 변동성 △국방비 등 지출에 따른 장기적 재정압박 우려 등을 꼽았다. 상방요인으론 향후 관세인하 합의, 지정학적 분쟁 해결 등을 꼽았다.

OECD는 재정정책 측면에선 부채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고 향후 재정충격과 지출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규율(fiscal discipline)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무역장벽 확대 방지를 위한 노력과 공급망 다변화 등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경쟁제한적 규제 철폐 등을 통해 생활수준을 향상하고 인공지능(AI) 기술 확산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OECD가 이날 발표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한국은행이 최근 수정한 경제성장률 전망치(1.5%)와 같다. 정부(1.8%), 국제통화기금(IMF·2.0%), 한국개발연구원(KDI·1.6%) 등 국내외 주요 기관 전망치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성장률 전망치 하락 어디까지? = 실제 한국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연일 하락세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다. 여기에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내란사태가 4개월째 이어지며 소비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특히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매월 하향조정하는 양상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1월 말에 이어 2월 말에도 평균 1.6%로 집계됐다.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계산하면 1월 말 1.64%에서 2월 말 1.55%로 한 달 사이 0.09%p 하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1.8%에서 1.5%로, 씨티가 1.4%에서 1.2%로, 노무라가 1.7%에서 1.5%로 각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평균이 내려갔다.

영국 연구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지난달 성장률 전망치를 1.1%에서 1.0%를 낮추면서 가장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JP모건과 씨티는 각각 1.2% 전망하며 그 뒤를 이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제시한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1.9%)보다 0.4%p 낮춘 1.5%를 제시한 바 있다. 해외 투자은행(IB) 8곳의 평균 전망치(1.6%)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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