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리츠 봇물, 투자자 보호는 뒷전
계열사 부동산자산 편입으로 몸집 키워 … 유진·태광·LG 리츠운용사업 추진
최근 대기업이 앞다퉈 리츠 설립에 나서고 있지만 투자자 보호에서는 허점이 드러났다. 대기업이 설립한 리츠는 일종의 ‘스폰서리츠’로 계열사가 보유한 부동산자산을 편입해 임대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받는다. 스폰서리츠는 대기업의 유동성 창구 역할을 한다.
18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진그룹과 태광그룹이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설립 인가를 신청했고 LG그룹도 리츠 사업을 시작했다.
유진그룹은 리츠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진한일합섬이 100% 보유한 유진리츠운용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유진기업과 동양, 유진한일합섬 등 계열사를 둔 유진그룹은 유진투자증권 유진자산운용 등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태광그룹은 흥국리츠운용을 설립해 리츠 사업을 시작했다. 흥국리츠운용이 AMC 설립인가를 받으면 서울 광화문 사옥 등 보유 부동산 자산을 리츠로 편입시켜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태광그룹도 금융계열사인 흥국화재와 흥국생명 흥국자산운용 등을 두고 있다.
대기업들이 리츠운용에 직접 뛰어든 것은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지 않고 유휴자산을 유동화시켜 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기업 리츠가 계열사 부동산 자산을 인수해 몸집을 부풀리는 동안 투자자 보호는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홈플러스 기업회생신청으로 리츠 투자자 보호 문제까지 불거졌다. 홈플러스 책임임차 자산에 투자한 리츠는 총 5개다. 홈플러스 남현점 평촌점 강서점을 보유한 리츠들은 향후 임대료 수취 여부에 불확실성이 있어서 부실자산 발생 가능성이 있는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홈플러스 기초자산 5개 리츠 운용사를 대상으로 대출금과 자산 현황, 임차료 등을 확인하고 있다.
대기업 리츠가 알짜 자산을 제외하고 가치가 떨어지는 부동산자산만 편입시킨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롯데백화점과 마트, 아울렛을 기초자산으로 설립한 롯데리츠도 배당금이 2020년 1주당 161원에서 2024년 112원으로 줄었다. 롯데리츠 대부분의 자산은 지방 백화점과 아울렛으로 토지 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리츠 운용사에서 횡령 등 금융 사고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운용사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리츠 금융 사고가 터진 스타에스엠리츠와 마스턴투자운용을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마스턴투자운용의 ‘마스턴 11호’는 충남 천안 소재 뉴스테이 사업을 기반으로 조성한 리츠다. 시행사의 모회사이자 자산관리회사인 한 업체가 임차인이 낸 임대료와 보증금 50억원을 별도 계좌로 무단 수취한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됐다. 리츠가 회수해 투자자들에게 배당해야 할 돈을 자산관리회사가 횡령한 것이다. 스타에스엠리츠에서는 현직 임원의 30억8000만원 횡령 혐의가 발생해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리츠가 보다 주주 친화적이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LG그룹의 부동산관리 계열사 디앤오(D&O)도 리츠 사업을 시작한다. 디앤오는 지난달 국토부로부터 AMC 설립 인가를 취득했다.
디앤오는 2023년부터 추진해 온 외부 자산 인수를 우선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앤오리츠운용은 ‘스폰서리츠’로 운용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