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과정서 깨어난 X염색체…여성 뇌 더 젊게 지켜

2025-03-18 13:00:41 게재

PLP1 단백질 발현이 핵심, 동물실험서 인지력 향상 확인

치매 보호 효과 아직 불분명, 모든 사람 적용엔 연구 더 필요

여성의 X염색체가 노령에 접어들게 되면 활성화가 시작돼 남성보다 뇌가 더 젊어진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그 활성화 과정에서 나오는 단백질 PLP1이 기억·인지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점도 확인됐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을지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18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연구진은 최근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침묵의 X염색체’가 노화 과정에서 활성화 된다는 사실을 동물 실험에서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XY 성 염색체를 가진 남성과 달리 여성은 두 개의 X염색체를 갖고 있다. 그중 하나를 바소체(Barr Body)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이 염색체가 비활성화되어 대부분의 유전자를 발현하지 못 한다고 여겨왔다.

이 대학 신경학 교수인 데나 두발(Dena Dubal) 박사는 “일반적인 노화 과정에서도 여성의 뇌는 남성보다 더 젊어 보이며 인지 결핍도 적다”며 “이번 연구는 침묵하던 X염색체가 실제로 노년기에 다시 활성화돼 인지 저하를 늦추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다른 두 계통의 실험용 생쥐를 혼합 교배하고 이들 중 하나의 X염색체를 비활성화 상태로 유지되도록 조작했다. 그리고 인간 65세와 유사한 20개월 된 암컷 쥐의 해마에서 유전자 발현을 측정했다. 해마는 노화에 따라 저하되는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다.

연구 결과 비활성화 돼 있던 침묵의 X염색체가 활동을 시작해 약 20개 유전자를 발현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 유전자 중 다수는 뇌 발달 및 지적 장애와 관련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X염색체 활동에 의해 발현된 PLP1(proteolipid protein 1)에 주목했다. PLP1은 신경계에 존재하는 단백질이다. 신경섬유를 절연하는 지질인 미엘린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이다.

연구진은 수컷 쥐의 해마에 PLP1을 투입한 결과, 수컷 쥐의 기억력과 인지 능력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으며 소량의 주입만으로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PLP1을 이미 생성하는 암컷 쥐를 대상으로 주입했더니 암컷 쥐들의 기억력과 인지 능력도 더욱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논문 제1저자이자 의학박사 과정 대학원생인 마거릿 가덱(Margaret Gadek)은 “이 현상이 여성의 뇌가 일반적인 노화 과정에서도 더 회복력이 강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남성에게는 추가적인 X염색체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들은 두 번째 X염색체가 나이 든 인간 여성에서도 활성화 될 지 조사하고 있다. 기증 받은 노년기 남녀의 뇌 조직 분석 결과 PLP1의 상승된 상태가 여성의 뇌에서만 발견돼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관련해서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여성의 노화가 남성보다 느린 여러 기전들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은 원래 두 X염색체 중 하나가 억제돼 발현되지 않는데 나이가 들면 이 억제가 풀리면서 이 염색체에서도 유전자 발현이 일어난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억제가 풀려 나이들어 발현되는 여러 유전자들이 있는데 그중 기억 등을 담당하는 뇌부위에서 억제가 풀리는 PLP1이 뇌보호 효과가 있다는 점을 밝힌 연구라는 것이다.

다만 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치매 위험성에 대한 보호 효과로 직접 연결하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여성의 뇌 노화는 남성의 뇌보다 느려도 알츠하이머병 등에 대한 취약성은 오히려 높다는 연구도 많다.

그리고 노화나 치매에 대한 취약성이 비단 이런 유전적 요인뿐만 아니라 생활과 환경 등 매우 다양한 인자들에 의해 복합적으로 결정된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김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풀리게 되는 X염색체 억제가 모두 인간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인지는 후속 연구를 통해 규명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경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는 “이전 가설의 일부 검증한것으로 보인다. 개념적인 접근방법에서 확인된 연구 결과라고 판단이 된다”며 “기억력과 인지 능력 향상이 확인됐다는 결과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더 확실한 정량적 평가가 필요하고 사람의 노화를 늦출 가능성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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