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MBK 청문회’ 추진…11시간 만에 기업회생 결정 “특혜”
극단적 갈등 속 오랜만에 한목소리 … “약탈적 사모펀드” 맹공
신용평가사·증권사,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 전 인지” 주장
사기 판매·위장 기업회생신청 등 ‘국가손실 입힌 먹튀 경영’ 질타
“김병주 사재출연 최대 2조원” 요구 … 김광일 부회장도 “검토”

19일 강준현 의원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4월 첫 주 정도로 청문회 일정을 잡고 여야간 협의를 해야 한다”며 “김 회장과 함께 법원 등 다양한 참고인 채택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전날 국회 정무위 ‘홈플러스 기업회생신청과 관련한 현안질의’에서는 ‘MBK의 사기 혐의’ 공방이 주요 쟁점이었다. 정무위원들은 기업회생 신청 전에 이미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했을 것으로 확신했다. 신용등급 하락을 미리 안 상황에서 물품구매 대금을 기초로 한 전자단기사채(전단채, ABSTB)와 기업어음을 판매해 사실상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주장이다. 신용평가사와 채권판매사인 신영증권은 ‘홈플러스의 사기 혐의’에 확신을 얹었다.
김기범 한국기업평가 대표는 지난달 25일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비평가 결과를 이미 홈플러스에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당시 사실상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한 것으로 판단했다. 김 대표는 재심의 요구로 신용등급 예비 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지를 묻자 질문에 “희박하다”고 답했다. 홈플러스가 예비평가 결과 직후 재심의를 요구했지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은 “(홈플러스측이 신용등급 하락을) 당연히 알았다고 생각한다”며 “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고 유지하기 위해 어떤 게 필요하다, 이런 내용이 오고 갔을 것”이라고 했다.

◆초특급 기업회생신청 절차 = 신용등급 하락 이전부터 기업회생절차로 가려 했다는 정황들이 포착됐다. 사기이면서 위장 기업회생신청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홈플러스 대표이사)에 따르면 지난 2월 25일에 두 달간의 신용평가를 거쳐 신용등급 하락 예비평가가 나왔고 최종적으로 27일에 실제로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김 회장은 28일부터 로펌의 조력을 받았고 온라인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법인등기부등본을 떼는 등 기업회생 신청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이때 김병주 회장에게도 당시 상황을 알렸다고 했다. 휴일인 3월 1일 오후에 임원들이 모여 기업회생 신청을 결정했고 이사회 확정은 서면으로 3월 3일에 이뤄졌다. 그러고는 기업회생신청에 필요한 46종 서류 준비를 마무리하고 자정을 넘긴 시간에 회생 신청을 했다.
법원 회생담당 판사를 지낸 김승원 의원은 “3일 연휴기간에 (기업회생을) 준비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불완전판매보다 사기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했다. 3월 1~3일이 대체휴일까지 포함한 공휴일인데 서류 준비가 가능했느냐는 지적이다.
이후 ‘11시간 만의 기업회생신청 과정’은 ‘준비된 출구전략’이라는 의구심을 강하게 굳힌 계기가 됐다. 정무위원들은 홈플러스 자산을 매각하는 등으로 재무구조를 악화시킨 후 최종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해 팔아넘기려는 MBK의 전략안에 기업회생신청 과정도 들어있었다고 봤다.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에 3월 4일 오전 0시 3분에 전자소송시스템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했고 50여분 후인 1시에 사건배당팀에서 재판부로 사건을 배당했다. 재판부가 언제 사건 배당을 확인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일 아침에 홈플러스에 대표자 심문일정을 통지했고 대표자 심문절차는 오전 10시에 이뤄졌고 1시간 후인 오전 11시에 기업회생이 결정됐다. 법원행정처가 김용만 의원에게 제출한 ‘올해 기업회생신청 이후 허가까지 걸린 평균 시간’은 47.8일이었다. 정무위원들은 유례없이 짧은 기업회생신청 절차를 ‘특혜’로 봤다.
지난달 25일에 전단채를 발행한 신영증권에 대한 의구심도 작지 않다. 신영증권이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에 인지했거나 위험도가 큰 채권이라는 점을 알고도 충분한 위험고지 없이 고령자 등에게 판매한 게 ‘사기’나 ‘불완전판매’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부회장과 금 사장은 반발했다. 김 부회장은 “28일에야 신용등급 하락을 알았고 티메프 사태를 보고 먼저 부도를 막기 위해 기업회생신청을 하기로 했다”고 했다. 금 사장은 “우리도 희생자(피해자)”라며 “(홈플러스를 고발할) 준비가 다 된 상황으로 숙고해 (고발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김 회장을 향한 화살들 = MBK파트너스의 LBO방식 투자방식에 대해 ‘먹튀’로 규정하고는 사모펀드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모펀드가 유망기업을 투자해 기업가치를 올린 후 이익을 창출하는 게 아니라 우량기업이나 국가 전략기업을 빚으로 매입한 후 우량자산을 매각해 수익을 챙기고는 껍데기만 남긴 채 빠져나온다는 지적이다. 강훈식 의원은 ING생명, 롯데카드,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 케이블TV 딜라이브, 철강구조물 전문업체 영화엔지니어링 등 ‘MBK의 먹튀경영’을 지목하면서 “MBK의 경영방식이 국가 경제에 끼친 막대한 손실에 대해 국회에서 철저히 따져 묻겠다”고 했다.
의원들의 이같은 부정적인 시각은 김 회장의 사재 출연 압박으로 이어졌다. 김 부회장은 상거래 채권 이외엔 사재출연에 의한 변제대상이 아니라고 언급해 금융채 투자자들에게는 변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 금융채를 상거래 채권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의원들은 김 회장이 한국시장에서 얻은 수익과 축적된 재산을 언급하며 최대 2조원의 사재출연을 요구했다. 또 홈플러스 인수이후 줄곧 임원으로 참여해온 김 부회장은 사재출연을 요구받고는 한참 망설인 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정무위원들은 홈플러스 대표이자 MBK재무이사로 사실상 홈플러스 인수와 운영 등에 직접 관여해온 김 부회장이 변호사 출신으로 오랫동안 M&A(인수합병)를 해온 재무통이라는 점을 확인하면서 법률과 기업인수 전문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여야는 청문회를 열고 김 회장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애초 곧바로 고발조치에 들어가기로 했으나 일단 청문회를 열고 나오지 않으면 고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무위원들은 김 부회장에게 홍콩에 출장가 있는 김 회장에게 전화해 사재 출연 규모와 시기를 확인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결국 김 부회장은 전화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