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재배면적 의무감축 곳곳서 암초

2025-03-20 13:00:01 게재

전국 농민들 반발에 국회서도 동의 못얻어 … 정부, 면적 감축계획 수정 불가피

쌀 소비보다 공급이 많아지면서 정부가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전격 도입하기로 하자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 지역별로 벼 재배면적을 의무 감축해 벼 재배면적을 8만㏊ 줄이겠다는 방식인데 농민들 반발이 극심하고 국회에서도 동의를 얻지 못해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20일 농업계에 따르면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 등은 “정부가 추진하는 벼 재배면적 강제 조정은 자기가 지을 농사를 농민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벼 재배면적 조정제’의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충남 당진시 농민회 이종섭 회장도 “논을 타작물 재배지로 전환하면 나중에 콩이나 타작물 생산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러면 가격은 하락할 수 있다. 이는 원래 타작물 농가에도 피해를 끼칠 수밖에 없는데, 지금 정부 정책은 당장 눈 앞만 보고 결정한 수준”이라며 “이전부터 정부는 쌀값 대책을 내놓아도 확실한 제도를 만들지 않아서, 수매가는 계속 떨어지게 했고 농가는 더욱 힘들었다.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벼 재배 면적을 줄이기 위해 간척지 벼 농사 금지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9월 새로 임대하는 간척지에는 벼 재배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간척지의 농어업적 이용 종합계획’을 고시했다. 현재 간척지를 임대해 벼를 재배 중인 곳은 계약기간(5년)이 만료하면 갱신하지 않고 가루쌀 조사료 등을 재배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간척지 농어민들도 반발하고 있다.

고흥 피해 지선민(간척 피해 어민) 대책위와 해남 대책위 준비위는 11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간척지의 농어업적 이용 종합계획’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한편 건의서를 농식품부에 전달했다. 이들은 “정부 소유 간척지에 대한 임대 계약을 할 때 다른 작물 재배만 가능하고 2030년까지 일반벼 재배가 전면 금지된다” 라며 “간척공사로 삶의 터전인 바다를 빼앗기고 이젠 간척지 농지마저 빼앗길 처지에 놓여 있다” 라고 했다.

정부는 벼 재배 면적 감축 이유에 대해 “매년 정부가 쌀 40만여톤을 사들여 시장에서 격리해야 할 정도로 쌀이 공급과잉이고 이로 인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매년 40만톤 정도의 생산을 줄이도록 벼 재배면적을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국회에서도 외면받을 정도로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열린 국회 임시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는 벼 재배면적 조정제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원택 의원(더불어민준당·전북 군산김제부안을)은 “미래 적정 생산량을 예측해 식량안보적 관점에서 (면적을) 가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벼 재배면적 강제 조정을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내란사태에 따른 탄핵정국으로 정부 정책에 힘이 실리지 못해 제도 수정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엄청나 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평균 5년 쌀자급률은 92%로 쌀이 남는 것은 매년 수입되는 40만톤의 수입쌀 때문”이라며 “정부의 수확기 대책인 자동 시장격리제는 작동하지 않았다. 이번 감축제도는 농가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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