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완전 정상화 ‘산넘어 산’
만성적자 탈출위한 ‘대주주 역할’ 제기 … 영업력 강화, 신규 자금 유입 절실
납품 합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홈플러스 영업이 어느 정도 정상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영업은 물론 재무, 고용 등 기업 전반의 완전한 정상화를 위해서는 영업력 강화, 추가 자금 유입 등 만성적인 적자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홈플러스와 대주주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와 LG전자가 납품을 재개해 납품 합의가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
롯데칠성음료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이후 지난 6일부터 납품을 중단했다가 18일부터 재개했다. LG전자는 6일부터 납품을 일시 중단, 5일까지 판매한 대금을 홈플러스가 지급해 기존에 구매한 고객에게는 정상적인 배송을 했다. 이후 추후 출하 여부를 논의해왔다. LG전자는 이날부터 납품을 재개했다.
◆중·소 임대매장도 정산 = 홈플러스는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LG전자, 롯데칠성음료를 포함해 주요 협력사들과 납품 합의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며 “상거래채권은 변제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계속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4일 회생개시 후 납품대금 등 상거래채권은 정상 지급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2월 발생한 밀린 상거래채권에 대해선 영세·소상공인에 먼저 지급 중이다. 이날 오전까지 상거래채권 지급액은 누적 3780억원이다.
홈플러스는 임대 점주(테넌트)에 대한 정산금 지급도 상당 부분 이뤄졌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대기업과 일부 브랜드 점주분들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입점주에 대한 지연 대금을 지급해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다시 지급이 지연되지 않을까 하는 입점주분들의 불안을 경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매장 축소 등 경쟁력 약화가 근본 문제 = 하지만 업계는 홈플러스의 완전한 정상화를 위해서는 ‘산너머 산’이라는 반응이다.
핵심은 만성적자 상황을 어떻게 흑자로 전환하느냐다. 홈플러스 직원들은 MBK가 홈플러스 부동산을 팔아 인수차입금을 갚고, 영업이익 대부분을 차입금 이자 비용으로 지출하면서 시설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다시 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MBK는 지난 2015년 9월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인수자금을 충당했다. 대출 5조원 중 4조3000억원(기존 홈플러스 차입금 1조6178억원 포함)은 은행 선순위 대출이고, 7000억원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조달했다.
MBK는 그동안 점포를 팔아 4조원가량 빚을 갚았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8개 점포·물류창고를 매각해 약 4조1149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특히 일부 점포는 점포 매각 후 재임차하는 방식(S&LB)이라 임대비용이 계속 지출된다.
또한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가 발간한 ‘투기자본 MBK의 홈플러스 먹튀 매각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MBK로 넘어가기 전인 2014회계연도(2014년 3월~2015년 2월) 2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2022년과 2023년엔 각각 2602억원과 199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MBK 인수 이후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지출된 이자 비용은 3조964억원이다. 이는 같은 기간 홈플러스의 영업이익 4713억원보다 2조5600억원이 많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홈플러스는 점포 매각과 상대적으로 제한된 투자로 사업경쟁력이 과거 대비 약화됐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의미 있는 수준의 집객력과 매출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주주는 배당 받아가 = 반면 MBK는 이 기간 매장 매각을 통해 부채를 상환하고 배당 이익도 취했다.
MBK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한국리테일투자는 홈플러스홀딩스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70만주를 보유했다. 이에 따라 한국리테일투자는 2016년 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홈플러스홀딩스에서 해마다 214억원씩, 3년에 걸쳐 총 642억원 배당을 수령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인수와 운영을 위해 MBK가 만든 법인인 한국리테일투자가 수백억원 배당을 받았는데도 직접 받지 않았으니 받은 돈이 없다는 것은 신빙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MBK와 김병주 회장의 책임론이 나오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과 MBK가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최소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홈플러스의 순운전자본은 -8753억원이다. 기업이 영업활동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자금인 순운전자본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1년 안에 들어올 현금보다 나가야 할 돈이 더 많다는 뜻이다. 여기에 협력업체들의 정산 시기 조정 요구 등을 고려하면 부족분은 증가한다. 게다가 금융채권 6000억원까지 갚으려면 홈플러스는 최소 1조5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수혈해야 한다.
홈플러스 안팎에서는 회생계획 제출 예정일인 6월 3일까지를 대주주 역할의 ‘골든타임’으로 판단한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는 국민이 키워낸 국민 기업이자 노동자 10만여명의 생존권이 걸린 일터”라며 “MBK가 매각과 회생절차를 통해 홈플러스를 고의로 부실화시키려 한다면 전국적 연대투쟁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민사회단체 등과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연대를 강화하고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강력한 행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오는 5월 1일 MBK 앞에서 김병주 회장이 책임지고 홈플러스를 회생시킬 것을 요구하는 국민대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장세풍·정석용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