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중국 해운·조선 견제 우려 제기
미 대표부 제안 의견 수렴 중
이달 24일 공청회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제안한 중국선박과 선사에 대한 항만수수료 부과 방침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미국과 세계 해운계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무역대표부는 오는 24일 공청회를 열고 다양한 의견을 검토할 예정이다.
미국의 해운조선 전문 미디어 지캡틴은 19일(현지시간) 주요 해양산업 이해관계자들이 미 무역대표부 제안에 대해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들을 모아 전했다.
블룸버그도 지난 4일 S&P 글로벌이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개최한 ‘해운 및 공급망 컨퍼런스’(TPM 25)에서 세계 최대규모 해운기업인 스위스 MSC 최고경영자 소렌 토프트가 “(USTR이 밝힌 것처럼) 그렇게 나온다면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미 무역대표부는 지난달 21일 중국 해운기업 소속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때마다 선박당 최대 100만달러(약 14억원), 또는 선박의 용적물에 톤당 최대 1000달러(약 140만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중국에서 제조한 선박을 운영하는 선사의 경우 미국 항구에 입항하는 중국산 선박에 최대 150만달러(약 21억5000만원)의 수수료 등을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이 방안은 1974년 제정된 무역법 제301조에 따라 부과되는 것으로 이달 24일 예정된 국제무역위원회(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공청회를 앞두고 의견수렴절차를 밟고 있다.
지캡틴에 따르면 전 세계 상선의 80% 이상을 대표하는 국제해운회의소(ICS)는 공청회에 앞서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미 무역대표부가 제안한 수수료가 미국 무역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소비자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신규 상선의 61%를 건조하고 있어 무역대표부가 부과하려는 수수료는 미국 항구에 기항하는 컨테이너선의 98%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ICS는 “제안된 방안은 미국 경제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미국 수출의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 운송업체인 애틀란틱컨테이너라인(ACL)은 수출 컨테이너 운임이 500달러에서 2500달러로 급등할 수 있고, 수입 컨테이너 운임은 2500달러에서 4500달러로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CL은 “미국 서비스를 종료하고, 미국 사무소를 폐쇄하고, 미국인 직원을 해고하고, 선박을 미국 이외의 무역에 재배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플로리다주 탬파 베이에 있는 시포트 매너티는 이 수수료가 미국 기업들, 특히 미국과 이웃 국가들 사이에 중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류업체 월드다이렉트쉬핑은 “연간 최대 1억400만달러의 수수료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해상화물이 트럭으로 우회할 수밖에 없어 매주 1000대의 트럭이 국경을 넘게 돼 텍사스 국경 통과 시 혼잡이 증가하고 미국 고속도로가 마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해운회의소(CSA)는 수십 년간의 산업 쇠퇴를 언급하면서 현재 미국의 조선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미국산 선박이 외국산 선박보다 4배 더 비싸고, 특수 선박의 경우 건조 기간이 10년을 초과한다는 것이다.
CSA는 “수십 년 동안 방치한 결과 미국 해양산업은 꾸준히 쇠퇴했고 우리는 다른 국가에 등록된 선박에 의존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출했다.
미국 해운·조선을 살리려면 중국에 대한 규제가 아닌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CSA는 “항만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만으로는 미국 조선이나 미국 국적 선단을 활성화할 수 없고, 선박법(SHIPS for America Act) 같은 적극적인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틱국제해사협의회(BIMCO)도 △이 수수료는 운송비를 심각하게 증가시키고 △미국의 무역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미국 소비자에게 해를 끼치고 △글로벌 해양 공급망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발틱국제해사협의회는 “이러한 조치가 중국 조선소에서 벗어나도록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비용을 증가시키고 시장 왜곡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미국 조선업을 직접 강화하기 위한 대안 정책을 고려하고, 세계 해상 무역의 경쟁력과 안정성을 위협하는 결과를 피할 것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