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칩 넘어 AI 종합기업으로
GTC 2025서 ‘차세대 AI 칩’ 높은 수요 자신 … 협업으로 양자컴·로봇 기술 박차

비록 발표 내용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 속에 주가는 3% 넘게 하락했지만, AI 종합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엔비디아와 주요 테크기업 간 기술 진보와 협업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큰 행사였다.
◆엔비디아, AI 시대 이끌 GPU 칩 대거 공개 =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시대를 이끌 차세대 GPU 칩들을 대거 공개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젠슨 황 CEO는 기조연설에서 블랙웰 B200과 수퍼칩 GB200 그레이스 블랙웰을 직접 들고 소개하며 “앞으로의 AI 인프라의 심장”이라 표현했다.
블랙웰 B200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서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핵심 칩이고, GB200은 고성능 그레이스 CPU와 B200 GPU 두 개를 하나로 결합한 통합형 슈퍼칩이다. 이 칩은 AI 연산뿐 아니라 고성능 컴퓨팅(HPC), 디지털 트윈, 로봇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영역에 활용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여기에 더해, 황 CEO는 블랙웰 울트라와 베라 루빈이라는 더 강력한 차세대 칩도 공개했다. 블랙웰 울트라 GB300은 기존 B200보다 성능이 대폭 향상된 버전으로, 올 하반기부터 개인용 데스크톱 슈퍼컴퓨터 ‘DGX 스테이션’에 탑재돼 출하될 예정이다. 2026년에는 ‘베라 루빈’, 2027년에는 ‘베라 루빈 울트라’, 2028년에는 ‘파인만’이라는 후속 칩도 순차적으로 출시될 계획이다.
또한 전문가용 워크스테이션을 겨냥한 RTX 프로 6000 블랙웰 GPU도 새롭게 선보였다. 게임 개발, 대규모 AI 작업 등 고사양 환경을 위해 설계된 이 제품은 96GB 메모리와 2만개 이상의 CUDA 코어를 갖췄다.
젠슨 황은 현재 블랙웰 칩이 본격적인 전면 생산 단계에 진입했으며, 2025년 3분기까지 1만3000개 이상의 샘플이 출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AI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며 이 칩들이 엔비디아 AI 부문 수익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보았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의 AI 모델 딥시크 출현과 관련, 핵심 고객사들로부터 장기적인 매수 계획을 재확인했다면서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이날 기조연설에서 양자컴퓨팅 등 차세대 성장 동력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자, 기대에 못 미친 발표 내용에 대한 실망감으로 엔비디아 주가는 약 3% 하락했다. 시장은 즉각적으로 실망감을 드러냈지만,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기대의 중심이었던 엔비디아에 대해 이제는 실망을 표하는 시장의 반응 자체가, AI 산업 내 경쟁 구도의 치열함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젠슨 황 “QPU로 함께 성장하자”=19일 ‘퀀텀 데이’ 행사에는 아이온큐, 디웨이브, 퀀텀 등 12개 주요 양자컴 기업 대표와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형 클라우드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엔비디아는 양자컴퓨터를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쿠다큐와 큐퀀텀 같은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를 통해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버드, MIT 등과 함께 보스턴에 ‘가속 양자 연구센터(NVAQC)’를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제 막 설립하는데, 과연 언제쯤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까”란 회의적인 반응도 일부 나오고 있다.
황 CEO는 “양자 산업이 성공하려면 시장을 키울 수 있는 킬러앱이 필요하다”면서 “양자컴도 진입 장벽이 낮은 응용처에서 시작해 점차 확대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 자리 참가사 중 아이온큐, 디웨이브, 퀀티뉴엄 대표들은 자사가 실질적인 매출을 내고 있다고 상업화 측면에서의 우위를 강조했다. 퀀티뉴엄의 CEO인 라지브 하즈라는 이날 토론회에서 양자 컴퓨팅과 인공지능의 통합된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로봇 기술, AI 기반 협업으로 진화 중= 엔비디아는 로봇 기술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차세대 플랫폼 ‘아이작 그루트 N1’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 플랫폼이 시뮬레이션부터 실제 작동까지의 모든 과정을 하나로 통합해, 로봇의 학습 속도와 정확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특히 엔비디아는 가상 세계에서 현실과 똑같이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옴니버스’ 기술과 최신 AI 모델을 결합해, 로봇이 실제 환경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똑똑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선보였다.
젠슨 황은 기조연설에서 구글딥마인드, 디즈니 리서치와 협력해 로봇 시뮬레이션을 위한 오픈 소스 물리 엔진 ‘뉴턴(Newton)’을 개발 중이라고 밝히면서 디즈니의 로봇 ‘블루’를 무대 위에 등장시키기도 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