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예외주의’ 시작됐나…증시 미국 압도
올 들어 유럽지수 9%↑ 미국지수 9%↓
JP모간 “유럽, 재정·통화·규제 다 푼다”
유럽증시 상승세가 미국을 압도하는 ‘유럽예외주의’가 시작된 걸까. 반년 전만 해도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로화 기준에서 MSCI 유럽지수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9% 상승했다.
반면 S&P500지수는 9% 하락했다. 미국예외주의에서 유럽예외주의로 흐름이 바뀌고 있는지에 대해 투자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JP모간 자산운용 유럽·중동·아프리카 수석시장전략가 카렌 워드는 “아마도 그럴 것(It may well be)”고 예상했다.
워드 전략가는 2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지난 10년 유럽증시의 부진은 거시경제적 약점 때문이며 이는 구조적이라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유럽이 재정과 통화, 규제 등 모든 정책을 강하게 틀어쥐고 있었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다. 이제 유럽은 3가지 정책 모두를 풀고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재정의 경우 미국정부는 경제에 대대적인 현금을 주입하고 있다. 기업과 가계에 대대적인 보조금을 지급하고 세금을 감면했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미국 정부부채율은 17%p 상승했다. 반대로 유로존의 경우 GDP 대비 정부부채율이 5%p 하락했다.

통화정책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럽의 상대적 부진을 이끈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인플레이션 상승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잇따라 올렸지만, 미국 기업과 가계에 대한 충격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다수 모기지 대출은 장기간 계약으로, 여전히 매우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 상황이다.
반면 유럽 시민들의 경우 대개 변동금리 조건으로 돈을 빌려 금리상승기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다.
규제정책도 마찬가지다. 유럽 기후변화 정책은 타 지역에 비해 깐깐하고 촘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기업들은 지난 수년간 넷제로(탄소중립) 목표치를 제시하고 달성해야 했다. AI 관련 규제도 강력하다. 전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열풍이 불었지만, 유럽증시엔 관련 기술주가 부족했다.
워드 전략가는 “이런 관점에서 보면, 흐름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 수 있다”며 “트럼프의 적대적 입장이 유럽이 행동에 나서도록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유럽 재정정책은 완화되고 있다. 국방분야에 한정되지 않는다. 5000억유로에 달하는 독일정부의 인프라 투자법만 해도 향후 10년 동안 독일경제를 연평균 1% 추가성장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정책도 마찬가지다. 유로존과 영국의 실질금리는 곧 제로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는 이미 유럽에서 대출이 확대되고 있다. 기후변화 등 각종 규제도 속속 완화되고 있다.
워드 전략가는 “이 모든 상황이 유럽의 투자심리를 자극해 경제회복을 가속화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증시 실적이 미국을 능가한 최근 기간은 2000~2009년이었다. 2000년대 초반 미국 닷컴버블이 갑작스레 붕괴해 오랫동안 충격을 준 기간과 겹친다. 미국 기술주가 이번에도 그같은 운명을 맞을지는 명확치 않다.
워드 전략가는 “최근 수년 동안 미국 기술기업들은 환상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
또 막대한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업들은 이제 투자자들의 AI 기대감을 충족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을 맞고 있다. 그동안 투자 받은 막대한 돈을 높은 수익률로 보답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최근 상대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유럽 주식은 여전히 미국 동일 종목에 비해 크게 저평가된 상황”이라며 “MSCI 전세계지수에서 미국 비중은 2009년 42%에서 현재 66%로 크게 늘었다. 지수를 추종하는 투자자들은 그같은 미국 비중이 향후 10년에도 적절한지에 대해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