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줄탄핵 후폭풍…흔들리는 리더십
8연속 탄핵소추안 기각 … 내부에선 ‘책임론’ 솔솔
지도부 주도 연금개혁안에도 20여명 반대 입장 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강공 리더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12.3 내란사태 이후에도 탄핵, 입법독주를 이어가면서 거대양당의 힘을 과시하며 리더십부재 상태의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고 있지만 연거푸 탄핵 기각이 나오면서 불만과 함께 책임론까지 제기된다.

다만 당내 강성 분위기에 밀려 비판적인 의견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있는 상황이다. 지도부 주도의 연금개혁안에 20여명이 반대 입장을 낸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음주 24일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 결과가 주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21일 수도권 지역구의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현 지도부가 그동안 지지층의 불만과 비판을 반영하기 위해 강도 높게 입법과 탄핵을 진행한 게 중요한 시기에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단독으로 통과한 입법이 계속 거부권으로 막혀 사실상 효능감이 떨어지고 탄핵이 줄기각되면서 지도부의 책임론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25번,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6번,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9번 등 윤석열정부 들어 이뤄진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만 40번이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거부권 남용과 입법권 침해”라고 비판하지만 중도와 보수진영에서는 ‘입법권 남용’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윤 대통령은 입법독주와 탄핵을 ‘비상계엄 사유’로 제시하기도 했다.
문제는 여당 의원들을 설득하거나 타협하지 못해 결국 이 법안들이 실행되지 못하면서 ‘힘 자랑’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점이다.
또 민주당은 29번의 탄핵을 시도했고 이중 13번을 과반의석의 힘으로 탄핵소추했다. 현재까지 8번의 탄핵심판 선고가 나왔는데 모두 기각됐다. 이진숙 방통위원장만 4(인용) 대 4(기각) 의견으로 기각됐고 나머지 7명은 모두 ‘0(인용) 대 8(기각)’으로 민주당에 완패를 안겼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도부의 강경 일변도 전략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앞의 중진의원은 “지도부의 강경노선이 전략부재로 읽힐 수 있고 실제로 많은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면서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고 했다. 비수도권의 모 초선의원은 “전략이나 정책 실패에 대해서는 지도부가 책임을 지는 게 정석인데 오히려 당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잘하고 있다’는 칭찬 일색이라 놀랐다”고 했다.
줄탄핵에 대한 공식비판은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거의 유일하다. 그는 최재해 감사원장과 검사 3명의 탄핵 기각이 결정된 이후 종편과의 인터뷰에서 “결과적으로 국민께 탄핵을 남발했다는 비난을 받았다”며 “당에서 적절한 발언을 했으면 좋겠다, 당에서 적절한 조치를 하리라 본다”고 했다. 이어 “모든 정당이 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선 사과하고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역풍을 고려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에 대해 시기조절에 들어갔다. 지도부는 의총에, 의총에서는 지도부에 ‘최 대행 탄핵 추진 결정’을 떠넘긴 상황에서 지도부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전날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 부총리의 헌법 위배 사항을 더는 묵과하지 않겠다”면서도 “구체적인 (탄핵 추진) 절차와 시기는 조금 더 협의하기로 했다”고 했다. ‘탄핵소추 30번째’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