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 ‘국민연금 시민 숙의’ 외면했다

2025-03-21 13:00:02 게재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 채택

공론화에선 ‘13%, 50%’ 압도적 선택

‘개혁방향은 소득보장 강화’도 고려 안해

여야 지도부 합의에도 84명 ‘반대·기권’

거대 양당이 합의한 국민연금 모수개혁 방안은 국민 공론화에 의한 숙의 결과를 외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진보성향의 소수정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1일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전날 국회 문턱을 넘어선 이후 “(본회의에서 통과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21대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에서 국민들이 선택한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안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며 “아직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노인빈곤 최악의 국가로 꼽히고 있다”고 했다.

진보당 전종덕 의원은 반대토론을 통해 “거대양당이 합의한 연금개혁안은 국민들의 요구를 배신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국회 연금특위 산하 시민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됐고 수 개월간 숙의 과정을 통해 ‘보험료 13%, 소득대체율 50%’로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을 선택했다”고 했다. 이어 “(거대양당이 합의한 국민연금 개혁안은) 국민이 내야 할 보험료는 현행보다 무려 44% 인상한 13%로 올려놓고 노후에 받게 될 연금은 겨우 7% 인상한 소득대체율 43% 안”이라며 “결과적으로 공적연금은 저연금으로 고착화할 우려가 더 커졌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21대 국회 연금특위는 여야 합의로 “근로자 사용자 지역가입자 청년 등 이해관계자를 대표하는 의제숙의단에서 시민참여형 공론화에 부칠 수 있는 의제를 구체화하고 500명의 시민대표단을 선정해 구체화된 의제를 놓고 학습, 토의해 연금개혁 방안에 대한 시민들의 숙고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시민공론화를 통해 확보해야 할 구조개혁을 포함한 7개 과제를 제시했다. 여기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보험료율과 함께 △수급연령 및 의무가입 상한연령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방안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 △직역연금 개편 △세대간 형평성 개선 방안 △퇴직급여 개편 방안 등이 포함됐다.

이번에 거대양당이 합의한 국가 보장 명시와 군인·출산 크레딧, 저소득층 지원 등은 ‘사각지대 해소 방안’ 중 일부다.

따라서 7개 사안 중 2가지 정도만 전날 본회의 문턱을 넘은 국민연금법안에 고려됐고 나머지 5개 항목은 ‘구조개혁’이라는 명목으로 추후 연금특위에서 논의할 내용으로 미뤄졌다.

문제는 거대양당 합의안에 반영된 것마저 공론화 결과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공론화 조사에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안에 시민대표단의 56.0%가 동의했고 ‘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 40%’에는 42.6%가 지지를 표했다. ‘더 많이 내고 더 많이 받는 방안’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는 얘기다. (오차범위 ±4.4%p)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방법으로 가장 많이 지목된 출산크레딧 확대(찬성 82.6%), 군복무 크레딧 확대(57.8%)가 이번에 채택된 것은 성과 중 하나로 평가된다. 다만 돌봄 크레딧과 실업크레딧도 적지 않은 지지를 얻었지만 포함되지 않았다. 크레딧 재원 전액 국고전환이나 크레딧 발생 시점에서의 크레딧 부여와 재정투입(88.0% 동의)은 수용되지 않았다. ‘플랫폼, 원청기업 등 국민연금 사용자 보험료 부과, 특수형태 근로자 가입 촉진’(91.7% 동의)도 제외됐다.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들은 ‘국민연금 개혁의 방향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문항에 56.4%가 ‘소득보장 강화’를 지목했는데 이 또한 외면 받았다.

거대양당이 조기 대선을 앞두고 이해관계가 다양한 연금개혁 문제를 처리하고 가려고 졸속 통과시킨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모 소수정당 의원은 “연금 개혁 문제가 조기 대선 중에 제기되고 이에 대한 책임론 등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거대 양당이 이해관계가 맞아 어떻게든 털고 가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연금개혁은 거의 되지 않고 오히려 나빠졌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연금개혁의 목표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미래세대에 빚더미를 떠넘기지 않는 것”이라며 “이번 합의는 혹시 있을 대선 전에 인기 없는 개혁안을 서둘러 봉합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한편 여야 지도부 주도로 처리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여야 의원 83명이 반대(40명)나 기권(43명)표를 던지며 ‘부실 합의’에 대해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277명 중 194명만 찬성의견을 냈다.

여당의 경우 소속 의원 절반이 넘는 56명이 기권·반대표를 던졌다. 의총을 통해 지도부에 결정권을 넘긴 민주당에서도 27명이 기권이나 반대의사를 표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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