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기 집행 너무 느리다’
최상목 탄핵 추진에 추경도 깜깜
2월 집행률 추정치, 최근 15년 평균 밑돌아
지방이전율도 낮아 … 최상목 탄핵 등 악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전례 없는 속도와 규모로 재정신속집행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2월까지 예년에 비해 재정집행률이 낮은 수준에 머문 것으로 추정돼 주목된다. 경제 침체 국면에서 재정 투입 필요성이 강해지는 가운데 재정 집행 자체가 늦어지면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압박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회가 정부에 이달까지 추경편성안을 내놓으라고 했지만 실제 이행될지 미지수다.
24일 국회예산정책처는 ‘NABO 경제동향 & 이슈’에 들어있는 ‘디지털 예산회계시스템(D브레인)을 이용한 재정집행률 추정’보고서를 통해 “국회예산정책처가 자체적으로 추정한 올 2월 총지출 집행률은 20.1%로 2010~2024년까지 15년간의 2월 평균 집행률인 20.8%보다 낮은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디지털 예산회계시스템(dBrain)에 수록된 재정지출액 원자료를 활용해 항목별 재정 집행률을 추정하고 있다. 이는 재정지출 분석의 시차를 최소화하려는 시도다. 한국재정정보원(KOFIS)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예산시스템이 정부 재정 실집행액을 시차 없이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추정치는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집행률과 매우 유사한 추이를 보이는 특징이 있다. 정부의 공식 집행률 발표에 앞서 재정지출 동향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조기 집행실적이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지방정부 경상이전 집행률과 가계 등 경상이전 집행률 추정치도 예년 평균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국회예정처가 추정한 경상지출 집행률은 2월까지 20.4%, 자본지출 집행률은 17.5%였다. 경상지출은 재화 및 용역, 이자지급, 보조금 및 경상이전(지방정부, 가계 등)을 포함하고 자본지출에는 고정자산취득, 토지 및 무형자산매입, 자본이전 등이 들어가 있다.
대통령 리더십 부재 상황에서 재정 조기 집행률이 낮아지면서 추경 편성의 필요성이 강해지고 있지만 기획재정부가 추경편성을 들어갔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추경 편성에 다소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야 지도부가 이달 말까지 추경편성안을 국회로 보내달라고 요구했지만 실제 시행될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35조원, 국민의힘은 15조원의 추경 편성 의견을 내놓았고 일단 정부가 편성해 오면 세부 내용을 심사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지난달 23일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민생 지원,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지원, 통상 지원 등 세 가지 추경 편성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해놓는 등 거대야당인 민주당과 추경 편성을 주도하는 기재부의 ‘불편한’ 관계가 만들어졌다. 최 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에 맞서 민주당이 여야정 국정협의체 참여를 회의 직전에 보이콧했다. 그러면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한 대화 상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못 막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최 대행을 뺀 채 여야 협의체로 격하시킨 후 ‘이달 중 정부에 예산편성 요구’를 담은 합의안을 만들어냈다. 대통령실과 기재부를 제외한 여야의 합의가 힘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추경편성이 ‘후순위’로 밀리는 이유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