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청년부담”…세대 갈등 부추기는 정치권
숙의공론화, 20대 소득보장론 압도적 선호
‘정년 연장’도 2030세대 80%안팎 ‘찬성’
“표만 바라보고 오락가락 하는 나쁜 정치”
거대 양당 지도부가 이끈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모수 개혁안에 여야 정치권들이 나서 ‘청년들에게 부담을 몰아 준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이 실제 청년들의 상황과 생각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세대간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숙의 공론화를 거친 후 20대의 경우엔 재정안정보다는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왔다. 30대는 재정안정과 소득보장 모두 중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2030세대는 자신과 부모세대를 이분법적으로 갈라서 생각하지 않는데 반해 정치권이 청년세대와 기성세대를 나눠 청년층 표심에 호소하는 발언들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는 대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24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이번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청년의 부담을 가중시켰다며 비난한다”며 “이치에 닿지 않는 정략적 주장”이라고 했다. 그는 “소득대체율을 더 낮춰 연금액을 더 삭감하는 게 과연 청년의 부담을 더는 것이냐”며 “노령세대의 연금이 줄어들면 그들의 생계와 생활을 다른 방식으로 지원하지 않을 수 없고 국가가 예산으로 지원하게 되면 그만큼 청년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고, 개개인이 부모의 생계와 생활을 책임져야 한다면 지출 부담이 늘어난다. 어느 경우든 청년의 부담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연금액을 줄이면 장차 연금을 받게 될 청년의 연금액 자체도 줄어들게 됩니다. 청년도 연금 삭감이라는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제도의 본질과 취지를 애써 모른 척하면서 이치에 닿지 않는 거짓 선동을 멈추기 바란다”고 했다.
연금 부담 증가와 부모세대의 과도한 수령을 과대평가해 청년들의 불안과 공포감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 의장은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보수진영의 일부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거짓선동”이나 “정략적 주장”이라고 했지만 민주당 의원들 역시 같은 이유로 대거 반기를 들었다.
하지만 모수개혁을 우선 처리하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알려졌는데도 당시 민주당 내부에서는 ‘반대’나 ‘반발’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지 않았고 지난 19일 비상의총에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 없이 지도부에 일임하면서 사실상 추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고는 실제 본회의에서 투표할 때엔 민주당 의원 20여명이 반대나 기권표를 던졌다.

◆청년들의 생각은 = 청년들은 자신들의 부담만을 고려해 ‘더 내고 덜 받는’ 재정안정론을 선호하지 않았다.
지난해 국회 연금특위에서 500명의 시민숙의단을 만들어 숙의 끝에 내놓은 2030세대의 결론은 재정안정론보다는 소득보장론에 쏠려 있었다.
당시 이들은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50%로 현재(40%)보다 대거 상향조정하는 소득보장론과 보험료율은 12%까지만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현재와 같은 40%로 유지하는 ‘재정안정론’을 놓고 숙의를 거쳤다.
‘2024 연금개혁 공론화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과 4월에 이뤄진 숙의단 설문조사는 3차례에 걸쳐 이뤄졌고 비교분석엔 숙의를 거치지 않은 1차 조사와 두 번의 숙의토론회에 참여한 49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2%p) 2차 조사는 숙의토론 직전(동영상을 통한 이러닝, 자료집 등 자가학습 이후)에, 3차 조사는 숙의토론 4일차 토론회 직후(전문가 발표, 2번의 분임토의, 전문가 상대 질의응답 이후)에 이뤄졌다.
시민숙의단 전체는 1차에서 소득보장론에 36.9%, 재정안정론에 44.8%가 동의했지만(모름 18.3%) 3차 조사에서는 56.0%, 42.6%로 역전됐다.(모름 1.3%) 재정안정론을 선택했던 사람들 중 절반이 넘는 53.4%가 소득보장론으로 이동했고 소득보장론 지지자 중에서 숙의 이후 재정안정론으로 바뀐 비율은 36.5%였다.
세대별로 보면 29세 이하의 경우 처음엔 재정안정론에 절반이상(50.5%)이 지지의사를 밝혔지만 3번째 조사에서는 소득보장론(53.2%)으로 돌아섰다.
30대는 1차 조사에서 소득보장론이 42.7%로 재정안정론(39.6%)을 앞섰지만 3차 조사에서는 재정안정론이 51.4%의 지지를 얻었고 소득보장론 지지율은 48.6%를 기록해 비슷한 지지율을 기록했다.
◆2030세대, 국민연금 가입 상한 연장에 80% 동의 = 2030대 청년세대가 자신의 부담과 함께 고연령층의 소득안정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년연장’ 여론조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18~20일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정년을 65세로 올려야 한다’는 데에 20대(만 18세 이상)와 30대의 찬성률이 78%, 83%로 전체 연령대 평균 79%보다 낮지 않았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이는 숙의공론화에서 20대와 30대가 국민연금 가입 상한을 현재 만 60세에서 만 64세로 연장하는 방안에 대한 찬성률(20대 79.0%, 30대 81.2%)과 맞닿아 있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인상이 청년 세대 부담만 늘린다는 논리에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은 거대양당이 앞장서 제기하는 ‘감세’가 청년들에게 국가부채를 떠넘기는 것인데 이에 대한 당내의 반대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놨다. 박 전 의원은 “미래세대 생각해 국민연금 개혁 반대한다는 사람이 미래세대에 빚 떠넘기는 상속세 깎아주자고 주장하니 전형적인 청년들 뒷통수치는 정치 아니냐”며 “표만 바라보고 오락가락하는 정치, 그게 제일 나쁜 정치”라고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한 비판이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 전체 의원에 대한 지적이기도 하다. 거대양당은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폐기, 가상자산 과세 연기에 합의했고 상속세 감세를 주장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