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편성지침에서 ‘재정건전성’ 강조, 왜?

2025-03-25 13:00:13 게재

고령화에 연금 등 의무지출예산 계속 커져

4년째 재량지출 구조조정 예고 … 한계절감

저성장 고착화에 세입기반도 갈수록 취약

기획재정부가 25일 발표한 ‘2026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보면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그동안 현 시점의 재정건전성에 방점을 찍었다면, 앞으론 미래의 재정건전성까지 본격 점검해야 한다는 취지다.

가속화되는 고령화 탓에 각종 연금 부담이 급증하는 반면 성장동력 약화로 세수는 줄어들면서 재정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문제인식이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올해 중순쯤 새 정부가 들어설 수 있는 정치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량지출 옥죄기만으론 한계 = 기재부는 현 재정여건에 대해 “국가채무가 주요국에 비해 건전한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향후 성장률 저하에 따른 세입기반 약화, 고령화 등에 따른 의무지출 증가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미래지출 압력에 대비해 지속적인 재정건전화”를 주문했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무엇보다 세출부문의 의무지출을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는 것이 예산당국 판단이다. 총지출은 법적 지급의무가 명시된 ‘의무지출’과 정부 필요에 따라 줄일 수 있는 ‘재량지출’로 나뉜다. 재량지출에는 정부의 정책의지가 반영된다면 의무지출은 복지수요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도 재량지출을 10% 이상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담았다. 4년 연속 지출 구조조정이다. 하지만 인건비를 비롯한 ‘경직성 지출’을 제외한 순수한 재량지출은 120조~140조원 규모에 불과한 상황이어서 한계가 뚜렷하다.

◆세입여건도 불확실 = 결국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의무지출을 손질할 수밖에 없다는 게 기재부 판단이다. 최근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민연금 모수개혁’도 일종의 의무지출 조정에 해당한다.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해 중장기 의무지출 소요를 점검하고 구조개편 등으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의무지출은 올해 365조원에서 2028년 433조원으로 급증하지만, 재량지출은 올해 308조원에서 2028년 323조원으로 소폭 증가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예산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54.2%에서 2028년 57.3%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런 지적은 세입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와도 직결된다.

잠재성장률이 사실상 1%대로 추락하면서 법인세를 중심으로 세수 기반이 흔들리고, 글로벌 교역여건과 자산시장에 따른 국세수입의 변동성도 커졌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편성지침에서 “대내외 변동성 증가로 세입여건의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들어 세율을 전반적으로 하향조정했지만, 당초 정책기대처럼 ‘경기활성화에 따른 세수저변 확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세입여건은 더욱 악화하는 흐름이다. 2023년에는 사상최대인 50조원이 넘는 세수결손사태가 빚어졌고 작년에는 보수적으로 세입을 전망했지만 결국 약 30조원이 ‘펑크’났다. 올해 역시 저성장이 예고되면서 세입부족은 3년째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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