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국가 지정’ 여전히 오리무중…여야 “네 탓”
조태열 “미국이 구체적 사례 설명 안해”
민주당은 ‘여권 핵무장론’ 원인 지목
여당은 민주당 ‘줄탄핵·친중노선’ 탓
미국이 우리나라를 ‘민감국가’로 지정한 구체적인 이유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여야는 서로를 향해 이 사태에 책임이 있다며 공방을 벌였다.
24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이유인 ‘보안 문제’의 정확한 의미를 묻는 질문에 “미국은 구체적인 사례, 특정된 사례를 가지고 설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미국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에 포함한 것은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후 미국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 직원의 보안 유출 사고가 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는데 이와 관련해 조 장관은 “하나의 예시가 될 수는 있는 걸로 안다”면서도 “하나의 사건 때문에 생긴 일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조 장관은 “미국 측에 따르면 한국은 가장 낮은 범주인 기타 지정국가로 3등급에 해당한다”며 “비확산, 테러방지에 초점을 맞춘 1,2등급과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감국가 지정에 대해) 미국 에너지부가 신흥 과학기술 부상으로 기술 지형이 변화함에 따라 기술 보안을 전체적으로 검토·강화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조치라고 설명했다”면서 “한국이 리스트에 포함된 이유에 대해서는 외교정책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외교정책적 사안이 아닌 보안 문제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이를 외교 문제로 보고 책임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미국이 민감국가로 지정한 원인을 여권에서 제기해온 ‘핵무장론’으로 추정하고 이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93년 작성된 외교문서를 근거로 “민감국가 리스트는 오직 핵과 관련된 문제임을 적시하고 있다”면서 “십여년간 지정 사유를 명백히 하지 않다가 문서 해제시점에서 (핵관련 문제라는 것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정부와 미국은 이 문제가 보안 관련 문제라고 말하지만 그게 지정 사유의 전부인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우리나라가 핵개발로 인해 민감국가로 지정된 전력이 있고, 이후로도 여러 번 핵물질을 추출한 데다 2023년부터 대통령, 국방장관 등이 핵무장을 주장했다”며 “이러한 상황에 보안 문제까지 엮이면서 민감국가에 포함됐다는 추정이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은 “2023년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리스트에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등의 국가가 포함돼 있다”면서 “기존 나라들을 보면 우리나라가 보안 이유 하나만으로 들어갔다고 보기에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민감국가 지정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민주당의 ‘줄 탄핵’과 ‘친중 노선’으로 한미 간 신뢰 관계가 훼손됐다고 받아쳤다.
김기웅 국민의힘 의원은 “한미 관계의 중요성이나 문제의 성격 때문에라도 우리 모두 신중하게 접근해야할 사안”이라며 “이미 산자부 장관의 방미 이후 해결책이 가닥 잡혀가고 있는데 계속 의혹을 부추기기 위한 정치 쟁점화는 국익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