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존의 공간 국립공원, 그 의미를 되새기며
3월 24일 치악산국립공원에 있는 구룡사에서 제5회 국립공원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올해는 국립공원의 가치를 모두 함께 되새겨 보고 제고해 보고자 ‘아름다운 공존, 함께 그려가는 국립공원’으로 주제를 정했다.
국립공원은 단순한 보호구역이 아니다. 오랜 세월 우리 곁을 지켜온 역사와 문화의 터전이며, 수많은 생명이 깃들어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지역사회와 연결된 소중한 공간이다. 우리는 이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역사 문화 등 공존의 가치 되새기는 공간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로 인한 위험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보고서에서는 “최근 생물멸종은 자연멸종 속도보다 100배 빠르다”고 경고했다. 하버드대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은 “생물다양성이 사라진 세계는 인간 생존도 위협받는 세계”라고 말했다.
경제학의 ‘근린궁핍화 정책’은 한 나라가 단기적 이익을 위해 상대국을 희생시키지만 결국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현상을 뜻한다. 자연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지 않다.
국립공원에는 다양한 동·식물과 이해관계자가 있지만 각자의 이익만을 추구하면 공존의 균형이 무너진다. 국립공원은 우리가 공존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공간이 아닐까 싶다. 국립공원에는 자연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함께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쉰다. 특히 사찰림은 지금의 국립공원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공익적 가치에 비해 국민에게 알리고 저변을 확대하는 노력은 부족했다. 과거 전쟁과 벌목 등으로 산림이 훼손되는 와중에도 관리가 엄격했던 사찰림은 양호한 상태로 유지돼 오늘날 국립공원의 모습이 되었다. 이는 곧 동·식물의 편안한 서식처로 또는 탄소저장고나 휴양과 치유의 공간으로 다양한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립공원 속 문화유산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자연과 인간이 함께해 온 지혜의 공간으로 바라볼 때 그 의미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국립공원은 지역주민들의 터전으로 그들의 삶과 국립공원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오랜 기간 첨예한 대립과 지난한 갈등의 모습을 띄기도 했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국립공원으로 경제적 가치가 약 1.9배 상승했고, 무등산 등 도심형국립공원의 경우 경제적 가치가 평균 6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관광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은 실천 모여 공존의 미래 만들어가길
다양한 생명들이 공생하는 공간이며, 현세대와 미래세대 모두에게 휴식과 치유를 제공하는 공유의 공간이 바로 국립공원이다. 울창한 숲, 웅장한 능선을 미래세대와 함께 누리려면 기후위기와 환경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 쿠퍼는 사랑하는 딸과 인류의 생존을 위해 우주로 떠나고 결국 그 사랑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인류와 미래세대를 구하게 된다. 과연 우리의 국립공원은 다음 세대에도 같은 모습일까. 국립공원은 인간이 일방적으로 점유하는 공간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숨 쉬며 공존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공간이다. ‘아름다운 공존, 함께 그려가는 국립공원’이라는 올해의 주제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공존을 고민하는 마음이 모이면 국립공원의 미래도 달라질 것이다.
국립공원에서 작은 실천들이 모여 자연과 사람, 문화와 지역사회가 조화를 이루는 공존의 미래를 만들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