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찬 칼럼
트럼프의 비정상적 경제정책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가 내뱉는 말들, 쏘아대는 정책들을 온세계 미디어들이 생중계하다시피 보도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그의 말과 정책에 담긴 의중을 파악하고 해석하는 데 전세계의 기업가 투자자 정책결정자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국력 특히 경제력을 감안하더라도 정상은 아닌 상황이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초기에 적극적인 의견개진을 꺼려했다. 주로 미국이 선도해온 기술혁신에 따라 급변하는 산업들, 역시 미국주도의 세계화에 따른 사회문화적 변화, 그리고 이러한 추세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나는 각국 국내정치의 불안정한 상황 등으로 경제학자들이 교과서에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게 한가하게 들리고 또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혁신하는 세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제학 자체에 혁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뉴턴 물리학이 잘 맞지 않아 상대성 이론이 나왔듯이 새로운 시대의 경제현상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경제학이 갑자기 사회과학에서 점성술로 지위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뉴턴 물리학이 아직도 많은 물리 현상을 설명하듯이, 경제학은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나 상당한 설명력이 있다. 예를 들어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만유인력의 법칙처럼 지금도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거슬러 싸웠던 로마제국의 황제도 프랑스 혁명기의 독재자도 모두 패배했다. 억만장자 미국 대통령도 경제법칙을 이길 수는 없다.
미국 대통령도 경제법칙 이길 수는 없어
트럼프 정책의 오류를 다 지적하려면 책 한권을 써야할지 모른다. 짧은 지면이 허용하는 대로 몇가지만 얘기해보자.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트럼프의 국제교역 이론에 대한 도전이다. 트럼프는 전세계 교역을 축소시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전통적 교역이론은 자유무역의 이점을 잘 설명한다. 생산성에 우열이 있는 국가간에도 교역은 상호이익을 가져온다는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 대표적이다.
노동의 이동은 예나 지금이나 제한적이다. 볼프강 스톨퍼와 폴 새뮤얼슨이 정립한 스톨퍼-새뮤얼슨 정리에 따르면 상품교역은 노동이동의 제한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민제한을 통해 노동의 이동을 제한하면서 상품교역까지 축소시키고 있다. 트럼프가 사용하는 교역축소의 수단은 관세인상이다.
한 나라의 관세인상은 교역상대국의 관세인상으로 이어져서 승자 없는 교역축소로 귀결된다는 것은 이미 역사적으로 검증된 현상이다. 국제교역 축소는 전세계의 생산과 소비의 축소로 이어진다. 전세계적으로 트럼프발 불경기가 초래될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교역상대국의 탓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간단한 산수로 밝힐 수 있는 오류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미국민들의 소비가 생산보다 크기 때문에, 다시 말하면 미국의 저축률이 낮기 때문에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아무리 관세를 올리고 교역을 축소시켜도 미국민의 저축률이 높아지지 않는 한 미국의 무역적자를 없앨 수는 없다.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온 세계화는 국가간 상품과 자본 이동의 확대로 세계에 경제발전을 가져왔다. 오도된 미국 교역정책의 역주행은 미국경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를 후퇴시킬 것이다.
이번에는 존 메이너드 케인즈 이론의 입장에서 수요측면의 거시정책을 살펴보자. 트럼프 거시정책의 핵심은 정부지출의 축소다. 복지지출을 줄이고 연방정부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정책목표는 정부효율성 증대다. 물론 효율성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거시경제적으로 보면 정부지출은 수요창출의 주요 수단이다. 불황이 심할 때에는 멀쩡한 땅을 파고 다시 메우는 일을 반복해서라도 고용을 늘리고 정부지출을 늘려야 한다. 기업에서는 효율성과 이윤창출이 전부이지만 정부는 거시경제 관리를 위해 비효율도 용인해야 한다.
기업인으로서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민간부분과는 다른 공공부문의 지향점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인 출신인 트럼프는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참모들이 필요한데 자신을 닮은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에게 정부효율화를 맡김으로써 미시적 효율성은 증대시킬 수 있을지 모르나 거시적 경제를 그르치고 있다. 연방정부의 대량인력감축은 단지 고용축소만을 가져오는 게 아니고 연쇄적으로 소비위축을 포함 심각한 수요측면의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인기영합 트럼프 머지않아 정책 유턴할 것
대중인기에 영합하는 성향의 트럼프는 머지않아 어떤 형태로든 정책유턴을 할 것이지만 그 때는 이미 늦었을 것이다. 더욱이 손상된 정책신뢰와 불확실성의 증대는 돌이킬 수 없는 짐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해서만 얘기하려해도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야 되겠지만 일단 여기서 맺기로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