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법원작성 피해자진술조서 증거능력인정”
출국한 피해자 검찰조서 증거채택해 1심 유죄 선고
2심, 사법공조로 증거채택 파기자판 유죄 … 대법 확정
사법 공조에 따라 중국 법원에서 작성된 피해자 진술조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8월경 회사 숙소에서 회사 동료인 피해자 B씨와 술을 마시던 중 아무 이유 없이 술에 취해 흉기를 휘둘러 B씨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사건 발생 후 검찰 조사를 받고 중국으로 출국했다.
1심 과정에서 A씨 측이 피해자 진술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데 동의하지 않으면서 B씨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B씨가 출국한 뒤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등의 검찰측 설명에 따라 1심 재판부는 증인 채택을 취소하고 B씨 검찰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공판기일에 진술해야 하는 사람이 외국 거주 등으로 진술할 수 없는 때는 예외적으로 조서를 증거로 쓸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을 적용했다.
하지만 2심은 A씨가 법원에 출석해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은 잘못됐다는 취지로 파기자판했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 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B씨가 수사 과정에서 ‘곧 중국으로 떠날 예정’이라고 거듭 말했음에도 검찰이 외국 연락처를 사전에 확인하거나 출국을 미루게 하는 등 직접 법정에 출석시켜 진술하게 할 수단을 강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심은 대신 중국 사법당국에 국제형사사법 공조 절차를 요청했고, 이에 따라 중국 길림성 고급인민법원에서 이뤄진 B씨의 신문기록을 증거로 인정해 1심과 동일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상고심에서 우리 정부와 중국과의 형사사법 공조조약에 따라 중국 사법당국에서 실시한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원심은 ‘국제형사사법 공조법’과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 간의 형사사법 공조조약’에 따라 길림성 고급인민법원에서 실시한 피해자 신문기록을 증거로 삼아 유죄 판단을 내렸고, 이에 잘못이 없다”며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