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산취득세는 ‘초부자 감세’… 배우자+자녀 3명이상일 때 상속 20억원까지 면세

2025-03-26 13:00:18 게재

상속재산 50억원까지 실효세율 한 자릿수로 떨어져

“담세능력 따른 공평과세” “자산불평등 심화, 세수감소”

정부 방침대로 상속세 과세 기준을 유산취득세로 바꾸면 고자산가가 더 많은 혜택을 얻고 자산양극화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유산취득세 방안을 적용할 경우 ‘배우자와 자녀수 3명 이상’일 때엔 상속재산 20억원까지 비과세되고 50억원까지는 실제 세금을 내는 비율인 실효세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산세의 유산취득세 전환이 초부자감세라는 비판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26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상속세 유산취득세 과세 방식으로의 전환 개편 동향’ 보고서에서 “상속인이 배우자와 자녀 1명인 사례의 경우 실효세율이 0.9~4.9%p 줄어들고 배우자와 자녀 4명이면 실효세율이 5.2~16.5%p 감소한다”고 밝혔다.

현재 상속세 과세 방식인 유산세 방식은 상속을 받는 전체 유산을 기준으로 과세한 다음 남은 부분으로 분배하게 된다. 반면 정부가 새롭게 내놓은 유산취득세 방식은 상속인들이 취득한 각 상속재산가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상속세를 부과하는 24개 OECD 국가 중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와 함께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3개국은 배우자 상속에 대해 면세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5억원의 일괄공제와 함께 5억~30억원까지 배우자 공제를 해 주고 있다. 정부의 개편안은 자녀공제가 5억원, 배우자공제가 30억원까지이다.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면 배우자 유무와 자녀수 등 상속인 수가 증가하는 경우 상속재산 분산으로 실효세율 인하효과가 커진다. 고액 자산가들의 세금 부담이 줄어들어 자산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배우자와 자녀 1명인 경우 50억원까지 유산세와 유산취득세의 실효세율은 같다. 상속자산 10억원까지는 면세되고 20억원은 2.5%, 30억원은 5.0%, 50억원은 8.8%로 적용된다. 다만 100억원과 500억원부터는 두 제도간 세율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100억원의 경우엔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바꿀 경우 실효세율이 27.9%에서 23.3%로 떨어지고 500억원일 경우엔 45.6%에서 44.7%로 낮아진다.

배우자와 자녀 2명의 경우엔 상속규모 20억원부터 유산세율(6.6%)과 유산취득세율(0.7%)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30억원 상속땐 유산세의 경우 10.8%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유산취득세는 4.1%만 내면 된다. 50억원과 100억원 상속에 대해서는 유산세율과 유산취득세 실효세율이 15.7%, 27.9%에서 8.8%, 19.2%로 뚝 떨어진다. 500억원대로 가면 45.6%에서 43.3%로 낮아진다.

‘배우자와 자녀 3명’인 경우와 ‘배우자와 자녀 4명’인 경우엔 유산세와 유산취득세 실효세율 격차가 더 커졌다. 자녀가 3명일 때는 10억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지만 20억원땐 유산세를 적용하면 9.5%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유산취득세에서는 면제 혜택을 받게 된다. 30억원 상속에 대해서는 각각 14.7%, 2.4%로 큰 차이를 보였다. 50억원과 100억원의 경우엔 19.4%에서 7.4%, 27.9%에서 16.4%로 세 부담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500억원으로 상속자산이 늘면 45.6%에서 41.8%로 세율 하락 효과를 보게 될 전망이다.

자녀가 4명일 때는 20억원 상속자산에 대해 현재의 유산세 방식에서는 11.3%의 실효세율로 세금을 내지만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면 면제되고 30억원에서도 유산취득세 실효세율은 0.6%로 유산세(17.1%)에 비해 세 부담이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된다. 50억원은 22.2%에서 5.8%로, 100억원은 29.3%에서 14.7%로 실효세율이 뚝 떨어지는 데다 500억원의 경우도 45.6%에서 40.4%로 5%p 이상 줄어들면서 최소 25억원의 감세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최석규 분석관은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을 찬성하는 측의 의견은 담세 능력에 따른 공평과세를 실현하고 현행 증여세와의 과세 기준 일치로 인해 과세체계를 합리화할 수 있다”며 “반대측 의견은 유산취득세 전환으로 상속세 부담이 완화돼 부의 대물림에 대한 과세 약화로 인한 자산불평등 심화와 세수 감소로 인해 국가 재정의 기반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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