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퇴임 시점이 마지노선
헌재, 28일 오전까지 ‘윤 탄핵심판’ 선고일 미정
4월 18일까지 3주 남아 … 시민사회 비판 목소리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선고일을 잡기 못하면서 길어지던 헌재의 시간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오는 4월 18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퇴임 시점이 사실상 마지노선이어서 변론종결 이후 4주가 지났지만 남은 시간은 3주 밖에 남지 않아서다. 정치권과 국민들의 선고 촉구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4월 초에 나올지 주목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이날 오전까지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발표하지 않았다. 재판관들은 지난달 25일 변론종결한 뒤 매일 평의를 해왔으며 이날 오후에도 평의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고 당일 헌재 주변 통제, 인근 학교 임시 휴업, 취재 조율 등을 위한 사전 준비 기간이 최소 2일은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아무리 일러도 다음주나 돼야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다음주에는 ‘4.2 재보궐선거’가 예정된 만큼 선고일은 다음달인 3일 이후로 잡힐 가능성이 크다. 헌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란을 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문 대행과 이 재판관이 2019년 4월 19일 취임해 다음 달 18일이면 임기 6년을 마치고 퇴임하기 때문에 그 전에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두 재판관이 퇴임하면 헌재는 ‘6인 체제’가 된다.
이 경우 법적으로 선고가 불가능하진 않지만 향후 결정의 정당성을 두고 논란이 일 수밖에 없어 헌재가 어떻게든 그 전에 사건을 결론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법에 따라 파면 결정을 하려면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앞서 헌재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 사건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 관련 국회와 대통령 권한대행 간 권한쟁의심판 등을 처리했다.
헌재에 접수된 탄핵 사건 중 남은 것은 윤 대통령, 박성재 법무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사건까지 모두 3건이다. 박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은 변론 종결 후 선고를 기다리고 있고, 조 청장의 탄핵심판 사건은 아직 준비 절차도 열리지 않았다. 주요 사건들을 대부분 마무리한 만큼 다음주쯤에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다만 헌재가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중 최장 기록(접수 104일째, 변론종결 31일째)을 이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재판관 간 이견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문 대행과 이 재판관이 퇴임하는 다음달 18일이 임박해서야 선고할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에도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해 재판관 8인 중 7인만 남게 되는 2017년 3월 13일의 직전 업무일인 3월 10일 선고가 이뤄진 바 있다.
문 대행과 이 재판관이 퇴임하기 전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 등 일반사건 선고도 4월 중 한차례 예정돼 있다. 일반사건 선고는 통상 목요일에 한다.
헌재가 전날 이미 정기선고를 열었기 때문에 일반사건 선고가 4월 3일에 연이어 나올 가능성은 작다. 4월 10일 또는 17일이 가능한데, 17일은 퇴임 바로 전날이어서 10일일 가능성이 보다 큰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 관계자는 아직 선고일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4.2 재보궐선거 이후인 4월 3~4일 혹은 14~16일 중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반사건 선고와 연이어 4월 11일에 선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헌재가 예측할 수 없게 선고를 늦추는 건 이례적이다. 재판관 일부가 선고에 대해 합의해 주지 않는 상황일 수도 있다”며 “다만 문 대행과 이 재판관이 퇴임하는 다음달 18일을 넘기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헌재가 지난달 25일 변론종결 후 한 달을 넘긴 상황에서 더는 선고일 예측이 무의미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편 헌재가 윤 탄핵심판 선고일을 한 달이 넘도록 잡지 않으면서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탄핵 찬반입장을 불문하고 선고 촉구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7일 국회에서 담화문을 통해 “선고가 지연될수록 사회가 감당할 혼란이 커질 것이고 그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이 치르게 된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재판소를 향해 “헌법재판관 눈에는 나라가 시시각각 망해가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지 묻고 싶다”며 “언제까지 헌법 수호의 책임을 회피할 작정이냐”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촉구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28일 오후 7시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윤 대통령의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집회를 한다. 촛불행동은 같은 시각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 입구에서 탄핵 촉구 촛불문화제를 연다. 두 단체는 윤 대통령이 파면될 때까지 매일 집회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은 27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지연을 비판하며 하루 총파업에 나섰다. 서울을 포함해 전국 14개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이뤄진 집회에서 노동자들은 탄핵심판 선고가 나올 때까지 12.3 비상계엄의 책임과 처벌을 요구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탄핵을 반대하는 측도 잇따라 선고 촉구 목소리를 냈다. 전광훈 목사 주축의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는 이날 안국역 5번 출구 앞에서 탄핵 기각 혹은 각하를 요구하는 종일 집회에 나선다.
윤 대통령 지지단체인 대통령국민변호인단은 오전 7시 헌재 일대를 행진한 후 헌재 정문 앞에서 릴레이 기자회견을 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