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혁신적 신기술의 생명주기

2025-03-31 13:00:12 게재

기술업계에는 신기술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유명한 말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기술의 단기적인 영향력은 과장되게 생각하는 반면 장기적인 영향력은 하찮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특히 당장 세상이 크게 변하거나 무언가 큰 일을 낼 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던 수많은 신기술들이 지금와서 돌이켜 보면 아예 사라지고 없거나 비록 살아는 있지만 존재감이 미미한 경우들이 많았다.

대략 20년 전의 전자책 기술이 있고 가까운 사례를 보자면 수년 전의 블록체인 등이 있다. 하지만 전자책이나 블록체인이 장기적으로도 별 비전이 있을지 없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발표 당시의 기대 효과를 훨씬 초월해서 장기적으로는 세상에 큰 변화를 만들어 낸 기술들도 무수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1956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쇼클리 존 바딘 그리고 월터 브래튼이 반도체 트랜지스터를 만들어낸 것은 1947년이었다. 이후 노벨상 수상에 대략 9년이 걸린 걸 고려하면 보수적인 학계에서는 꽤 빠른 시간 내에 이 발명의 중요성을 인정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트랜지스터를 이용한 거의 최초의 상업적 성공 사례는 발명 이후 10년의 세월이 지난 1950년대 중후반이 되어서야 세상에 나타난다. 바로 소니의 트랜지스터 라디오 출시 및 미국 수출이 그 사건이다.

처음부터 성공한 신기술 사례 드물어

괴팍한 쇼클리의 전횡에 괴로워하다가 독립한 여덞명이 휴렛팩커드라는 회사가 있던 지역에 각자 자리를 잡으면서 태동된 실리콘밸리는 1970년대 후반부터는 엄청난 인류의 기술혁명 유발 기지 역할을 수행했다. 바야흐로 인류는 컴퓨터와 통신의 결합으로 탄생된 정보화 혁명 시대를 거쳐서 지금은 인공지능 혁명 시대를 기대하고 있다.

1993년 출시된 최초의 개인정보단말기(PDA, Personal Digital Assistant) 애플 뉴튼도 마찬가지였다. 초기의 언론과 사람들의 기대감은 무척이나 컸다. 하지만 얼마의 시간이 지난 다음부터는 시장에서 외면받기 시작했고 그 뒤를 이어 지속된 아이팩(iPaq)등의 시도들도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서 PDA는 별 볼 일이 없다는 선입관이 생겨났다.

삼성에서 윈도우즈CE 기반 스마트폰인 MITS 시리즈를 지속 출시했고 미국에서는 블랙베리 스마트폰이 큰 인기를 끌었지만 어디까지나 틈새시장일 뿐이라는 평가를 받곤 했다. 마침내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되었을 때도 비슷한 선례를 따를 것이라는 예측이 태반이었지만 이후 인류의 생활 패턴은 혁명적인 수준으로 바뀌었다고 느낄 수 있다.

최근 10여년 동안 지속적인 관심과 각광을 받고 있는 인공지능 분야도 별반 다르지 않다. LLM과 결합된 생성형 인공지능에 엄청난 관심을 보이다가 어느새 딥시크의 비용절감이라는 화두에 열광하다가 지금은 또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사람 수준에 도달한 최초이자 지금까지도 정확도 측면에서 유일한 사례인 합성곱신경망(CNN, 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을 이용한 컴퓨터 비전 기술개발의 주역인 ‘얀 르쿤’이 비판하고 있듯이 LLM이 가진 본질적이고 치명적인 결함이 아직 해결된 것도 아니다. 기술개발의 현재 방향이 과연 이 본질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실패한 신기술에도 관심과 격려를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흥분을 조금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조차 무시를 하는 것이 매우 위험한 자세이자 심지어 매우 좋은 기회를 놓쳐버릴 확률이 높다.

수십년 동안 브라운관(CRT)을 넘을 수 없던 액정표시장치(LCD)가 정작 문턱을 넘자마자 CRT를 멸종시키기에는 수년밖에 걸리지 않았고 스마트폰이 피처폰을 몰아내는 데도 수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여러번 실패한 신기술에 계속 집착하면서 결국 세상을 바꾼 사례가 성공한 신기술의 대부분의 이면이다.

그래서 오늘 실패한 신기술에도 지속되는 관심과 격려를 보내고 투자하는 사회적인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신기술이 저항의 문턱을 넘는 순간 그동안의 실패에 따른 기회비용을 모두 회수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천문학적 수익을 내는 것도 삽시간내에 이루어지곤 하기 때문이다.

이해성 내일e비즈 CTO/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