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리스크학회 “기후위기는 현실”
일본 보험사, 기후 공시 일반화
주목받는 재난대비 지수형보험
올초 미국 LA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한 데 이어 한국에서도 경상북도 지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이 발생했다. 미국 산불을 먼발치에서 보고 있던 한국 보험업계도 “기후위기가 현실이 됐다”며 긴장하는 모습이다. 관련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일도 버겁지만 기후위기가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에서는 한국리스크관리학회가 주최한 국제 세미나 ‘기후리스크와 보험보장 갭’이 열렸다.
이날 ‘일본의 지속가능성 및 기후변화에 관한 리스크 정보 공개(Risk Information Disclosure on Sustainability and Climate Change in Japan)’를 주제발표한 카스유키 카메이 일본리스크관리학회 이사장은 “일본의 보험사와 기업들은 2005년부터 기후변화에 대한 공개를 포함한 ‘비즈니스 리스크’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며 “2023년 이후 기후변화 외에 지속 가능성 문제도 언급할 의무가 생겼다”고 소개했다.
일본 주요 보험사들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0)를 위한 목표를 공시하고 있다.
솜포보험사는 기업들의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전환 보험(Transition Insurance)도 출시했다. 미쓰이스미토모해상보험 역시 자연 재해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 위험 평가 도구를 개발하고, 각종 친환경 금융상품을 내놓고 있다.
동경해상일동화재보험은 한발 더 나아가 보험계약시 고객사들의 탄소배출 상황도 따진다. 동경해상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고배출기업 60개를 꼽아 기후위기를 검토키로 했다. 온실가스 고배출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경쟁사보다 비싼 보험료를 지불하게 된다.
송영일 한국기후변화학회 회장은 “과거에 국내에서는 2~3년에 한번 가뭄이 발생하는 추세였지만 2008년 이후 가뭄이 매년 발생하고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이 현저히 줄어도 최소 수십년은 과거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인한 악영향이 나타나기 전에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대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기후변화 적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보험업계에서 기후 위기를 대처하는 방안으로는 지수형 보험 도입을 꼽는다.
산불 재해 지역에 대해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주민 1인당 긴급재난지원금 30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예산을 투입하는 것보다 지수형 보험을 도입하면 관련 예산을 더 필요한 곳에 활용할 수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지수형 보험은 소액보험료를 내고 특정 재해가 발생할 때 피해 정도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동경해상의 지수형 지진보험 이퀵(Equick)이 대표적이다. 이킥은 기본형과 보급형 고급형 등 3개 상품으로 구성된다. 기본형의 경우 가입자가 보험료 4800엔을 내면 △진도 6약 지진시 5만엔 △진도 6강 10만엔 △진도 7 25만엔 등을 보험금으로 지급한다. 이 돈은 지진 대피소에서 생활하기 위한 일시적 비품과 일용품 등을 구입하거나 주택 피해로 차량에서 숙박할 경우 연료 비용, 거주지 긴급 수리비 등에 쓰인다. 지진이 발생하면 보험사가 문자메시지로 알리고 3일내 지정계좌에 입금해준다.
지수형 보험은 제3자가 보험료를 같이 부담하기도 한다. 인도의 풍수해 보험의 경우 보험료 일부를 국제기구(국제물관리연구소)가 부담하는 구조다. 강수량이 부족하면 9000루피, 이상 가뭄시에는 최대 1만8000루피를 보험금으로 지급한다.
남상욱 한국리스크관리학회 회장은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은 기후 위험에서 절대적인 보호가 필요하다”며 “국가와 지자체의 규제 융통성, 민간보험사의 상품 혁신 등 재정과 보험의 조화를 통해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