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잊혀진 밀레니엄 수학난제 ‘일기예보’

2025-04-01 13:00:04 게재

1969년 최초로 달에 도달한 아폴로 11호의 선장 닐 암스트롱은 “한 사람에게는 작은 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라는 말로 인류의 위대함을 표현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일주일 후의 날씨를 정확하게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유명 과학 유튜브에서는 태양계 밖의 행성을 찾아내며,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고, 라그란지 포인트에 우주망원경을 보내는 시대에 도대체 일기예보는 왜 정확하지 못하는지 의문을 쏟아낸다.

1989년 개봉한 영화 ‘백투더퓨처2’에서는 과거로부터 2015년에 도착한 주인공이 “5초만 기다리면 비가 그칠 것”이라는 대사 후 정확하게 5초 후에 비가 그치는 장면이 나온다. 2025년 현재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모든 것을 해내며 인공지능이 등장한 시기에 대기과학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2000년에 클레이 수학연구소는 우리 문명에 큰 기여를 할 것이지만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미해결 수학난제 7가지를 발표했다. 이후 2003년 푸앵카레 추측은 해결했지만 나머지 6개는 아직도 난제로 남아있다. 이 가운데 이름도 생소한 ‘나비에-스톡스 방정식’이 있다.

점성 유체 물질의 운동을 설명하는 ‘나비에-스톡스 방정식’을 체계화한 스톡스(1819~1903년) 박사. 출처: 위키피디아

다른 수학 난제는 일반인들에게는 활용성이 적지만 이 방정식은 직접적이면서 직관적으로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그 이유는 이 방정식이 유체를 다루는 기본 방정식이지만 양자역학과는 다르게 이 방정식의 해(解, solution)를 손으로는 풀 수 없기 때문이다.

낯선 유체현상과 나비에-스톡스 방정식

유체역학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낯설다. 대학에서 전공하기 전까지 유체역학과 관련된 내용은 밀도 압력 부력과 베르누이 원리가 고작이다. 하지만 우리는 유체(공기) 속에 살고, 유체(물)를 마시고, 유체(피)를 통해 산소를 공급받는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비행기 자동차 배는 유선형으로 만든다. 진공에서 움직이는 우주선을 제외하곤 유체를 떠나서 살 수 없다.

하지만 이 방정식은 너무 어려운 난제이기 때문에 수능출제가 불가능하다. 물리학에서도 유체역학을 잘 다루지않고, 일부 수학자들만 실제 상황이 아닌 1차원에서 이 방정식의 해가 존재하는지 씨름하고 있을 뿐이다. 방정식의 해가 있는지도 모르면서 공기와 물의 움직임을 어떻게 이해하고 예측하려는 것일까?

베르누이 원리와 양력.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유튜브에서는 비행기가 하늘을 날아가는 이유를 간단하게 베르누이 원리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곡선으로 된 비행기 날개 위쪽을 흐르는 공기는 아래쪽보다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움직인다. 그렇게 되면 베르누이의 원리에 따라 날개 아래쪽 공기의 압력이 높아져 비행기가 상승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에어쇼에서 뒤집혀 나는 비행기는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을까? 유체역학은 어렵다.

배면 비행하는 전투기. 출처: 공군 블랙이글스

일기예보는 다양한 생물리화학 과정과 함께 공기의 움직임을 다루는 유체역학이 기본이다. 나비에-스톡스 방정식을 풀어야한다. 하지만 이 방정식은 풀지 못한 난제다. 오히려 일기예보를 하는 것이 불가사의하다. 1+1=2라는 것을 증명하지 않고도 우리는 덧셈으로부터 수많은 기술을 발전시켜왔듯이 수많은 관측과 컴퓨터 같은 대규모 장비를 활용하여 실제 상황을 재현하고 예측하기 위한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게 된 것이다.

누군가가 필자에게 “명왕성에 우주선을 보내 사진을 찍는 것과 일주일 후의 날씨를 분단위까지 맞추는 것 중에서 누가 더 쉬우냐”고 묻는다면 “명왕성 사진을 찍은 것은 이미 일어난 일이지만 분단위 일기예보는 향후에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공기의 운동은 공기의 작은 움직임을 mm 단위까지 세밀하게 이해해야 가능한 상황이지만 이 정도로 세밀하게 지구 전체의 공기의 운동을 계산하는 것은 현재 우리의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일기도 못 맞추면서 기후를 예측한다고?

기후위기 시대다. 그런데 내일 날씨도 정확하게 모르는데 50년 후의 기후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 답을 제시한 사람이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클라우스 하셀만(Klaus Hasselmann) 박사다. 그는 짧은 시간 동안 생기는 구름 비 천둥 번개 같은 날씨 현상과는 다르게 장기간 유지되는 기후는 우리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클라우스 하셀만 박사. 출처: 노벨상위원회

하지만 이 결과가 가지고 있는 가장 공포스러운 측면은 우리가 화석연료를 배출하는 활동이 지속된다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기후를 만들 수 있으며, 이는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날씨 현상의 발생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처음의 작은 차이가 결국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유체현상. 손으로 해를 구할 순 없지만 우리가 그동안 얻은 대기과학 지식은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지구 가열이 일어났고, 이는 지구 생명체에 대한 위협이며, 우리가 직면한 위기는 빠른 시간 안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대전환으로만 벗어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작은 차이가 인류에게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홍진규 연세대 교수 대기과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