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기숙사 붕괴위험 10년 넘게 방치
인수 뒤에도 2년째 검토만 … 고용부, 근기법상 소음·진동 규제 “선언적 의미”라며 방관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내 이주노동자들이 거주하는 기숙사가 붕괴위험에 놓였는데도 10년 넘게 방치되고 있다. 이를 관리·감독해야할 고용노동부도 이주노동자의 위험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에 따르면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은 한화오션 내 제1기숙사 5동이다. 1층은 한화오션 노동자 3만명의 작업복을 세탁하는 세탁소로 30여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일터이고 2~4층은 이주노동자들의 거주공간 등으로 약 150여명이 상주한다.
김정열 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 활동가는 “1층 세탁소에서는 매일 25~30톤의 작업복 세탁이 이뤄져 건물 전체에 지속적인 진동이 가해지고 있다”며 “이러한 영향으로 바닥과 벽에 균열이 발생해 현재 수십개의 쇠기둥으로 버티고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1기숙사 5동의 붕괴위험에 처음 제기된 것은 2015년 1월 세탁소 노동자들에 의해서다. 2016년과 2019년 두차례에 걸쳐 해당 건물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이 진행됐지만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B등급 양호’ 판정을 받았다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김 활동가는 “오히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계속 문제 삼으면 세탁작업을 사외로 위탁하고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그사이 2023년 대우조선해양이 매각되고 사명이 한화오션으로 바뀌었다. 금속노조 웰리브지회는 한화인수단에 세탁소·기숙사 이전을 요청했고 당시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같은 해 5월까지 마무리하고 7월부터 세탁소 이전을 위한 부지검토를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조치 없이 검토 중이다.
김 활동가는 “한화오션은 2026년까지 안전에 1조9760억을 투자하며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조선소’ 를 만들겠다고 선포했다”며 “하지만 정작 정주·이주노동자들은 오늘도 임시로 설치된 쇠기둥에 생명을 부지하며 위태로운 삶을 감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도 한화오션 기숙사 붕괴위험을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은 지난해 12월 고용부 통영지청에 한화오션 사내협력사 이주노동자 기숙사가 근로기준법 100조(부속 기숙사의 설치·운영 기준), 100조의 2(부속 기숙사의 유지관리 의무), 그리고 시행령 55조(기숙사의 구조와 설비)를 어겼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근로기준법 100조는 부속 기숙사의 △구조와 설비 △설치 장소 △주거환경 조성 △면적 △근로자의 사생활 보호 등 근로자 주거에 필요한 구체적 기준을 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한 대통령령인 시행령 55조는 △소음이나 진동이 심한 장소 △산사태나 눈사태 등 자연재해 우려가 현저한 장소 등에는 기숙사를 짓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통영지청은 2월 26일 사건처리결과 회신에서 “관련 법규(근로기준법) 시행령에는 소음과 진동이 심한 장소에 기숙사 설치를 규제하고 있으나 실제 그 규제를 적용할 명확한 기준에 대해서는 별도 정하고 있지 않아 형사처벌 구성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보기 어렵다”며 “선언적 의미로서 기능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밝혔다.
김 활동가는 “고용부는 이주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최소한의 법 규정을 ‘선언적 의미’ 로 치부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 관계자는 “통영지청의 점검결과 한화오션 제1기숙사 5동은 기숙사 설치 및 운영기준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2년 넘게 검토 중인 것에 대해는 사과했다.
한화오션은 “세탁소 문제 제기 해소 차원을 넘어 조선소 근무인력의 증원에 따른 세탁 설비 확장 및 세탁소 근무자의 환경 개선을 위해 신규 설비 건설을 검토 중”이라며 “신규 설비 설치과정에서 현장 근무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국인 기숙사의 환경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정기적인 정착지원 간담회를 열고 기숙사 내 휴게시설 등 복지시설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가칭) ‘사람이 왔다_이주노동자 차별철폐 네트워크’ 등 100여개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8일 성명을 통해 “한화오션 기숙사 사태는 이주노동자를 탄압과 착취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정부의 태도가 투영된 결과”라며 “고용부 장관은 ‘한화오션 기숙사 붕괴위험 방치, 기숙사 관리·감독에 대한 직무유기, 사문화로 존재하는 시행령’ 문제에 대해 책임지고 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화오션은 이주노동자에게 안전한 기숙사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남진 정연근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