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장기화…잠재성장률 1%대로 추락
국회 예정처, 상반기 성장률 1.3%로 하향
“정치적 불확실성이 소비·투자심리 짓눌러”
리더십 부재의 권한대행체제가 100일을 훌쩍 넘었다. 경제주체들이 가장 꺼려하는 불확실성의 지속은 소비위축 등 내수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밖에서는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예고되면서 수출전선도 비상이다. 탄핵정국의 장기화와 미국 트럼프정부의 강력한 보호무역에 우리나라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잠재성장률은 1%대로 추락했고 실질성장률 역시 1%대 중반 밑으로 내려앉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1일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는 ‘2025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잠재성장률을 1.9%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10월에 예상한 전망치보다 0.2%p 낮춘 것이다. 잠재성장률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전제로 한 경제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생산요소들을 이용해 도달할 수 있는 성장수준을 말한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에 5.08%에서 2006~2010년엔 4.07%로 하락했고 2011~2015년엔 3.26%로 주저앉았다. 2019~2023년엔 2.33%로 떨어지더니 올해 들어 2%대마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25년 만에 3%p 이상 낮아졌다.
예정처는 6개월 전에 낸 경제전망보고서에서 2028년까지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봤으나 12.3 내란사태와 트럼프발 충격으로 급격하게 경제체력이 떨어지는 분위기다.
잠재성장률 하락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연령인구(15~64세 인구)와 경제활동참가율 감소, 정부·민간 투자 둔화, 기술혁신 및 R&D 투자 약화 탓이다.
12.3 내란사태가 벌어진지 120일째이고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대통령이 부재한 권한대행 체제도 109일째 이어지고 있다. 정치 불확실성은 경제정책 불확실성으로 이어지면서 투자 소비 등 내수위축으로 옮겨붙을 수밖에 없다. 결국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이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예정처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1.5%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6개월 전 예상치보다 0.7%p 낮춘 수치다.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는 1.3%로 6개월 전 예상치보다 0.7%p나 낮추며 지난해 하반기와 같은 침체국면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부진의 핵심은 정부와 민간의 소비와 투자 위축이다. 예정처는 “정부소비와 정부투자는 재정지출 증가세 둔화와 SOC 예산 축소 등의 영향으로 증가율이 2024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민간소비는 금년 점진적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경기둔화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소비심리가 악화하며 회복이 더뎌졌다”고 했다.
특히 민간소비 증가율을 1.5%로 6개월 전 전망에 비해 0.4%p 낮춘 것과 관련해 “국내 정치 불확실성 확대, 실질 구매력 개선 지연 등으로 소비부진이 지속됨”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하방 위험요인’들로 △건설업 등 내수 부진의 심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공격적인 관세정책과 교역분쟁 격화 가능성, △환율 불안 재연에 따른 기준금리 인하 여건 악화 △비상계엄사태 이후 높아진 정치적 불확실성을 꼽았다. 예정처는 “수출의 조기회복 여부는 대외적 요인에 크게 의존한다.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내수가 뒷받침하지 않으면 하방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소비 및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회 예정처는 현재 경기를 빠르게 하강하는 국면으로 진단하면서 내수 위축과 미국발 관세 폭탄의 지속가능성을 경고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