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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폭탄과 유럽의 대응

2025-04-02 13:00:05 게재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적이자 착취자다.”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동맹의 반전'으로 그는 EU에 분노하며 적대시하고 있다. 1980년대만 해도 미 대통령이 이같이 표현했다면 유럽에서 수십만명이 거리로 나와 ‘반미 시위’를 벌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EU는 조용하다.

한때 유럽의 반미주의는 전설적이었다. 유럽의 좌파지식인들은 “미국은 영혼이 없고 물질적이고 저속하다”고 비난했다. 그런 구대륙을 신대륙의 괴짜 정치인이 두려워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해방의 날'로 선언한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은 EU국가들에게도 25% 관세폭탄을 투하할 예정이다. 미국의 대 EU 무역적자가 2023년 1570억유로에 달해 트럼프는 ‘불공정 무역’이라고 비판하고 조치를 취한 것이다.

구대륙(독일) 이민자 출신 트럼프가 왜 EU 및 독일을 증오하고 있는가? 그는 EU을 군사적으로 "무임승차하는 기생충"으로 간주하면서 경제적으로 덩치 큰 초식동물로 치부한다. 인구 5억9000만에 10배나 GDP가 큰 EU가 인구 1억4000만의 러시아에 쩔쩔매고 미국에 안보를 구걸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안보는 미국, 에너지는 러시아, 경제와 수출은 중국에 의존하는 이중행태를 보인다. 독일은 2014년 푸틴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을 용인하면서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건설을 통해 값싼 러시아산 에너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안보 아웃소싱하고 평화 배당금 받아온 유럽

독일 고급지 '디차이트' 발행인을 지낸 요셉 조페 교수는 “유럽인들은 30년 동안 안보를 미국에 아웃소싱하고 평화 배당금을 받았다"면서 "1994년 이후 독일은 40만명에서 18만명으로, 영국과 프랑스는 군 인력을 절반인 20만명으로 감축했다”고 했다. 푸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정세가 급변했고, 트럼프의 압박으로 유럽은 다시 재무장 및 핵우산논의에 들어갔다. 독일은 군비강화 및 인프라투자를 위한 특별재정 5000억유로를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방위산업이 활기를 찾았고 전후 처음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전범국가 독일이 군사강국으로 가는 첫 발걸음을 뗀 것이다.

실제 EU 관세가 미국보다 4배나 높다. EU 집행위원회가 “트럼프 관세폭탄에 맞대응하겠다”고 말하지만 미 제품에 대한 관세를 내리겠다는 기조다. 전문가들은 “EU는 미 제품에 대한 선택적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관세를 일시적으로 중단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EU가 자강으로 러시아에 맞대응하기 위해서는 최소 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 미국의 패권, 즉 핵억지력뿐만 아니라 우주정찰 지상방공, 공중제트기까지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EU경제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당신은 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한 것처럼 유럽 역시 미국에 경제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다.

향후 유럽과 미국과의 관세분쟁을 세가지 시나리오로 예상한다. 관세충돌 없이 잘 조정되는 것, 관세 충돌이 확대되는것, 그리고 소강상태로 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강상태'를 꼽는다. 양쪽 모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 일각에서 두가지 즉 시간과 미 유권자 선택에 기대하고 있다. 전자는 다음 2026년 11월 초 중간선거까지 버티면 인플레이션으로 '황금시대'를 약속한 트럼프 관세정책이 실패해 유럽의 악몽이 끝날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이 중간선거에 이긴다는 전제다.

후자는 유럽의 가장 좋은 잠재적 동맹을 미국 유권자에게서 찾는다. 미국의 경제사학자 배리 아이헌그린 버클리대 교수는 “유럽이 똘똘 뭉쳐 푸틴과 트럼프 중상주의와 싸우라”고 조언한다.

안보 홀로서기 경제발전해야 냉대 면해

제국주의 확장을 축으로 하는 트럼프 시대 유럽은 군사적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하고 경제적으로 AI 등 첨단기술•산업이 발전해야 냉대를 받지 않게 된다.

유럽에서 '동맹'과 '서방'이라는 단어는 죽었다고 선언한다. 스위스 고급지 노이에 취리히 차이퉁(NZZ)은 ‘거대한 세계무질서’시대, 다시 약육강식 시대가 도래했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트럼프 관세 폭탄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김택환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