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항공우주 산업의 혁신과 도전

2025-04-02 13:00:08 게재

'레거시 스페이스' 국가주도 대기업에서 ‘뉴 스페이스’ 민간벤처 주도로 전환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항공우주산업(Aerospace Industry)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프레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우주 시장규모는 2024년 3736억1000만 달러에서 2033년까지 약 7344억9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의 대형 증권사 모건 스탠리는 2040년에는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스트로 스케일의 ADRAS-J가 우주 쓰레기에 역사적인 15미터 접근을 달성했다. 사진 아스트로 스케일 홈페이지

일본에서 항공우주 산업은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스바루, IHI의 4대 중공업 기업이 리드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민간 항공기, 군용 항공기, 로켓의 모든 분야에서 일본 내 핵심적인 존재다. IHI는 항공기 및 로켓 엔진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가와사키중공업과 스바루 역시 항공기 생산을 분담하고 있다. 일본의 항공 산업은 이미 성숙한 산업이지만 여객과 물류의 지속적인 수요 증가를 고려하면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더욱 기대가 되는 분야는 우주 관련 비즈니스다. 우주 비즈니스란 로켓이나 인공위성 발사만이 아니라 인공위성의 운영과 이를 통한 서비스 제공, 우주 여행, 달 및 소행성을 목표로 한 자원 탐사 등을 말한다. 미세 중력 상태를 활용한 신약 개발 사업인 우주 바이오 실험 등도 ‘우주 비즈니스’에 포함된다.

현재 우주 비즈니스는 육지 바다 하늘 사이버 공간에 이은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주목받으며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의 우주 산업은 아직은 미국 유럽 중국 등 우주 사업 선진국에 비하면 발전 단계에 있지만 정부와 업계는 그 성장 가능성을 믿고 적극적으로 힘을 쏟고 있다.

관에서 민으로, 우주벤처 도전 계속돼

우주 개발은 미 항공우주국(NASA)가 2008년과 2010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의 물자·승무원 수송을 민간 기업에 위탁한다고 발표한 것을 계기로 그 주체가 관(官)에서 민(民)으로 크게 이동하고 있다.

우주 벤처 기업은 전 세계에 1700개 이상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본 또한 우주 벤처 기업들을 중심으로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2023년 아이스페이스(ispace)가 달 착륙을 목표로 했으나 착륙선이 달 표면에 충돌해 실패했다. 2024년 3월에는 스페이스원(Space One)이 소형 로켓을 발사했지만 발사 직후 폭발해 실패했다. 실패를 거듭하고 있지만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한 도전은 우주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주 개발에는 ‘레거시 스페이스(Legacy Space)’와 ‘뉴 스페이스 (New Space)’ 두 종류가 있다. '레거시 스페이스'는 정부 기관의 계획에 따라 미쓰비시 그룹과 같은 대기업 등이 수행하는 우주 개발을 가리킨다. '뉴 스페이스'란 민간 벤처와 같은 신규 진입 기업들에 의해 우주 산업의 저변이 확대되는 움직임이다. 우주 비즈니스에서는 뉴 스페이스가 시장 확장을 이끄는 주인공 역할을 한다. 한때 국가 주도형의 대기업 중심이었던 것이 단계적인 민영화와 산업화를 거쳐 '뉴 스페이스'로 불리는 민간 주도형 산업 구조로 큰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초기 10개 정도였던 일본 우주 벤처기업 수는 현재 50개사 이상으로 증가했다.

일본 우주 벤처기업 50개사 이상 증가

우주 벤처기업 신스펙티브(Synspective)는 지난해 12월 19일 벤처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도쿄증권거래소 그로스 시장에 상장했다. 달 탐사 기업 아이스페이스 (ispace), SAR 위성 기업, QPS연구소, 우주 폐기물 제거 기업 아스트로스케일 (Astroscale)에 이어 4번째다.

신스펙티브는 합성개구레이다(SAR)를 탑재한 소형위성을 ‘별자리(컨스텔레이션)’처럼 배치해 우주에서 지구 표면을 정밀하게 관측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관측된 위성 데이터를 판매하는 동시에 위성 데이터와 머신러닝을 활용한 분석 솔루션의 개발 및 판매를 수행한다.

“인류의 생활권을 우주로 확장하고, 지속 가능한 세계를 목표로 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아이스페이스는 우주자원의 활용을 주요 목표로 2010년 9월 설립됐고 현재 민간 기업으로서 달 탐사에 참여하고 있다. 달 탐사 로버와 랜더를 비롯해 달 자원을 활용한 우주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의 달 탐사 프로그램인 ‘하쿠토(HAKUTO)’는 2023년에 착륙선을 이용한 달 착륙을 계획했으나 실패했다. 2025년 1월 두번째 발사에 성공했고 6월경 착륙을 예정하고 있다. 2040년까지 1000명이 거주하는 도시를 달 표면에 건설하는 ‘문밸리 2040(Moon Valley 2040)’이라는 장대한 비전을 구상하고 있다.

2005년 설립된 벤처기업 QPS연구소는 ‘세계를 놀라게 하자. 그리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자’는 미션을 가지고 규슈대학교에서 20년 이상 축적된 소형위성 연구 개발을 기반으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소형위성의 개발 설계 제조 발사까지 일괄적으로 수행한다. 직경 3.6m, 무게 15㎏의 대형 초경량 파라볼라 안테나는 해외 우주기관, 일본 내 대학, 세계 최대 규모의 우주 산업 기업들로부터 거래 및 개발 문의를 받고 있다.

민간 주도 일본 우주산업 미래 밝아

아스트로스케일은 우주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목표로 우주 개발의 가속화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우주 쓰레기 즉 ‘스페이스 데브리(Space Debris)’ 문제를 해결하는 벤처기업이다. 궤도상에 있는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거나, 운용 완료된 인공위성이 쓰레기로 변하지 않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연료 고갈 후에도 인공위성이 계속 운용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구상하고 있다. 올해 3월 아스트로스케일의 인공위성이 고도 약 600㎞ 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 쓰레기에 15m까지 접근해 촬영한 영상자료가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우주 쓰레기를 포획하는 인공위성을 2027년 발사할 예정이다.

일본은 위기감을 가지고 우주 산업을 접근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얻은 교훈처럼 외국과의 격차가 한번 벌어지면 회복이 쉽지 않다는 과거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주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육성하기 위해 전문적인 법 정비 및 보조금 지원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8년 제정된 우주기본법이 2020년 개정되면서 민간 조달 확대 및 타 산업 기업 등의 우주 산업 진출 촉진과 관련된 문구가 추가돼 우주 벤처 기업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2017년에는 우주 정책 위원회가 '우주 산업 비전 2030'을 발표했다. 국내 시장 규모를 2030년대 초반 2조4000억엔까지 2배 늘리는 것이 목표다.

2021년 6월에는 우주 자원의 개인 소유를 인정하는 ‘우주 자원법’이 제정됐다. 미국 룩셈부르크 UAE에 이어 세계에서 네번째다. 2023년 11월 민간 기업과 대학 등의 연구 기관에 최대 10년 동안 1조엔 규모의 자금을 제공하는 우주 전략 기금이 조성됐다. 우주 산업 시장 규모 확장 및 일본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이 기금의 설립으로 새로운 기업들이 우주 비즈니스에 진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기업들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도 더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일본은 고속철도 자동차 산업 의약품 개발 등 다양한 산업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항공우주 산업의 경우 매우 긴 리드 타임과 지속적이고 철저한 노력이 요구되지만 일본 기업들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다수의 장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다.

2024년 1월 JAXA(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가 주도하는 달 프로젝트 탐사선 ‘SLIM(Smart Lander for Investigating Moon)’이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또한 뉴 스페이스 기업들의 활약으로 위성 제조 실적에서 세계 4위를 기록하는 등 우주 개발에 성과를 보이고 있다.

우주 비즈니스는 아직 진입 기회가 열려 있다. 매일 새로운 서비스와 사업이 탄생하고 있는 시장이다. 향후 성공의 열쇠는 지금까지의 관 의존 체질에서 탈피해 세계를 대상으로 민간의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민간 주도형 우주 비즈니스인 뉴 스페이스가 시장 확장을 이끄는 존재가 되면서 신규 벤처의 적극적인 참여가 예상된다.벤처를 중심으로 한 일본 민간 기업들의 향후 활동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양경렬 Yang GyungYeol

나고야 상과대학(NUCB) 마케팅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