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안강건설 법정관리로 본 PF의 민낯
시공능력평가 116위의 안강건설이 지난 2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경기도 안산 성곡동 물류센터 시행사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연대보증을 선 안강건설도 이에 휩쓸렸다.
안강건설은 지난해 매출 2333억원, 영업이익 4억606만원, 당기순이익은 11억1000만원으로 흑자를 냈다. 부채총계는 611억8710만원으로 부채비율은 157.5%다. 건설사 부채비율이 평균 200%를 넘는 것에 비하면 나름 안정된 기업으로 평가받은 곳이다. 이런 안강건설이 물류센터 시행사인 한승물류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상환 부담을 떠안으며 결국 법정관리행에 올라탔다.
한승물류는 사업 시행 과정에서 KB부동산신탁 등 대주단으로부터 830억원을 대출받으며 변제기일을 2024년 9월로 정했다. 준공 예정일인 2024년 3월이면 물류센터를 임차하거나 매각해 대출금 상환이 가능할 것으로 여겼다. 여기에 시공사인 안강건설이 책임준공 확약과 이에 따른 채무인수 약정, 연대보증으로 신용공여를 했다.
그리고 안강건설은 변제기일 이전인 2024년 3월 준공을 마쳤다. 하지만 시행사가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서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안강건설이 연대보증인으로 채무를 떠안았다. 유동성이 약해진 안강건설이 법정관리로 간 배경이다. 이는 국내 50~150위권 시공사가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서 통상적으로 겪는 일이다.
대주단은 준공기일을 하루 넘겼다는 이유로 책임준공 확약을 압박하기도 했다. 안강건설은 약속한 준공기한인 2024년 3월 4일보다 하루 늦은 3월 5일 사용승인을 받았다. 사용승인 신청을 제때 했지만 주말이 끼어 준공검사가 늦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한국 부동산건설 프로젝트의 근본문제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시행사가 땅 지분 10%만 확보하면(현재는 20%) 자금을 빌려 분양완공 후 상환하면 됐다. 이런 구조가 한계점에 도달했다.
본래 PF는 수익성을 면밀히 따져 대출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공동으로 지는 방식이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PF는 사실상 담보대출과 다름없이 운영돼 왔다. 토지에 대한 담보신탁은 기본이고 시공사 연대보증과 채무인수에 더해 책임준공이라는 독특한 장치들을 통해 사실상 시공사 담보 대출로 이루어진다. 부동산 시장이 악화될 때 여러 회사의 우발채무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투기적 금융방식이다.
미국은 프로젝트 구상 단계에서 시행사와 시공사, 금융권이 컨소시엄을 구성한다. 그리고 프로젝트 성패에 대해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구조다. 한국처럼 시행사나 시공사, 금융사가 단계별로 따로 수익을 얻고 위기에서는 각자 도생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한국의 PF도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김성배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