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미국 상호관세에 무력화된 한미 FTA

2025-04-03 13:00:03 게재

미국이 2일(현지시간)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를 내지 않던 대미 수출품은 관세율이 25%에 달하게 됐다. 수출 중심의 경제체제인 한국은 일본(24%), 유럽연합(20%) 등보다 높은 상호관세율이 적용돼 미국시장에서 주요 경쟁 상대인 이들 국가 업체들보다 불리한 여건에서 경쟁을 벌이게 됐다.

미국의 연이은 관세부과로 한국은 큰 타격을 입어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미국은 한국을 무역불균형이 심한 국가에 포함시켜 높은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액은 557억달러(약 81조원)로 미국의 8번째 무역적자국이다.

트럼프 한국에 25% 상호관세 부과 경제 전반에 초강력 후폭풍

미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거의 무관세로 거래하게 했던 한미 FTA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양자 협정은 통상 협상을 통해 관세를 조정하는 것이 본질인데 미국은 협상 테이블도 만들지 않고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했다. 법리적으로 따져볼 때 미국의 이번 조치는 한미 FTA 위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안보 위협 때문이라고 주장해 손쓸 방도가 없다.

미국은 과거에 체결한 FTA가 이번 상호관세 조치의 근거가 된 행정명령과 법리적으로 충돌하는 점을 고려, “한미 FTA가 미국에 긍정적인 성과를 제공하지 않아 자동차 수입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위협이 커졌다”고 행정명령에 공식적으로 명시했다.

미국은 앞으로 이번에 그 기능을 상실한 FTA 개정을 요구하거나 아예 새 협정을 만들자고 제안할 것으로 보여진다. 준비 시간이 많이 필요해 당장 협상 개시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나 상호 및 품목별 관세를 통해 긴장감을 극대화한 뒤 최대 이익을 끌어내려 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한국경제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가뜩이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투자심리가 움츠러들고 있는데 악재가 겹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악의 경우 한국의 총수출이 448억달러(약 65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 예측이 현실화한다면, 국내 기업들의 투자 고용 소득 소비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제 침체가 더욱 심각해져 성장률 둔화가 예상된다. 대외신인도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글로벌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낮추고 있다. 특히 영국계 IB인 캐피탈이코노믹스는 전망치를 0.9%로 제시, 처음으로 0%대 성장을 예고했다. 이는 한국은행과 정부의 전망치 1.5%보다 0.6%포인트나 낮은 것이다. 다른 글로벌 기관과 IB들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끌어내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1%에서 1.5%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에서 1.2%, 영국 IB 바클레이스는 1.8%에서 1.4%로 각각 낮췄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앞으로 반도체·의약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즉시 부과할 수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하기 위해 사전 절차를 마무리해둔 품목은 철강·알루미늄과 자동차 등 3품목뿐이지만 미국에는 무역확장법 말고도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이라는 또 다른 카드가 있기 때문이다. IEEPA는 비상사태를 선언한 후 특정 국가·단체·품목 거래를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한다. 수입산 반도체·의약품의 범람으로 미국 안보가 침해됐다며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만 하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대외신용 위험도를 보여주는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반등하고 있다. CDS 프리미엄은 신용 위험도가 높아질 때 상승하고 반대일 경우 하락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CDS 프리미엄은 지난 3월에 3일, 12일, 19일, 24일 등 나흘을 제외하고는 연일 오름세를 나타내며 반등했다. 현재 5년 만기 국채의 CDS 프리미엄 수치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해 12월 초(36bp) 수준까지 올라섰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 상정해놓고 전략 마련해야

미국은 앞으로도 무역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을 총동원할 것으로 보여진다. 미 행정부의 기조는 ‘선관세·후협상’ 전략이다. 새로운 무역 기준뿐만 아니라 업종별, 품목별로 그들에게 유리한 요구사항들을 연이어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 그래서 우리 경제에 미칠 여파가 예측을 크게 상회하는 초강력 폭풍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놓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무역금융 등 각종 기업 지원할동과 수출 다변화 시책을 강화하고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서둘러야 하겠다.

박현채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