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규 칼럼
트럼프정부 자동차관세 25%와 한국GM의 일자리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에 25% 세율로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먼저 떠오른 생각은 2018년 5월에 있었던 한국GM(제너럴 모터스) 군산공장의 폐쇄였다. 당시 한국GM은 GM 본사의 철수로 수출 판로를 잃었고, 3조원에 이르는 누적적자를 이유로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량의 일자리를 상실하고 나아가 지역경제의 파탄까지 초래할 수 있는 위기를 앞에 두고 한국은 ‘정부의 지원 없이는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는 GM의 요구를 수용했다. 협상 결과 산업은행이 한국GM에 8100억원을 출자하고 그 대신 군산공장은 폐쇄하더라도 인천 부평공장과 경남 창원공장은 유지하기로 했다(한국GM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현재 한국사업장으로 부평 창원 이외에 보령공장도 이름이 나온다).
부평과 창원공장의 노동자 수는 1만1000여명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적 자금을 지원해서 이같은 규모의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고 그 대신 걸어 놓은 조건으로 2023년까지 GM 본사는 한국GM의 지분을 매각하지 않기로 해 2028년까지 10년간은 3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서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분 매각 금지 조항은 이미 2년 전에 풀렸고, 2028년이면 GM 본사가 한국 GM을 완전히 버리더라도 그에 따르는 아무 제약이 없어진다. 관세정책발표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부쩍 한국GM 노동자들의 걱정이 눈에 띈다.
관세율 25% 한국GM에는 사망선고
한국GM의 생산량은 50만대에 약간 못 미치는데 생산량의 85% 내외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대표 차종이다. GM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4년형 트레일블레이저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미국 현지가격은 유형에 따라 2만3100~2만7100달러부터 시작한다. 국내가로는 3000만원 전후에서 시작한다.
이 정도 가격수준의 차라면 관세율 25%는 사망선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혹 한국GM 노사가 한 몸이 되어 생산원가를 줄이는 노력을 한다 해도 쉽사리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GM 본사는 한국GM에서 생산할 다음 모델 선정이나 물량 배정을 멈춘 상태라고 한다. 조만간 2018년의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의 지역별고용조사와 군산시 자료를 참조해 보면 현대중공업의 조선소 폐쇄로 인해 급증했던 군산시 실업자수가 2018년 들어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는데 한국GM의 군산공장 철폐 이후 실업자수는 다시 급증했다. 군산시의 제조업 생산액(2015년 기준가격)은 2016년 3조5536억원이었는데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0년에는 2조7085억원으로 급감했다. 제조업의 일자리 감소는 단순히 실업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경제의 문제이기도 하다.
1980년대는 일본제조업의 시대였다. 일본과의 경쟁에 밀려 미국 자동차회사 크라이슬러가 도산했고, 영국이나 프랑스의 쟁쟁하던 자동차 회사들이 차례로 문을 닫았다.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을 대상으로 연구에 참여했던 기억을 되짚어 보면 영국 마가렛 대처 정부와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 정부의 접근법이 뚜렷한 차이를 보였고 그 결과도 크게 차이가 났다.
대처 정부는 영국자동차 회사를 찢어서 해외자본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대응한 반면, 미테랑 정부는 국유화와 구조조정 이후 재(再)민영화 방식을 택했다. 프랑스의 자동차회사 푸조의 경우가 인상적이었다. 기억하기에 5번 국유화와 민영화를 반복했다. 미테랑 정부가 ‘세금으로 살려 민영화로 민간자본의 배를 불린다’는 정치적 비판을 견뎌낸 명분은 ‘쓸만한(decent) 일자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과문하지만 현재 영국국적의 자동차회사는 모두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에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프랑스의 자동차 회사들과 일자리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관세충격에 대응할 정책논의 최우선해야
어느 정책이 더 바람직한 방향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고 진지하게 논의되고 합의를 모아야 할 일이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정책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미래의 일자리 구조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시급히 트럼프 관세정책 충격이 초래할 수 있는 실업증가와 지역경제파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경제정책 논의의 최우선에 놓아야 한다.
이와 함께 기술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서 ‘쓸만한 일자리’를 유지하고 늘릴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훨씬 심각할 수 있는 보다 구조적인 문제다.
작년 말에 내놓은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기술혁신과 노동시장변화)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현장에서 로봇을 도입하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2022년 기준으로 노동자 1만명당 산업 로봇수는 1012개이다. 2위 독일은 415개에 그쳤다. 사회적 부작용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없이 맹목적으로 폭주하는 느낌이다. 하긴 한국사회의 폭주가 어디 이 분야뿐이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