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대통령 윤석열을 국민의 이름으로 파면한다
헌법재판소, 참 많이 끌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결정 말이다. 헌재가 선고기일로 공지한 내일은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무려 123일째 되는 날이다. 국회가 12월 14일 두번째 시도 끝에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켜 윤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된 지 111일째 되는 날이며, 11차례에 걸친 긴 공개변론이 종결된 지도 한달이 훌쩍 넘어 38일째가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변론종결 이후만 놓고 보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변론종결 후 11일 만에, 노무현 대통령이 14일 만에 결정 선고를 한 것과 비교하면 두 세배의 시간이 더 걸린 셈이다. 그래도 내일 드디어 선고를 한다고 하니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내일 헌재 선고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묻는 분들이 많다. 만장일치의 인용결정으로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것으로 본다. 최악의 경우 2명 정도의 헌법재판관이 각하의견을 쓸 수도 있다. 그래도 인용 6명 대 각하 2명이면 인용결정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약 30년간 판사생활을 하면서 평생을 법리적 판단에 길들여진 8명의 헌법재판관들이 각하의견이 아니라 내용으로 들어가서 실체적 판단을 하면서 기각의견을 개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헌재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결정에서부터 대통령 파면의 기준으로 일관되게 적용해온 기준이 있고, 그 기준을 적용해도 파면사유가 아니라는 기각의견은 법률가로서 논리적 문장 구성 자체가 어려우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인용결정으로 윤 대통령 파면될 듯
주지하듯이 국민의 직접선거로 뽑힌 대통령도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혹은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는 ‘중대한’ 위헌 또는 위법행위를 하면 파면된다.
윤 대통령은 위법행위는 차치하고 위헌행위만 보더라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아닌데 비상계엄을 선포해 헌법 제77조 제1항을 위반했다. 헌법 제77조 제3항에 의해 비상계엄 하에서 행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해서는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으나 권력분립원칙 상 국회나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는 손댈 수 없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지시를 내려 국회와 선관위에 무장한 군인들을 보내 이 두 기관을 침탈했으며, 포고령 제1호의 제1항에서도 국회 등의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버젓이 적고 있다.
계엄을 선포하면 대통령은 지체없이 이를 국회에 통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신속한 계엄해제 요구를 못하게 할 목적으로 이를 통고하지 않아 헌법 제77조 제4항도 위반했다. 명백한 헌법위반 사항들이다.
계엄 선포 직전에 적법한 국무회의가 있었는지, 또 대통령이 국회의장 등 유력정치인들의 체포를 지시했는지 등에 관해서는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재판관들의 판단이 갈릴 수 있다. 8인 만장일치의 결정이 난다면 이 부분에서 소수의 재판관에 의해 별개의견이 작성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미 헌법 제77조의 여러 조항들을 위반했음이 명백하기에 위헌·위법 행위의 ‘중대성’만 인정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된다.
윤 대통령은 위헌·위법한 계엄선포 이후에도 체포영장의 집행을 거부하고 서부지법의 영장관할권에 논란을 제기하며 사법부를 흔들어 서부지법 난동사태를 초래했다. 헌법수호의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어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해 '중대성'이 인정되어 파면될 것이다.
오래 전부터 필자는 윗옷 안주머니에 조그마한 포켓용 헌법전을 습관처럼 지니고 다닌다. 손때가 묻고 가장자리가 닳았다. 꺼내서 헌법 제1조 제2항을 다시 읽어 본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1948년 제헌헌법부터 있었던 조항이다.
윤 대통령이 그동안 누려왔던 권력도 원래는 주권자인 국민의 권력이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이 위임해준 권력을 측근들과 함께 사유화했고, 야당과의 협치는커녕 비판적 국민들과 야당의원들을 ‘종북 반국가세력’으로 몰아붙였으며, 드디어 위헌·위법한 계엄선포로 권력을 위임해 준 국민들에게 계엄군의 총부리를 겨누게 함으로써 자멸의 길을 선택했다.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했던 권력 거둬들인 것
이제 주권자인 국민들이 지난 대선에서 대선후보 윤석열에게 위임했던 권력을 다시 거두어 들인다. 이러한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헌재 재판관들은 탄핵결정문을 쓸 것이고 내일 결정문의 주문에서 국민들은 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의 이름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