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에 25% 관세…한미FTA 무력화
트럼프, 교역국에 ‘10%+α’ 부과
수출주도 한국경제 중대 도전 직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전세계 주요 교역국에 고율의 상호관세를 전격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에는 25%의 관세가 적용돼 일본(24%), 유럽연합(EU·20%)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국과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은 사실상 무력화됐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이번 상호관세 체계는 기본관세 10%에 국가별 추가 관세를 덧붙이는 방식이다. 백악관은 “미국 기업들이 수십 년간 외국의 관세 및 비관세장벽에 의해 불이익을 받아왔다”며 이번 조치가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외에도 중국(34%), 베트남(46%), 대만(32%), 인도(26%) 등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이 모두 포함됐다.
이로써 미국은 30년 넘게 주도해 온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자유무역 질서에서 사실상 이탈했고, 글로벌 공급망과 국제 통상 질서 전반에 거대한 파장을 예고했다. 특히 한국은 FTA 체결국임에도 일본보다 높은 관세를 맞아 대표적 피해국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 연설에서 “미국 납세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갈취당했다”며 “이제 미국을 다시 일으킬 때”라고 선언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에 ‘50%의 무역장벽’을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번 25% 부과는 “오히려 할인된 수치”라고 말했다.
한국정부는 강하게 반박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은 2007년 FTA 체결 이후 대부분 품목에서 미국과 무관세로 교역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실제로 2023년 기준 대미 평균 관세율은 0.79%에 불과하다. 미국이 지적한 13.4%는 WTO 기준 최혜국대우(MFN) 관세율로, 미국과는 무관하다.
미국 고위당국자들은 “한국의 MFN 관세율이 미국보다 4배 높다”면서도 “더 큰 문제는 비관세 장벽”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의 농산물 수입 제한 조치들을 예로 들었다. 소고기, 돼지고기, 가금류 등이 그 대상이다. 단순한 수치보다 시장 접근성과 규제를 함께 문제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발표는 세계 금융시장에도 충격을 줬다. 미국 증시는 장 마감 후 하락세를 보였고, S&P500 선물지수는 1.8%, 나스닥100선물은 2.6% 떨어졌다. 주요 기술기업인 애플과 엔비디아의 주가도 하락했고,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관세 발표 직후 8만5000달러 아래로 급락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수입품 가격 인상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무역정책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도 주목된다. 그는 이번 조치를 ‘미국 해방의 날’로 선포하며 제조업 재건과 일자리 회복을 내세웠다. 특히 미국 산업 중심지인 러스트벨트(쇠퇴한 제조업 지대) 유권자들을 겨냥해 강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의 피해 우려는 현실적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은 1278억달러로 전년 대비 10.4% 증가했고, 대미 무역수지는 557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의 주요 대미 수출 품목은 자동차 반도체 석유제품 배터리 등이다. 이번 관세로 이들 제품의 경쟁력이 약화하면 수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정부는 당장 협상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외교채널을 통한 문제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동시에 수출선 다변화, 미국 내 생산 거점 확대, 신시장 개척 등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발표 직후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언급한 만큼 새로운 통상 합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