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사재출연 약속 진정성 도마에

2025-04-03 13:00:02 게재

MBK 투자자 서한서 거론, 구체성 없어 … 국회 “10일까지 변제 안 내놔라” 압박

지난달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개시한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이 최근 기관투자자(LP)들에게 보낸 서한이 화제다. 서한에서 김 회장은 홈플러스 회생절차와 관련해 사재출연을 거론했지만 정작 국회와 정부 그리고 투자자들은 그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는 김 회장에게 오는 10일까지 사재출연 계획을 포함한 구체적 변제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3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한에서 홈플러스 회생 신청 경위에 대해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운전자본 유동성 위기로 인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기존 입장을 다시 밝혔다.

그는 또 “홈플러스 회생절차가 언론에서 잡음을 일으켰다”며 “홈플러스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사재출연 등 ‘사회적 책임’(societal responsibility)을 다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회장은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유의미한 수준의 지분가치 회수를 위해 홈플러스 운영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매년 1분기 말 전 세계 LP들에게 지난 1년간 투자 성과 등을 설명하는 연례 서한을 보내는데, 올해는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논란이 뜨거웠던 지난달 말쯤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회장은 서한에서 MBK가 약속한 △소상공인 결제대금 전액 변제 △사재출연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단기유동화채권(ABSTB)을 팔았던 증권사와 투자자들이 잇달아 고소장을 제출하고 국회와 금융당국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면서 “하지만 김 회장은 언론에서 잡음을 일으켰다고 표현할 정도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성사될 수도 없는 ABSTB 전액 변제 발표로 시장과 투자자를 교란시킨 것도 모자라 홈플러스 사태를 상당히 안이하게 보고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전액 변제 약속 어기면 대국민 사기극” = 실제로 국회와 정부를 비롯해 곳곳에서 김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에 의문이 제기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2일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홈플러스와 김 회장이 사재출연 계획을 포함한 구체적 변제안을 오는 10일까지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성 없는 조건부 약속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행태가 계속된다면 (이를 방치할 경우)국회의 직무 유기이며, 국민의 권리를 저버리는 일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또 “긴급 현안질의 당시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홈플러스 김광일 대표는 사재출연을 포함한 책임 있는 방식으로 ABSTB에 대해 100% 변제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는 국회와 국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한 발언이자 기업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후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약속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건부 변제라는 형식으로 퇴색해가고 있다”며 “김 대표가 회생법원에서 홈플러스와 3개 카드사 간 비공개 심문 과정에서 ‘최장 10년 분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라면 이는 당초의 100% 변제 약속을 실질적으로 미루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특히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사재출연 약속이 여전히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이라며 “출연의 규모, 시기, 방식에 대해선 지금까지 아무런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없는 전액 변제 약속은 그 자체로 대국민 사기극이 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국회가 청문회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따져 묻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덧붙였다.

국회 등 일부에서 생각하는 사재 출연 규모는 최소 1조5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8일 “대한민국 국민연금의 세금 몇천억원이 없어질지 모르고,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였다”며 “김병주 회장이 1조5000억~2조원 사재출연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적 분노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야3당 정무위원들이 MBK-홈플러스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대주주 책임 있는 자세 필요 = 또한 금감원은 홈플러스 대주주의 책임감 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담당 부원장은 3일 ‘자본시장 현황 관련 브리핑’에서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하고 즉시 전액 변제하는 것처럼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회생계획안에 반영하겠다는 취지였으며 이는 시장과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홈플러스는 스스로 약속한 전액 변제, 대주주 사재출연 등에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변제규모 및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이해 관계자와 시장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이복현 금감원장도 “시장에서는 (금융채권을) 상거래채권으로 취급하겠다는 것은 빠른 시간 안에 변제해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데, 재원이나 변제시기에 대한 약속이 없다면 사실상 거짓말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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