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약 줄후퇴 … 신뢰의 위기
2013-11-14 14:11:21 게재
박 대통령, 경제민주화 이어 정치쇄신 공약도 잇따라 번복
김진태 총장-문형표 장관 후보자 대선공약 반대입장 밝혀
박 대통령이 직접 폐기를 얘기하지 않았지만 인사를 통해 그 의도의 일단이 드러난 것이다.
이와 관련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14일 "국민들이 '정치인 박근혜'에게 선거 때마다 지지를 보낸 배경에는 '약속은 지키는 정치인'이란 이미지가 있었다"면서 "대선공약이 줄줄이 번복되면서 박 대통령 스스로 신뢰의 위기를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문회서 재확인된 공약파기 의지? = 대통령의 정책은 인사를 통해 표현된다. 그러나 검찰총장과 복지부장관 내정자 면면을 보면 대선공약을 이행할 뜻이 없음을 공식화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김 검찰총장 후보자는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상설특검제 도입과 특별감찰관제 시행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두 제도는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세운 대표적 정치쇄신 공약이다. 상설특검제는 검찰에 집중된 권력 분산을 위해, 특별감찰관제는 청와대와 고위공직자의 부패행위를 근절하겠다며 약속한 것이다.
문형표 복지부장관 후보자는 복지확대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문 후보자는 그동안 논문을 통해 '재정소요가 막대해질 기초연금 등은 도입에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주장해왔다.
◆정치쇄신 공약도 줄줄이 번복 = 박 대통령의 또 다른 정치쇄신 약속인 정당공천제 폐지와 국회선진화법도 여당이 앞장서 번복을 시도하고 있는 경우다.
박 대통령이 약속했고 황우여 당대표가 주도한 법률을 시행 1년 만에 위헌이라며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야당은 "총선에서 불리할 것 같으니까 국회선진화법을 당론으로 채택, 주도해 만들어놓고 이제는 거추장스러우니까 버리겠다는 발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불과 7개월 남겨둔 가운데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공약도 존폐위기에 서 있다.
경제민주화나 복지공약은 이미 일찌감치 후퇴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월 10일 언론사 논설실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민주화는) 거의 끝이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스스로 종료를 선언했다.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취임 10개월간 경제민주화 공약 이행율은 22%에 지나지 않는다. 18개 주요공약 가운데 이행된 게 4개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정치쇄신 공약 가운데도 △책임장관제 △여성장관 비율 대폭확대 △권력기관장 임기보장 △국민통합 대탕평인사 등 핵심공약 대부분이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이런 공약 후퇴에 대해 새누리당 수도권 한 의원은 "최근 지역구에서 '박근혜정부가 제대로 이행하는 공약이 몇 개나 되느냐'는 항의를 받곤 한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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