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가창오리 국가간 이동경로 파악 못해

2014-01-20 10:54:35 게재

AI(조류인플루엔자) 관련 전문 연구시설 '전무' … 올들어 뒤늦게 착공, 근본 대책 마련 역부족

16, 17일 전북 고창과 부안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원인이 철새일 가능성이 높지만, 환경부는 관련 전담 연구 시설조차 갖추고 있지 못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야생생물을 담당하는 주무부처가 관련 사안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AI는 닭·오리·철새 등 조류에게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사람에게도 감염된다.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며, 폐사율 등에 따라 고병원성·저병원성 등으로 나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고병원성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는 H5 유형이 각각 10여건씩 발견돼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고창 동림 저수지에서 떼죽음한 가창오리의 사인마저 고창에서 검출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인 'H5N8'형으로 확인되면서, 철새가 이번 AI 발생의 원인이 유력시 되고 있다. 야생조류에 따른 고병원성 AI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체계적인 관련 연구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올해에서야 관련 연구 시설인 '생물안전실험동(가칭)' 착공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예산도 45억4100만원밖에 책정되어 있지 않다.

생물안전실험동은 환경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 내에 들어선다. AI 등과 같은 야생생물로 인한 질병뿐만 아니라 국가간 철새 이동경로와 특성 파악 등과 연계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하게 된다. AI의 주요 매개체인 철새로 인한 피해 대응을 위해서는 철새 이동경로나 특성 파악은 필수다. 하지만 환경부는 전북 고창과 부안 등지에서 발병한 고병원성 AI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가창오리의 국가간 이동경로나 특성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창오리의 경우 경계심이 많고 개체 크기도 작은 등 인공위성 위치추적기를 달기가 힘들어서 관련 연구를 못했다"며 "올해부터 이동경로 연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고병원성 AI의 주요 매개체로 지목돼 온 청둥오리의 경우 지난해 이동경로와 특성 파악을 마쳤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또 "생물안전실험동 설치는 이미 2011년부터 추진해 왔다"며 "철새 등에 따른 AI의 경우 지속적이고 연속성이 있는 연구가 필요한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환경부는 '국립야생동물보건연구원(가칭)' 설립도 추진할 계획이다. 국립야생동물보건연구원 기본설계 및 타당성 조사를 위해 2억원의 예산을 책정한 상태다.

환경부는 전북 고창 농가에서 고병원성 AI 발생에 따라 고창지역 철새도래지 정밀조사와 함께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에 대한 야생조류 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19일부터 전남이나 전북지역의 수렵장(6개소) 운영을 중단하도록 해당 지자체에 긴급 시달했다.

한편, 보건당국에 따르면 전북 고창에 이어 부안에서 발생한 H5N8형 AI는 전 세계적으로 사람에게 발견된 사례는 없다.

다른 나라에서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한 H5N1형 및 H7N9형과는 다른 혈청형을 갖는 AI다.

<가창오리로 인한 AI감염이 유력시 되는 가운데 19일 오전 전남 함평군 대동저수지에서 가창오리가 저수지변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가창오리란 = 기러기목 오릿과 오리속에 속하는 겨울 철새다. 시베리아가 번식지로 추정되고, 우리나라에서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겨울을 보낸다. 겨울에는 주간에 저수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일몰 직후 야간에 먹이를 먹으려고 무리 전체가 비상하는 게 특징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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