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민간플랫폼' 효과 뚜렷
광주 동구·전남 영암 성과
지정기부 목표액 초과달성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민간플랫폼을 통해 지정기부를 시행한 지자체들의 고향사랑기부금 모금 성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행정안전부가 '현행 법에서 정하지 않은 접수 방법' 이라며 중단을 요구하고 있어 이 방법을 고수할지를 두고 난감해하고 있다.
26일 행안부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현재 민간플랫폼을 도입한 곳은 광주 동구와 전남 영암군 두 곳이다. 강원 양구군이 지난 1월 가장 먼저 민간플랫폼 모금을 시도했지만 행안부 압박을 이기지 못해 중단했고, 이후 광주 동구가 반대를 무릅쓰고 제도를 도입했다.
광주 동구는 지난 7월부터 민간플랫폼을 통해 '발달장애청소년 ET야구단 지원'과 '광주극장 보존' 두가지를 주제로 지정기부를 진행했다. 지난 17일 기준 광주 동구의 모금액은 자치구 가운데서 가장 많은 5억4964만원이다. 특히 행안부가 만든 단일플랫폼 고향사랑e음을 통해 12개월 동안 모금한 금액(2억317만원)보다 민간플랫폼을 통해 5개월간 모금한 금액(3억4646만원)이 더 많다. 12월만 보면 차이는 더 크다. 고향사랑e음으로는 4118만원 모금했는데, 민간플랫폼으로는 2억67만원을 모금했다.
11월 27일 민간플랫폼 접수를 시작한 영암군의 경우 불과 20일 만에 1억4308만원을 모금했다. 영암군도 광주 동구와 마찬가지로 민간플랫폼에서 지정기부를 시작했는데, 첫 과제는 '신생아 생존보장, 영암맘 안심 프로젝트'였다. 영암군이 그동안 고향사랑e음을 통해 12개월 동안 모금한 금액이 6억5268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영암군은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지난 22일 '대불산단 탄소배출 0g 프로젝트'로 두번째 지정기부를 시작했다. 대불산단 교통수단을 전기자전거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인데, 크리스마스 연휴기간에만 27명이 참여해 290만원을 기부했다.
이처럼 '민간플랫폼을 활용한 지정기부' 효과는 뚜렷하다. 무엇보다 지정기부 주제를 제대로 홍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정기부는 정부와 국회도 필요성을 인정해 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행안부는 법 개정 이전에 민간플랫폼을 허용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지자체의 법 해석과는 별개로 국회의 '법 개정사항'이라고 보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민간플랫폼 도입이 시기상조라고 보고 이 조항을 뺀 개정안을 의결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회가 민간플랫폼 접수에 관한 사항에 대해 논의를 보류한 것은 이를 개정사항으로 본 것"이라며 "국회가 법을 개정하기 전까지 모금 중단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결국 광주 동구와 전남 영암군도 행안부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에 법률 개정을 요청하고 나섰다. 법률이 정한 모금 장소에 '지자체장이 지정한 인터넷 홈페이지'를 추가하거나, 시행령이 정한 '그 밖의 공개된 장소'를 구체화해 달라는 것이다. 기존 고향사랑e음 플랫폼에 243개 지자체의 지정기부 사업을 등록해 국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이 방식에 회의적이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는 "지금의 고향사랑e음에서는 기부를 하려는 사람과 지자체가 자유롭게 정보를 교환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지자체들의 현재 상황이 어떤지,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사업을 하려고 하는지 자세히 알릴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년간 지자체들이 요구해온 내용을 담은 고향사랑기부금법 개정안의 연내 통과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간플랫폼 허용 조항은 빠져있지만, 그동안 지자체들이 요구해온 '향우회·동문회 등 사적모임을 통한 홍보' '지정기부 제도 도입' '기부금에서 답례품 비용 부담' '모금한도액 상향'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는 개정안으로, 지난달 23일 행안위 의결을 거쳐 법사위에 상정돼 있다. 행안부와 지자체들은 27일 법사위 의결을 거쳐 28일 본회의 통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법사위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행안부 관계자는 "법사위가 제도 시행 1년 만에 규제 중 상당부분을 풀어주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