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첫해 모금액 650억원
12월 모금 몰려 … 세액공제·답례품 영향
전남영암·광주동구 민간플랫폼 효과 뚜렷
고향사랑기부금 시행 첫해 모금액이 6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초기 복잡한 기부절차와 기부플랫폼 고향사랑e음 시스템 오류 때문에 지지부진하던 기부액은 12월 급여소득자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급등했다. 특히 전남 담양군이 1위를 차지했고, 민간플랫폼을 통해 모금한 전남 영암군과 광주 동구 모금액이 두드러졌다.
4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 담양군이 22억원을 모금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인구 4만5300여명인 담양군이 성과를 낸 데는 한 발 빠른 전담조직 구성, 적극적이고 특색 있는 홍보, 그리고 다양한 답례품 선정 등이 주효했다. 서울·광주·제주 등 향우회의 적극적인 참여도 한 몫 했다. 무엇보다 단체장의 관심이 영향을 줬다.
담양군 기부금 실적은 직간접적으로 주민들의 소득으로 이어졌다. 담양군은 43개 품목, 120여개 상품을 답례품으로 등록했다. 쌀 죽순 떡갈비 한과 등 지역을 대표하는 농특산물을 총망라했는데, 기부자에게 답례품으로 제공한 금액이 5억원에 이른다. 한우와 담양쌀도 인기를 끌었다.
담양군 외에도 전남 지역 지자체들의 모금 규모가 대체로 컸다. 영암군이 12억3619만원, 나주시가 10억6700만원을 모금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모금실적이 나쁘지 않다. 지난해 12월 10일까지 집계된 전남 전체 모금액이 107억원에 이른다. 당시 전국 모금액이 400억원 규모였으니 전체의 1/4를 전남이 모금한 셈이다. 아직까지 전체 모금액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하지는 않지만 전남도 모금액은 15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의 뒤를 이어 경북 시·군의 모금액도 많은 편이다. 예천군이 전남권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금액인 9억7700만원을 모금했다. 안동시(6억7900만원) 경주시(6억4200만원) 상주시(6억원) 등은 6억원대를 기록했다. 경북도 본청은 5억3760만원을 모금했다.
전북에서는 김제시(6억8000만원)와 익산시(5억9000만원) 모금액이 많았고, 강원에서는 속초시(4억4420만원) 강릉시(4억1200만원) 평창군(4억600만원) 등이 순위를 다퉜다.
수도권 지자체들의 모금 규모는 예상대로 크지 않았다. 인천의 경우 강화군 1억3000만원, 부평구 1억1000만원, 미추홀구 9700만원, 연수구 9690만원, 서구 6787만원을 각각 모금했다. 경기 안성시는 2억원을 모금해 체면치레를 했다.
11월까지 지지부진하던 모금액이 650억원까지 늘어난 것은 12월 급여소득자들의 참여 덕분이다. 실제 지난해 11월까지는 하루 평균 모금액이 1억원 수준에 머물렀지만 12월 초순에는 3억원, 중순에는 6억원 수준으로 증가하는 등 기부가 급격하게 늘었다. 다음해 연말정산을 고려해 전액 세액공제가 되는 10만원 기부자가 몰렸다. 기부도 하고 3만원 상당의 답례품까지 받을 수 있는 1석 3조 효과를 노린 셈이다.
◆고향사랑e음 협력적 보완 필요 = 제도시행 첫해 가장 눈에 띄는 지자체는 민간플랫폼을 활용해 모금한 전남 영암군과 광주 동구다. 영암군 모금액은 12억3619만원으로, 지금까지 모금액을 공개한 지자체 가운데서는 담양군 다음으로 많다. 고향사랑e음을 통해 8억4538만원을, 민간플랫폼을 통해 3억9079만원을 각각 모금했는데, 영암군이 민간플랫폼 모금을 시작한 것이 지난해 11월 27일인 점을 고려하면 불과 한달여만에 민간플랫폼으로 4억원 가까운 기부금을 모금한 셈이다. 영암군은 제도 시행 초기부터 민간플랫폼을 운영했다고 가정하면 40억원 이상을 모금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광주 동구도 9억2622만원을 모금해 대도시 자치구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고향사랑e음으로 2억8974만원, 민간플랫폼으로 6억3648만원을 각각 모금했다. 광주 동구 역시 7월 18일 민간플랫폼 문을 연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이들 지자체의 모금액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민간플랫폼을 통해 지정기부를 적극적으로 홍보한 것이다. 영암군은 공공산후조리원 설립·운영과 대불산단 전기자전거 보급을, 광주 동구는 발달장애인야구단 지원과 광주극장 보존을 내걸고 모금에 나섰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부 교수는 "민간플랫폼 도입 지자체의 경우 지정기부사업 기획, 답례품 업체 관리, 캠페인 홍보 등 공무원들이 취약한 전문 분야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었다"며 "올해는 민간플랫폼이 활성화돼 고향사랑e음과 보완관계를 이루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