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향사랑기부금법 시행령 개정해야

2024-01-17 11:18:14 게재
우승희 영암군수

고향사랑기부제가 지난해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태어난 곳을 떠난 이들 마음 깊은 곳의 애향심에 불을 지폈을까. 영암 향우들은 큰 관심으로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했다. 지자체가 자기 주도권을 갖고 예산을 수립·집행할 수 있는 제도라 더욱 반가웠다. 재정분권을 실현하는 동시에 지방소멸 위기도 극복할 방안을 마다할 지자체가 어디 있겠는가.

지난해 고향사랑기부제는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 지방소멸 위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를 높였다. 제도의 성공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영암군은 8798건 12억3600만원이 넘는 성과를 올렸다. 영암군은 '천하장사 데이트권' '영암F1경주장 레이싱 체험'을 답례품으로 내놓아 전국의 이목을 끌었다. 영암한우 무화과 같은 지역 특산품도 기부자들에게 인기를 끈 답례품 이다. 덕분에 지역경제에도 활력이 돌았다.

아쉬움도 컸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선의 여지를 남겼다. 모금의 목적과 사용처를 밝히는 지정기부를 막은 점, 법인모금을 금지한 점, 개인 기부 한도액을 500만원으로 제한한 점, 민간플랫폼을 활용할 수 없게 한 점이 대표적이다.

민간플랫폼의 성공 가능성 확인한 성과

'공공산후조리원 의료기 구입, 영암맘 안심 프로젝트.' 영암군이 지난해 11월 말부터 진행한 고향사랑기부 명칭이다. 민간과 행정안전부 플랫폼을 동시에 활용한 지정기부 방식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12월 한달간 민간플랫폼에만 3733건 3억7900만원이 적립됐다. 행안부 지정 플랫폼인 '고향e음'의 970건 3억2800만원보다 많았다.

사람들은 '영암맘 안심 프로젝트'라는 가치에 기부했다. 동시에 민간플랫폼은 고향사랑기부제의 훌륭한 수단이자 기부처임을 증명했다. 적잖은 성과에도 영암군은 기뻐만 할 수 없었다. 행안부가 영암군의 민간플랫폼 활용 모금에 불법 꼬리표를 붙였다. 입법 취지 '지역균형발전에 이바지'하게 제도를 운용했건만 평가는 야박했다.

행안부의 판단 근거는 고향사랑기부금법 시행령 제8조 ①항으로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의 고향e음에서만 기부금을 모금할 것을 강제하는 조항이다. 이 조항은 상위법인 고향사랑기부금법에 어긋난다. '…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고향사랑 기부금의 모금·접수 및 답례품 제공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그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할 수 있다.' 법률 제12조 ②항이다.

시행령으로 지자체장의 재량권은 박탈당했다. 정보시스템의 독점을 옹호하고 지역의 자치권을 부정하는 규정이다. 중앙행정편의주의가 헌법적 가치인 지방자치권을 압도하고 있다. 시행령 개정이 답이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만든 법률을 행정편의주의로 왜곡해서는 안된다.

제도 시행 1년을 지나며 지정기부, 법인모금, 개인 기부 한도액의 문제는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문제 있는 시행령 조항도 행안부가 하루빨리 개정해야 한다.

고향사랑기부제 '세심한 조정' 필요

다시 한번 고향사랑기부금품법의 입법 취지를 강조한다. '지역균형발전에 이바지'다. 중앙의 편의가 아니라 지역의 처지와 실정에 맞게 고향사랑기부제를 '세심하게 조정(fune tuning)'해달라. 고향사랑기부제는 행안부와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이 아니라 영암군 같은 지역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