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 지도를 다시 그린다 ⑭ 동북경제의 중심,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중국 4대 경제성장축, 동북 3성의 중심 도시

2014-07-22 12:02:03 게재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은 동북지역의 전략적 요충지이다. 청나라는 랴오양(遼陽)에서 선양으로 수도를 옮긴 뒤 베이징으로 진격해 천하를 통일했다. 지금도 선양은 동북지역 교통의 중심지이며, 동북 3성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 18일 한국과 중국 간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한 '제3회 한국-중국 동북 3성 경제협력포럼'이 선양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양국 기업인과 관계 공무원 등 700여 명이 대거 참석해 최근 동북 3성에 대한 관심과 열기를 확인했다.
 

신봉섭 주선양총영사

신봉섭 주선양총영사는 "지난 10년간 한국과 동북 3성의 교역액은 2.4배, 한국 기업의 투자액은 30배가 증가했다"면서 "현재 동북 3성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4600여개에 이르고 유학생도 8500여명에 달해 괄목할 만한 교류·협력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신 총영사는 이어 "중국의 제4대 경제 성장축인 동북 3성의 발전 잠재력을 고려하면 협력 강화를 통한 양국 간 호혜공영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북 3성은 지난 2003년부터 중국 정부에서 추진한 동북 노후 공업기지 진흥전략을 통해 주장삼각주(1980년대 광둥), 창장삼각주(1990년대 상하이·장쑤·저장). 환보하이만지역(2000년대 베이징·톈진)에 이어 중국 제4대 경제 성장 축으로 부상했다.

◆잠재력 높지만 미성숙한 시장 = 신 총영사는 이에 앞서 지난 7일 기자와 만나 "리커창 총리가 주도하는 새 동북 3성 진흥전략 마스터플랜이 하반기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동북진흥전략을 실시한 후 10년간 해마다 전국 평균을 웃도는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산업구조조정이 완만하고, 국유경제 비중이 여전히 다른 지역에 비해 높으며, 대외개방 수준은 낮다.

잠재력은 높지만 성숙한 거대 소비시장이라고 분류할 수는 없다. 중소 기업보다 자금력을 가진 기업이 중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뛰어 들어야 한다. 게다가 북한, 러시아 등 국제 정치적 변수까지 작용하고 있다. 남북러, 남북중 3각 협력을 추진해 동북아 평화협력과 통일기반을 조성하는 차원에서 지속적인 투자와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백인기 코트라 선양 무역관장

◆동북 3성 경제상업 중심지 = 백인기 코트라 선양 무역관장은 "동북 3성 중 랴오닝성이 차지하는 경제 비중이 높으며 선양은 경제상업의 중심지"라고 설명했다.

선양은 동북 3성에서 상주인구(820만명) 최다도시이며 동북 최대 규모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각종 소비재의 동북지역 유통센터 기능을 수행하는데 네이멍구 동부지역 상인도 선양을 찾는다. 24개 주요 도매시장 중 우아이(五愛) 시장은 전국 2위의 의류, 잡화 제품 도매시장으로 유명하다. 많은 사람이 밤새 기차를 타고 아침에 우아이 시장에 도착해 제품을 구입한 뒤 다시 기차로 이동한다.

선양은 동북 물류센터 역할도 하고 있다. 동북의 육로 교통 중심지로 국가급 간선철도 5개, 고속도로 4개가 선양을 통과한다. 게다가 베이징, 톈진 등 징진지(京津冀) 경제권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다. 고속철도가 개통돼 선양-창춘간 2시간이 소요되며, 2012년 12월 다롄-선양간 고속철도 개통으로 2시간이면 이동할 수 있다.

선양은 중국의 전통 대형 중공업 기지이다. 기계, 장비제조, 부품 등 중공업 발달해 전통적 국유기업 비중이 높고, 다롄과 함께 동북진흥정책 중추도시 역할 수행하고 있다. 백 무역관장은 "최근 내수를 겨냥한 한국기업 진출이 활발하다"고 전했다. 제조업은 SGM이나 BMW 등에 부품을 납품하는 공장들이 부분적으로 진출하고 있을 뿐이다.
 

동북의 유통 중심지인 선양에는 보세가공을 주력으로 진출한 기업이 많은 다롄과는 달리 내수시장을 겨냥한 한국 기업들이 많다. LG전자, 태평양화장품, SK가스(가스충전소), SK버스터미널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할인마트(메가마트), 아파트 건설(SR건설), SK렌트카, 롯데 복합쇼핑몰 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선양은 다롄보다 인구가 많고 주변 배후도시가 발달되어 있는데다가 인건비, 지가, 물가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한국인 거리인 시타(西塔)가 위치해 있고, 매년 5월 한국 주간 행사가 시정부 지원으로 개최되고 있어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높다.

백 관장은 선양에서 조선족 동포의 역할에 대해 역설했다. 그가 선양에 부임해서 보니 조선족이 없는 곳이 없었다고 한다. 성정부나 시정부의 거의 모든 부처에서 다 찾아볼 수 있었다. 학계나 기업에도 조선족 동포 한명씩은 다 있었다. 다른 지역 조선족 동포들의 경제력이 뛰어나다면 이곳 선양은 경제력에 정치력과 행정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우리 기업이 선양에 진출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좋은 아이템을 갖고 진출할 경우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절차가 빠르게 진행된다.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조선족 동포에게 의존하다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가 나오는 것이다. 사업체를 이들에게 맡겨두고 두세 달에 한번씩 출장와 관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백 관장은 "중국에 전력투구해 뭔가를 이뤄보려는 각오로 나서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표 쓰고 부임하는 중국 하나은행 = 하나은행의 중국 진출은 1996년에 상하이에 대표처를 설립하면서 시작됐으며, 2007년 중국 현지 법인은행을 설립하면서 본격화됐다.

하나금융그룹 해외진출 전략의 가장 큰 특징이자 성공요인은 철저한 현지화이다. 한국 은행이 중국에 들어와 현지금융으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이 중심이었다. 중국 하나은행은 현지 고객에게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이미 중국 하나은행은 현지 인력을 채용해 현지화 기반을 마련했다. 하나은행 한국 임직원을 중국으로 발령낼 때 퇴직을 하고 중국 하나은행에 입행하는 절차를 밟는다. 3년마다 주재원들이 바뀌는 순환 보직으로 중국에서 뿌리를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에 근무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7~8년, 많게는 10년 이상 근무하게 된다.

중국인 관리자와 임원을 선임하는 것도 특징이다. 전체 직원 500명 가운데 30명만이 한국인이다. 중국에서 문화와 관습이 유사하고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동북 3성과 산둥성 지역을 주요 거점 지역으로 삼아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윤규섭 중국 하나은행 동북본부 본부장

윤규섭 하나은행 동북본부 본부장은 "이 지역들은 향후 북한이 개방되고 중국과의 경제 교류가 확대되면 더욱 큰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방식의 해외 투자도 눈길을 끈다. 지난 2010년 5월 길림은행의 지분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길림은행 지분 16.98%를 보유하고 있는 하나금융그룹은 지분인수를 계기로 중국에 대한 투자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길림대학과 제휴한 하나중국금융전문과정의 단기연수, 길림은행과의 인력 및 업무교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중국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20억달러 투자 '중국판 롯데월드' 건설 = 선양의 발전 잠재력에 주목한 롯데그룹이 선양에 20억달러를 투자해 서울 잠실 롯데월드의 2배에 달하는 복합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강석훈 롯데백화점 동북지역 부총경리

롯데월드 선양(樂天世界 瀋陽)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프리미엄 쇼핑몰, 테마파크, 호텔, 아파트가 한데 어우러진 초대형 프로젝트로 롯데그룹 중국 사업의 상징이 되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가 중국에서 경쟁업체의 강력한 견제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진되는 '롯데월드 선양'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왜 선양인가? 동북 3성은 강추위와 심각한 스모그로 롯데월드와 같은 실내 놀이공원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선양은 겨울이 5개월 동안 계속되며 동북 3성은 5개월이 넘는다. 게다가 선양-창춘-하얼빈이 고속철로 연결돼 동북 3성의 주요 도시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지역이다.

롯데월드 선양은 지난 5월말 롯데백화점과 영플라자를 우선 개장했다. 선양점은 2017년까지 백화점과 쇼핑몰, 테마파크, 호텔 등으로 구성된 롯데타운으로 확대된다. 롯데쇼핑을 비롯해 호텔롯데, 롯데자산개발, 롯데건설 등 주력 계열사 7곳이 참여해 3조원의 사업비를 투자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롯데그룹이 선양에 20억달러를 투자해 서울 잠실 롯데월드의 2배에 달하는 복합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내년에는 롯데마트, 2016년에는 쇼핑몰과 테마파크도 들어선다. 2017년에는 호텔, 오피스, 아파트까지 완공돼 연면적 116만㎡ 규모의 거대 단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서울 잠실에 조성 중인 제2롯데월드의 1.4배 크기다. 롯데월드가 중국 랴오닝성의 성도인 선양시의 핵심 상권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백화점 동북지역 강석훈 부총경리는 "예상 매출목표보다 성과가 잘 나오고 있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며 "롯데가 성공 모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국 선양=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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