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윤 탄핵심판 2월말 결론 관심
‘내란죄 제외’ 논란에도 5회 연속 변론기일 지정, 속도
오늘 8인체제 첫 회의 … 14일 윤 대통령 참석여부 관심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가 5차례의 변론기일을 미리 지정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어 이르면 2월말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 측이 탄핵소추 쟁점에서 ‘내란죄’를 제외한다는 국회 측의 주장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반발했지만, 헌재는 탄핵심판 일정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이날 ‘6인 체제’에서 ‘8인 체제’로 된 뒤 첫 재판관 회의를 여는 등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정식 변론(14일)을 앞두고 본격적인 재판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 1일 조한창·정계선 헌법재판관이 임기를 시작해 8인 체제가 된 이후 처음 열리는 회의다.
◆탄핵 소추 이유 4가지 쟁점 정리 =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전원재판부가 현재 상황을 공유하고 각종 위원회의 공석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윤 대통령·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관련 국회 의결정족수를 둘러싼 권한쟁의심판, 윤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내란 혐의 수사를 둘러싼 권한쟁의심판,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에 관한 헌법소원 등 주요 사건들의 진행 상황을 신임 재판관들과 공유하고 대응 방안 등이 안건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3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정형식·이미선 수명재판관이 진행한 제2회 변론준비기일을 통해 정리된 이번 심판의 쟁점과 양측 답변서·의견서 등에 대한 검토, 증인 채택 등과 관련한 사항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측이 탄핵소추안의 소추 사유에 포함했던 내란죄 등 형법 위반 부분을 철회하고 계엄 선포 등과 관련한 헌법 위반만을 쟁점으로 삼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재판관들 의견이 오갈 것으로 관측된다. 수명재판관들은 탄핵 소추 이유를 ● 12.3계엄 선포 ●포고령 1호 발표 ●군대·경찰 동원한 국회 활동 방해 ●영장 없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등 총 4가지로 압축했다.
국회가 탄핵 소추 사유로 제시한 형법상 내란죄를 철회하겠다고 하자 헌재가 이를 받아준 것은 신속 재판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대한 빠르게 심판 일정 진행 의도 = 헌재에 탄핵심판 사건이 접수된 이후 형법상 내란죄를 쟁점으로 다툴 경우 심리 기간이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윤 대통령이 무더기 사실 조회와 증인 채택을 요구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이 사건은 내란죄가 본질적이고도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형법상 내란죄가 성립이 안 되는 것이라면 탄핵소추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 측은 재판부에 “실질적으로 이 재판은 내란죄가 평가가 안 되고 탄핵에 대한 판단이 가능한지 의심스럽다”고 항의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런 반발에도 불구하고 변론기일을 잇달아 지정하는 등 탄핵심판 절차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오히려 헌재 입장에서는 재판 과정에서 내란죄 성립에 관한 사실 관계보다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집중 심리하게 돼 부담을 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윤 대통령 측이 재판 준비가 미흡한 만큼 변론준비기일을 더 진행해야 한다고 요청했으나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가 미리 정한 일정을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윤 “적정한 기일에 출석” 예고 = 재판관들은 이날 회의를 바탕으로 오는 14일 첫 변론기일을 시작으로 매주 2회씩 열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준비할 예정이다. 2월 4일까지 다섯 차례(1월 14·16·21·23일, 2월 4일) 변론기일은 이미 지정된 상태다. 1월 말 설 연휴를 제외하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2회씩 변론을 여는 셈이다.
헌재가 밝힌대로 1월 말 설 연휴를 제외하고 주 2회 꼴로 변론기일을 진행할 경우 2월 말까지 열두 차례 공개 변론을 진행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은 7차 변론, 박 전 대통령의 경우 17차 변론을 마지막으로 헌재가 최종 결정을 내렸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처럼 17차 변론까지 진행되더라도 3월 중순이면 변론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박 전 대통령 사건보다 관련자가 적고 쟁점이 덜하다고 보고 있는데, 보다 이른 시기에 변론 절차가 종료될 가능성이 있다. 이르면 2월 말, 늦어도 3월 중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편 윤 대통령이 14일 첫 변론에 직접 출석할 경우 이번 주 중으로 대통령 경호처와 경호 관련 협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됐지만 경호·의전 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달 27일 이후 지속적으로 “대통령은 적정한 기일에 출석해 의견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