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대행체제 ‘재난·안전사고’ 주의보
제주항공 참사로 179명 숨져
충남·전남 등서 어선침몰사고
대형화재에 자연재난도 겹쳐
12.3 내란 사태로 빚어진 대통령 대행체제 상황에 전국 곳곳에서 각종 재난·사고가 잇따르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내란 사태와 각종 재난·사고에서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찾을 수는 없겠지만 정부가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6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들이 12.3 내란 사태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전에 전국에서 크고 작은 재난·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가장 큰 충격은 전남 무안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항공기 참사다.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이 참사로 승객과 승무원 179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고,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침통해했다. 특히 이번 참사는 우리사회가 혼란한 시기를 지나는 과정에서 발생해 충격이 더욱 컸다.
이 시기 재난·사고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항공기 참사보다 하루 앞서 지난해 12월 28일에는 충남 당진시의 한 저수지에서 어선이 뒤집혀 어망 조업을 하던 선원 2명이 실종됐는데 지금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에는 충남 서산시 고파도 인근 해상에서 해상운반선 서해호가 침몰해 4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 상태다. 서해호 실종자도 침몰 일주일이 지나도록 찾지 못하고 있다.
어선 침몰 사고는 새해 들어서도 발생했다. 지난 4일 오전에는 전남 신안 가거도 인근 해상에서 22명이 타고 있던 낚싯배가 갯바위에 부딪혀 좌초됐다. 해경 경비함정과 인근 민간어선들이 긴급히 구조에 나섰지만 결국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3일에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BYC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물 내부에 있던 주민 300여명이 대피하거나 구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하 5층, 지상 8층 규모의 대형 상가 건물에서 불이 나면서 자칫 대규모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같은 날 설악산에서는 낙상환자 구조에 나선 산림청 소속 대원이 헬기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19일 발생한 공군부대 군용트럭 사고로 병원치료를 받던 20대 병사 1명이 지난 2일 숨지면서 이 사고 사망자가 2명으로 늘어났다. 이 사고는 15명이 타고 있던 충북 충주의 한 공군부대 소속 군용트럭이 길옆 가로수를 들이받으면서 발생했다.
자연재난 위험도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 3일 오후 3시 29분쯤에는 경남 거창군 남쪽 14㎞ 지역에서 규모 2.9 지진이 발생했다. 이 정도 규모의 지진은 안전안내만 내리는 수준이지만 실제 계기진도가 Ⅴ(5)로 확인되자 행안부가 긴급히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했다. 5일에는 수도권과 강원 지역을 중심으로 대설특보가 발효되면서 오전 8시부로 중대본 1단계를 가동하고, 대설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했다. 이 때문에 한때 중대본 3개가 동시에 가동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직무정지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을 대행하고 있고, 국방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임해 차관들이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종 재난·사고가 잇따르면서 국민들의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도지사들의 대선 출마로 인한 지자체 권력공백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직장인 김 모(50·서울 금천구)씨는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 등으로 혼란한 시기에 각종 재난·사고까지 겹쳐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사태가 수습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인식할 수 있게 정부나 정치권이 조속히 대응책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한 지자체 재난대응부서 공무원은 “혼란한 정국에서 더욱 집중해 재난안전에 대비하고 있지만 예기치 않은 재난·사고가 벌어져 안타깝다”며 “지자체나 주민들 모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 혼란한 시기를 잘 극복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