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방어막’ 자처하는 여당…‘계엄의 바다’에 빠지나

2025-01-06 13:00:04 게재

여당 의원 30여명 윤 대통령 체포 막겠다며 관저에 집결

지도부, 헌재 찾아 “심리 중단” … ‘탄핵의 강’ 재연 조짐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재판의 방어막 노릇을 잇따라 자처하고 있다. 2016년 ‘박근혜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해 5년 간 선거 3연패라는 쓴맛을 봤던 국민의힘이 이번에는 ‘계엄의 바다’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저 앞 국민의힘 의원들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국민의힘 나경원, 유상범, 김석기, 김기현 등 의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6일 새벽 국민의힘 강승규 강명구 김기현 나경원 박대출 김석기 임종득 김정재 이상휘 조배숙 강선영 박성훈 조지연 이인선 송언석 유상범 권영진 의원 등 30여명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집결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겠다며 여당 의원들이 방어막을 자처한 것이다.

김기현 의원은 “공수처는 명확히 수사권이 없는 주체”라며 “저와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와 같은 마음을 모아서 이 원천무효 압수수색 영장을 반드시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이 자리에 함께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10여명은 지난 4일에도 관저 인근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당시 집회에 참석한 임종득 의원은 “(대통령) 탄핵 의결도 무효, 국무총리 탄핵도 무효, 헌법재판관 임명도 무효다. 공수처장이 발부한 체포영장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헌법재판소로 출동한다. 권성동 원내대표와 4선 이상 중진 의원, 국회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헌재를 찾아 탄핵안 심리 중단을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이 주축이 된 탄핵소추단이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국회 재의결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5일 탄핵소추단의 내란죄 철회를 겨냥해 “탄핵소추안 의결이 졸속으로 이루어진 사기 탄핵이고 거짓으로 국민들을 선동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번 사기 탄핵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탄핵안을 재의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들은 오는 11일 광화문에서 열리는 장외집회에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에서는 “당 차원의 집회 참석은 아니다”며 선을 긋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의원 30여명이 대통령 관저에 집결하고, 지도부가 헌재를 찾는 장면은 “여당이 윤 대통령 방어막을 자처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당 지도부는 여전히 윤 대통령을 지키는 것도, 버리는 것도 아니라는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지만 당내 기류는 이미 ‘윤석열 방어막’으로 기울었다는 지적이다. ‘관저 사수대’를 자처하는 의원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게 그 증거로 꼽힌다.

여권 일각에서는 여당이 2016년 박근혜 탄핵 이후 박 대통령과 확실히 선을 긋지 못했다가 전국선거에서 3연패했던 과거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수진영에서는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자성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이 12.3 계엄 사태에서도 윤 대통령 방어막을 자처한다면 ‘탄핵의 강’보다 헤어 나오기 힘든 ‘계엄의 바다’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여당 의원들이 대통령 관저로 몰려간 것을 겨냥해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고 국민을 지키는 대표자여야지 대통령을 지키는 대표자라고 하면 국회의원으로 과연 자격이 있겠냐 하는 생각을 한다”며 “이 분들은 비상계엄이 위헌적인지 아닌지조차도 판단을 잘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은 “헌법기관인 의원들이 윤석열 방탄 사설용역업체 직원으로 전락했다”며 “내란수괴범 방탄용역은 최소한 적어도 국민 혈세로 세비 받는 자가 할 짓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여권 비주류 인사는 6일 “12.3 계엄 사태는 2016년 국정농단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한 사건”이라며 “당(국민의힘)이 이번에 윤 대통령과 선 긋지 않고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계엄의 바다’에 빠진다면 앞으로 오랜 세월 헤어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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