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 지도를 다시 그린다 ⑮ 북·중 접경지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북·중 경제교류는 조정기, 국경무역은 여전히 활기

2014-07-28 11:51:56 게재

지난 8일 북중 접경지역 중국 단둥(丹東)을 방문했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단둥시와 북한 신의주시가 위치하고 있다.

압록강 하류에 위치한 황금평 경제구부터 상류지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현장을 취재했다. 북중 간 대규모 투자 협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 황금평 경제구는 개발이 전면 중단된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북한 주민들이 농사를 짓고 있었다.

2011년 6월 북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장이 황금평 경제구 착공 테이프를 끊었던 바로 그 자리는 중국 군인들이 동원돼 무성한 잡초를 제거하고 있었다.

북·중이 공동 개발키로한 북한 황금평 경제구가 허허벌판 상태로 방치돼 있다. 황금평 정문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굴삭기가 보인다.


◆황금평 개발 전면 중단된 상태로 방치 = 황금평 정문으로 덩그러니 놓여 있는 굴착기 몇 대가 보였다. 황금평 부지 초입의 북한군 초소에 북한 군인 두세명도 눈에 띄었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부정적인 대북 여론이 확산되고 친중파인 장성택 처형 등 악재가 겹치면서 북중 경제 교류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단둥의 한 대북소식통은 "중국이 단둥항과 몇 개 내항의 수심을 측정한다는 명분으로 북한 선박 출입을 얼마 전 2주가량 금지시켰다"고 말했다.

그동안 다롄항은 북한으로 가는 불법 화물을 환적하거나 경유하는 곳으로 국제사회의 지목을 받아왔다. 중국이 다롄항에서 북한행 화물에 대한 검색을 강화하자 단둥으로 우회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단둥은 상대적으로 대북 화물에 대한 통관 검사가 느슨했다.

황금평 개발이 지지부진한 원인과 관련해 단둥 현지에는 몇가지 분석이 나돌고 있다. 첫째는 북한이 황금평을 개방하면서 몇가지 부대조건을 제시했는데 이것이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둘째는 중국에서 북한 투자 위험에 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의 참여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복잡한 내정과 북한에 투자했다가 투자금을 날린 사연들이 알려지면서 북한 투자 리스크가 크게 부각된 상황이다.

최근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에 공동 진출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단둥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SK네트웍스가 대표적이다. SK는 단둥에 한국형주상복합단지를 건설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현재 보세물류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9월 완공 예정인 신압록강대교(중국명 중조신압록강도로대교)가 개통되면 보세창고를 확장해야 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단둥 시내 곳곳에서 무리를 지어 다니는 북한 외화벌이 일꾼들을 볼 수 있다.

◆세관 검사 강화에도 북중 무역 영향 없어 = 신압록강대교는 주탑과 교량 상판 설치를 마치고 현재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다.

북중 경제교류는 조정기를 맞고 있지만 국경 무역은 여전히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 북중 교역의 70~80%가 단둥에서 이루어진다.

지난 8일 북한의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압록강철교 위로 짐을 가득 실은 수많은 컨테이너 트럭들이 줄지어 북한을 향해 들어가고 있었다. 단둥의 한 소식통은 "중국 트럭 500대, 북한 트럭 100대가 북중을 오가며 물건을 실어 나른다"고 말했다.

단둥세관 안쪽 마당도 물자를 실은 트럭들로 붐볐다. 트럭에는 건설 자재 등 온갖 물품이 실려 있었다. 단둥세관 길 건너편에는 '청천강 상점' 등 북한 무역일꾼들과 관련이 있는 도매상가가 밀집돼 있다. 북한이 이들을 내세워 중국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수입한다.

북한이 이들 물품 속에 대량살상무기 등으로 전용 가능한 화물을 끼워 넣을 경우 적발이 가능할까? 확률은 20%이다. 단둥 해관(세관)은 화물 중 20% 가량을 무작위 추출해서 검사를 실시한다. 수량뿐만 아니라 성분까지 철저히 검사한다. 이 비율을 100%까지 끌어 올린다면 봉쇄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 개발을 위한 무역 및 인도적 지원 활동은 대북 제재에서 제외되고 있어 강요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
 

압록강에 떠 있는 북한섬 주민들이 배 위에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무표정한 모습으로 배를 쳐다볼 뿐 말이 없었다.

◆북 근로자 고용 여부, 기업 성공 비결 = 오후 5시 퇴근시간이 지나자 왼쪽 가슴에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배지를 단 사람들이 단둥 시내 곳곳에서 무리를 지어 다녔다. 단둥에 나와 있는 북한의 외화벌이 일꾼들이다. 현재 1만명 이상이 단둥에 거주하며 2012년 1만5000명에 달했다.

요즘 단둥 거리에는 한국 사람이 크게 줄었다. 2010년 북한과의 교역을 전면 중단시킨 5·24조치 이후 많은 대북 사업가들이 단둥을 떠났다. 한때 5000명이 넘었던 단둥의 한국인들이 지금은 1000명가량 남아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차지했던 대북 거래처들은 5·24조치 이후 대부분 중국 기업에 넘어갔다. 한국 기업인들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업체에 다시 주문을 내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원가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베트남 등 동남아로 떠났다. 베트남 공장에 주문을 하면 단둥에서 평양 공장에 주문을 하는 것보다 1개월은 더 걸린다.

중국만큼 원자재 조달 시스템과 하청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곳은 찾기 어렵다. 게다가 물류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거대한 시장을 갖고 있다. 공장 이전을 위한 초기 투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고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업체에 북한은 유일한 돌파구이다.

북한에서 파견 나온 근로자의 임금은 1300위안(한화 23만원) 정도 된다. 여기에 먹고 자는 비용, 비자 비용 등을 포함하면 1800~2000위안(32만~36만원)이 필요하다. 중국 근로자 임금 2500~3000위안(45만~54만원)에 비해 크게 낮지 않다.

하지만 높은 생산성이 장점이다. 10시간 노동계약이 가능하고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면 야간근로도 가능하다. 중국 근로자들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 근로자에 비해 150% 이상의 생산성을 낼 수 있다. 게다가 중국 근로자에게는 4대보험(임금의 45%대)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한국 기업은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없다. 그림의 떡이다. 북측 인사를 무단 접촉할 경우 남북교류법 위반에 해당된다. 심하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추궁당할 수 있다. 중국도 한국 기업의 북한 근로자 고용을 불허하고 있다. 최근 북한은 한국인이 북한 근로자를 상대로 기술을 전수하는 것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단둥은 중국의 변경도시 가운데 평양, 개성 등 북한의 주요 도시까지 이동거리가 가장 짧다. 이 때문에 사업이나 관광, 친척 방문 등의 목적으로 양국을 오가는 사람들의 주요 이동 경로이다.
 

7월 8일 북중 접경지역인 단둥을 방문했다. 황금평 경제구에서 출발해 단둥해관, 위화도를 지나 압록강 상류까지 취재를 진행했다.

◆단둥은 평양 변화 이끌어내는 거점 = 단둥의 수많은 기업가들이 평양 공장에 하청을 주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공동 생활권을 이루고 있는 북중 주민들에게 사실상 '경제적 국경'은 없다.

북한과 지리적인 접근성으로 인해 역사적으로 한반도로 진입하는 중국측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 압록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자 북한의 생명줄과 같은 송유관이 통과하는 곳이 보이고, 한국전쟁 시기 중국 인민해방군이 한반도에 진입한 현장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위화도가 보이는 곳을 지나 중국이 만리장성의 동쪽 끝 기점이라고 주장하는 호산장성(虎山長城) 부근에서 배를 타고 북한 지역을 코앞에서 볼 수 있었다. 압록강에 떠 있는 북한섬 주민들이 배 위에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표정한 모습으로 배를 쳐다볼 뿐 말이 없었다.

호산장성 입구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일보과(一步跨)는 '한 걸음에 넘을 수 있다'는 뜻으로 북한과 아주 가까이 맞닿아 있는 곳이다. 북한과 중국이 이렇게 가까이 있지만 주민들 생활 수준은 하늘과 땅과 같았다. 단둥은 중국인에게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우월성을 확인시켜 주는 훌륭한 관광지가 되고 있다.

중국 단둥=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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