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선 혼잡도 '호흡곤란' 수준

2014-10-20 11:45:31 게재

서울 지하철 피난유도등 없고 1~4호선 신호케이블 낡아

서울 지하철 일부 구간은 탑승객들이 호흡곤란을 일으킬 정도로 혼잡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호조절 케이블은 낡고 피난유도등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등 안전문제도 드러났다.

김상희(새정치민주연합·부천소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의원은 서울시 국감자료를 분석, 출근시간대 9호선 급행열차 2개 구간이 승객 호흡곤란이 유발되는 수준으로 혼잡하다고 20일 밝혔다.

국토부가 고시한 '도시철도 차량 표준 규격'에 따르면 지하철 적정인원은 1㎡당 승객 3명. 객차당 160명이 탑승하면 혼잡도 100%으로 본다. 그런데 오전 7시 50분에서 8시 20분 사이 염창역에서 당산역으로 가는 9호선 열차 혼잡도는 237%나 된다. 한개 차량에 380명이 탑승, 1㎡ 공간에 7명이 서 있다는 얘기다.

혼잡도가 과다하면 승객들은 불쾌감을 넘어 호흡곤란에 처할 위험이 있다. 실제 2005년 지하철 2호선에서 혼잡도가 225%를 넘어가자 승객 여럿이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9호선에는 이 구간 외에도 호흡곤란이 우려되는 구간이 있다.

출근시간대 당산에서 여의도로 향하는 9호선 급행열차다. 오전 7시 50분에서 8시 20분 사이 혼잡도는 235%에 달한다. 같은 시간대 노량진에서 동작, 여의도에서 노량진으로 향하는 9호선 급행열차까지 4개 구간이 서울 지하철 가운데 가장 혼잡하다. 두 개 구간 혼잡도는 각각 216%와 212%다.

혼잡도 상위 30개 구간 가운데 9호선은 10개 구간이 포함돼있다. 일반열차 당산→국회의사당, 여의도→샛강, 노량진→노들 구간과 급행열차 가양→증미 구간으로 모두 오전 출근시간대다.

9호선과 함께 혼잡도 상위 구간을 차지한 건 지하철 2호선이다. 오전 8시 10~40분 사당에서 방배역으로 운행하는 열차로 혼잡도가 202%다. 비슷한 시간대 서초→교대, 낙성대→사당, 서울대입구→낙성대, 교대→강남구간과 퇴근시간대인 오후 6시 20~50분대 서초→방배, 방배→사당, 교대→서초 구간 열차 혼잡도도 196~173%에 달한다.

김상희 의원은 "특정구간에서 승객들이 호흡곤란에 처할 정도로 혼잡, 승객들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단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김태원(새누리당·고양덕양을) 김경협(새정치민주연합·부천원미갑) 의원은 지하철 안전문제를 줄줄이 지적했다.

김태현 의원에 따르면 1~4호선 신호케이블 개량작업이 시급하다. 역내 전기 통신 열차신호 등을 제어하는 케이블 가운데 90%가 1974년 개통때 설치된 것. 총 2157㎞ 가운데 2397㎞에 달한다. 20년 이상 된 낡은 신호케이블은 3호선에 801.7㎞로 가장 많고 2호선과 4호선은 각각 700.5㎞와 655.6㎞다. 1호선은 내년 2월까지 케이블을 교체하는 중이다.

김경협 의원은 터널에 피난유도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점을 따졌다.

김 의원은 "터널구간에서 전동차가 멈춰서거나 고장이 발생하면 승객들은 철길이나 비상통로를 따라 이동해야 하는데 9호선 일부에만 유도등이 설치돼있고 1~8호선은 전혀 갖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9호선 유도등은 소방시설 관련 법에 따른 형식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이다.

박수현(새정치민주연합·공주) 의원은 각종 설비노후화에 따른 중앙정부의 공동책임을 물었다. 서울시가 낡은 시설개량을 위해 역사개선 송배전설비·변전설비·전선로 개량 등 8개 분야 4750억원에 대해 중앙투융자심사를 요청했는데 중앙정부는 신규사업에만 국비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어서다.

박수현 의원은 "서울시는 우선 시비 6432억원을 들여 투자를 하기로 했으나 국비지원이 안되면 사업이 장기화돼 시민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서울시 재정만으로는 재원마련이 불가능한데 정부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국비지원을 촉구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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