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후배 서귀중앙여중 교장
"학교가 추구할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
"자유학기제 기간은 학교가 추구해야할 가치와 목표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제주 서귀중앙여중 김 후배 교장은 "자유학기제 경험이 아름다운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교장은 "학교라는 공간이 새롭게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지 수업만 하는 공간에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와 나눔 배려 등 건강한 시민을 배출시키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가 학생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산다는 김 교장은 "아이들을 잘 돌봐주는 게 교육 아니겠냐"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학교의 주인은 당연히 학생이 되어야 한다는 것. 김 교장의 학생들 이름 외우기는 사랑으로 가르치는 상징이기도 하다. 학교 모든 시설의 문을 항상 열어둔다. 학생들이 사용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배려다. 좁은 교장실 문도 항상 열어둔다. 미술을 전공한 예술가답게 교장실을 소박하게 나무책걸상으로 꾸몄다. 동아리 그룹수업을 서로 돕고 이해하는 시간으로 삼았다. 김 교장의 생각은 적중했다.
10명 중 2~3명이 선두그룹으로 활동하는 동안 나머지는 무임승차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조금씩 관심 갖고 끼어들기 시작했다. 작은 일이지만 역할이 생겼고 아이들 관계가 수직에서 수평적 관계로 변했다. 국영수가 부족한 아이들은 잘하는 친구들이 도와줬다. 대신 체육활동에 취미가 있는 아이들은 운동장에 나가서 리더십을 발휘했다.
인성교육을 평소 교육활동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지도한다. 예술체육활동을 중시하는 것도 자긍심과 자존감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서귀중앙여중에 교장으로 취임하고 나서 학교폭력이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변의 칭찬을 달갑지 않게 받아들였다.
" "때리고 왕따 시키는 물리적 신체적 상처만 폭력일까요?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각지대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 2차 폭력이나 정신적 폭력, 사회적 폭력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래서 학교가 가장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마음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학교,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학교, 오랜 시간이 지나도 친구와 선생님이 기억에 남을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김 교장은 올 8월까지가 서귀중앙여중 근무 기간이다. 그런데 본인이나 학생, 학부모들은 김 교장이 학교에 남아 자유학기제를 완성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인사발령 조짐이 보이면 제주교육감이나 장관에게 편지쓰기 청탁(?)운동을 벌일 태세다.
김 교장은 "이곳에서 아이들에게 영원한 후배(?)로 남고 싶습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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