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로 날다│16 제주 서귀중앙여자중학교

"항일운동했던 해녀 할망들이 자랑스러워"

2015-03-30 14:05:46 게재

전교생 1인1악기, 선생님과 독서·동아리 활동·자전거 여행 … 학생·교사·학부모 모두 만족도 높아

"제주 해녀 할머니들이 자랑스러워요. 자맥질을 해서 미역 전복 소라 같은 해산물을 따는 분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일제강점기 때 항일운동을 했다는 것을 배우고 나서 기분이 좋았어요"

동아리 활동에서 만들기 체험을 하는 서귀중앙여중학생들. 사진 서귀중앙여중 제공


윤재연 (2학년1반)양은 지난해 자유학기제 기간에 '제주문화반'에서 활동을 했다. 윤 양은 제주해녀박물관 등 해녀에 관한 현장을 찾아다니며 꼼꼼하게 취재하고 자료집을 만들었다. 제주해녀들이 살아온 삶을 자세히 알게 된 윤 양은 "해녀할머니들을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 해녀들에 대한 편견이나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을 수 있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싶다"고 전했다.

제주문화반 아이들은 제주에 해남촌이 만들어진 과정을 공부하면서 살아계신 할머니들을 찾아다니며 생생한 증언을 듣기도 했다. 자유학기제 기간에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된 것도 좋았지만, 친구·선생님과 많은 대화를 한 것도 좋았다고 자랑했다. 평소에 색안경 끼고 바라본 친구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며 동아리활동과 모둠 수업을 마치고 나니 편견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향춘 자유학기제 기획부장교사는 "체험활동이나 경험도 중요하지만, 아이들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서로 도와주는 과정에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며 "기존 강의식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중심 수업을 하면서 자존감이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교사 만족도 100% 나와 = 제주서귀중앙여중은 자유학기제 고수로 알려져 있다. 올해 벌써 3년째인데다 '학생과 교사가 행복한 학교'로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만족도 조사에서 아이들보다 교사들이 더 높게 나왔다. 정혜심(38.국어) 교사는 "자유학기제에 대해 교사들 만족도가 100% 나왔다는 것은 연구학교에서 고생한 결과물이 자부심으로 나타난 것 같다"며 "학생들의 변화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를 운영중인 서귀중앙여중의 특징은 자유학기제 기본 운영에다 예술체육활동과, 선택형 프로그램을 중심의 진로탐색 역량 강화다. 

이리와바 김치도 드셔야지~ 김후배 교장이 점심시간에 학생들에게 김치배식을 하고 있다.

자유학기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가정통신문, 학부모특강과 모임을 자주 열었다. 진로체험 어드밴처 '꿈을 JOP자' 에서는 바리스타, 원예치료사, 조향사, 헤어디자이너, 요가 ,응급구조, 방송촬영기사 등 다양한 직업체험을 경험했다. 숙련기술 체험캠프에서는 목조스텐드 만들기, 태양열 발전기나 시계 등을 만들면서 체험활동에 푹 빠져들었다. 난타 공연과 '땅에서 하늘로, 넋 놓고 빛 따라'를 주제로 한 공연을 보면서 풍부한 예술적 감성을 높여나갔다.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장단점을 찾고 시간 분배의 원칙, 각 과목별 공부법 등 나에게 맞는 학습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토론·체험수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개념을 이해하고 배경지식을 넓혀나갔다.

아이들은 교과간 융합수업에서 그동안 숨겨진 끼와 능력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수학시간에는 자연재해를 예방하는 생활 속 환경교육을 진행했다. 태풍발생빈도와 가뭄, 태풍 통계수치 등 자연재해 현황을 직접 만들었다.


이유림(2학년 2반)양은 "자유학기제 동안에 '꿈 책쓰기'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아이디어나 창의성을 살리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광고기획을 직업으로 선택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양은 "욱하는 성격 때문에 평소 친구들이 '욱(!)유림'으로 불렀는데 친구나 선생님들과 대화를 많이 한 덕분인지 성격이 많이 차분해졌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자유학기제를 '소금'이라고 평가한 양희연(2학년5반) 양은 "결과에 관계없이 학생들에게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자유학기제는 모든 음식의 기본양념이 되는 소금과도 같다"고 설명했다. 국어교사가 꿈인 양 양은 "발표 수업이 가장 좋았다. 특히 논술과 독서에 관심이 많았는데 자유학기제 동안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줄임말이나 한글 파괴가 난무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학생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자유학기제가 진로선택과 미래 꿈 실현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각각 54%, 61%를 차지했다. 시험대신 학습특성 평가가 자아존중감을 높여준다는 긍정적인 응답이 82.3%에 달했다. 학부모들은 설문조사에서 진로체험활동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 학교교육에서 보충되어야 할 부분으로 '예절인성교육'을 꼽았다.

교사들도 교과 융합수업이나 토론·협력수업 등 수업개선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절교육 체험을 하는 학생들


◆부족한 체험활동 공간 마련이 자유학기제 성패좌우 = 자유학기제에 대한 토론에서 교사와 아이들은 부족했거나 개선점을 조목조목 짚어나갔다.

과제물이나 현장에 나가 조사하는 시간이 평소 숙제보다 더 많이 걸려 힘들었다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한 각종 대회(제주도, 전국)에 많이 나가 풍부한 경험을 더 쌓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길 원했다. 후배들에게는 학기말 시험이나 중간고사가 없다고 풀어지거나 나태해지면 절대 안된다며 충고 했다. 재미있는 것만 찾아다니지 말고 내가 꼭 하고 싶은 것이나 평소 관심 있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다보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동백나무 아래에서 잠시 포즈를 = 쉬는시간에 친구들과 동백꽃 나무아래서 간식을 먹는 학생들

정혜심 교사는 "부모님들이 자녀들과 대화를 더 많이 하시고 혼내기보다는 아이 장점을 찾아 칭찬해주길 바란다"며 "내 아이를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거나 눈치주지 말고 사랑으로 기다려 주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자유학기제 동안 어머니교실과 교육과정 설명회에 참석했던 현은진(42. 2학년 학부모대표)씨는 "딸아이가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6학년 때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지난해(중학교1학년 2학기)부터 학교생활이 재미있다며 쫑알쫑알 밖에서 일어난 일을 쏟아냈다"며 "성격이 활달해져 사춘기 시절을 보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같다"고 말했다.

현 씨는 자유학기제는 100점 만점에 8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성적이 아니라 학교생활, 친구관계, 가정생활 등을 종합한 점수라고 덧붙였다.

초기에는 시험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기우에 불과했고 딸아이 성적은 오히려 상승했다는 것. 다만 자유학기제를 마친 아이들이 상급반에 진급해서 기존 수업과 평가방식에 쉽게 적응할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자유학기제 동안에 진행했던 수업방식이나 프로그램을 상급반에서 운영하는 문제를 정부와 학교가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에 마친 자유학기제에 대해 선생님들과 토론을 하는 서귀중앙여중학생들. 사진 전호성 기자


◆학교폭력이 뭐꽈? = 서귀중앙여중의 특징 중 하나는 운동장 백배 활용법이다. 점심시간이면 강당과 운동장 확보 전쟁이다. 여학교에서 무슨 축구냐 했더니 아예 유니폼까지 차려 입고 나선다. 천연잔디운동장에서 땀에 흠뻑 젖도록 뛴다. 전용 헬멧을 쓰고 자전거 타는 자세가 제법이다.

운동을 하면서 흘린 땀을 최고의 화장품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 점심 자투리 시간에 말뚝박기를 하는 아이들에게서 진한 건강미가 배어난다.

선생님들은 '조용히 해! 떠들지마!' 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크고 작은 사고가 없다.

2013년 자유학기제 연구학교가 되면서 학교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묻지도 않았는데 '후배 쌤이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우며 깔깔댔다. 자전거도 축구공도 '후배(?)'가 마련해줬다는 것. 이 학교 교장 선생님 이름이 김 후배라서 아이들에게는 더 즐거운 일이다. 학생들은 몇년간 학교폭력이 발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학교폭력이 뭐꽈(뭡니까)?"라며 깔깔거리며 웃었다.…

김 후배 교장은 "예술 인성 체육 활동을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녹여 학생들이 행복한 수업이 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운동장에서 자전거 타기


■제주 서귀중앙여중은= 1981년 5월 15학급으로 문을 열었다. 2011년 9월 제 14대 교장으로 김후배 선생이 취임했다. 2013년 4월 자유학기제 정책연구학교가 됐고, 그해 대한민국 행복학교 박람회에 참가했다. '따뜻한 감성으로 남을 배려하는 사람, 심신이 건강하고 성실히 노력하는 사람, 실력 있는 창의적인 사람을 기른다'를 교육목표로 삼았다. 학교경영은 배려와 나눔실천, 창의적교육과정 운영, 행복한 삶과 미래를 준비하는 진로교육, 건강체력 증진을 위한 건강교육 등이다.

창의적인 교육과정운영을 위해 사제동행 아침독서활동과 1학생 1교사 1동아리 활동을 진행한다. 드림오케스트라, 전교생 1인 1악기연주, 재능기부연주회 등 나눔과 행복 문화예술교육을 중시한다. 주말에는 배드민턴과 축구를 하고, 가끔 전교생이 행복한 자전거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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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김후배 서귀중앙여중 교장] "학교가 추구할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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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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