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로 날다│⑧ 전남 목포여자중학교

"꿈·적성 찾은 아이들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공부"

2015-01-08 00:00:01 게재

"또래친구들의 만족감이 100%예요. 2, 3학년 선배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알차게 자유학기제를 시행한 것 같아요. 물론 시험을 보지 않아 2학년 때 성적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지만 수업시간이 너무 즐거워요. 독서토론 동아리에서는 2, 3학년 선배들과 함께 신호등토론, 두마음토론, 자유토론, 찬반대립토론, 버츄카드토론, 포토스탠딩토론 등 평소에 해보지 못한 토론을 마음껏 할 수 있어 매우 유익했어요."

전남 목포여자중학교 1학년 임세라 양은 "지금 당장의 성적보다는 나만의 진로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자유학기제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자유학기제 시작과 더불어 진행된 진로인성프로그램의 하나인 '레크레이션' 시간에 학생들이 서로 어깨를 겯고 즐거워 하고 있다. 사진 목포여자중학교 제공


◆"토론수업 하자" 졸라대는 아이들 = 자유학기제 희망학교로 지정된 목포여중은 독서토론에 특별히 공을 들이는 학교 중 한 곳이다.

지난해엔 전남교육청 지정 독서토론 선도학교였고, 올해는 목포시 지정 독서토론 연구학교다. 교사들은 독서토론을 통해 학생 참여형 교수법을 개발하는 한편, 한 학기에 1번식 수업공개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제동행 멘토링이나 사제 결연 독후감 말하기, 독서 골든벨 등 아이들에게 책을 쥐어주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독서토론수업의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공개수업을 보러 온 타 학교 교사들마다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스스럼없이 말하는데, 혹시 특정학생들에게만 발표를 준비시킨 것 아니냐"는 시샘어린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이 학교 정창환 교장은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먼저 토론수업하자고 졸라댈 정도로 표현력이 높아졌다"며 "도서관 활용 독서토론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목표여중은 다른 학교와 달리 전일제 자유학기제를 시행한다. 오전엔 공통교과, 오후엔 선택프로그램이나 진로체험을 돌리는 것과 달리 매주 목요일 하루 전체를 자유학기제에 쓰는 학교다.

정 교장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 자유학기제를 시행할 경우 학기 전체가 느슨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며 "전일제로 시행해 보니 다른 수업의 방해 없이 진로체험 등 프로그램을 짜임새 있게 운영할 수 있어 전체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스튜어디스 직업체험에 나선 학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기내 서비스 제공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목포여자중학교 제공


◆학부모의 활발한 교육기부 '눈길' = 목포여중은 3년 전 '진로교육프로그램 연구학교'로 지정받아 진로탐색과 관련한 노하우를 쌓아 왔다. 학부모 교육기부 프로그램인 '꿈과 비전을 만드는 사람들'(꿈전사)이 대표적이다.

꿈전사 소속 학부모 10명은 번갈아가며 아이들에게 직업 경험, 인생 경험을 소개했다. 또 이들은 자아찾기 프로그램이나 만들기 수업, 의사소통 프로그램을 주도하면서 학부모 재능 기부를 공식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정 교장은 "처음에는 자유학기제 시행으로 자녀들 성적이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하던 학부모들이 재능기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이런 프로그램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이 바뀌더라"며 "진로체험과 관련한 지역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학부모 재능 기부 프로그램 활성화는 자유학기제 성공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 프로젝트 시간에 토론 및 협동학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 사진 목포여자중학교 제공


◆"경험하지 않으면 모른다" = 자유학기제의 보람은 아이들의 얼굴에서 나타난다. 진로탐색 활동으로 적성에 맞는 꿈을 찾고, 자신의 꿈과 딱 맞는 체험을 했을 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와 표정은 그 누구와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은 벌써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겠다고 목표를 세운다고 한다.

이 학교 이문포 교감은 "스튜어디스가 장래희망인 아이들과 함께 직업체험을 갔는데, 아이들의 얼굴이 그렇게 행복해보일 수가 없었다"며 "스튜어디스 체험을 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몇 번이고 되뇌는 아이들을 보면서 자유학기제가 올바른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교감은 "교사들에게 '하나를 체험하지 않으면 하나의 길을 모른다'는 말을 강조한다"며 "체험해봐야 길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을 때 아이들은 열과 성을 다해 공부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는 곧 자유학기제의 취지와 맞닿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목포여자중학교 = 1917년 4월 6일 목포공립실과고등여학교로 개교했다. 15개반 294명의 학생이 재학중이며 지난해 3월 제24대 정청환 현 교장이 부임했다.

교훈은 진·선·미(참되고, 착하고, 아름답게)이며, 교목은 늘푸름과 의지를 상징하는 향나무, 교화는 감사와 행복을 의미하는 클로버다. 교색은 희망과 안정감을 나타내는 녹색이며, 교조는 평화와 향토, 우의를 상징하는 비둘기다. 교육목표로 도덕인, 자주인, 실력인, 정보인, 건강인을 지향한다. 교육활동 역점 사항은 독서지도를 통한 창의력 신장이다. 특색교육으로는 교육복지사업을 통한 교육평등의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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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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